Editor's Note
송무는 결과가 분명하다. 승패가 실력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긴 사건은 외부의 인정을 받는 가장 직관적인 근거가 된다. 반면 도산 분야는 소명 절차 중심인 만큼 결과에서 성취가 명확히 드러나기 어렵다. 외부의 기준이 또렷하지 않아 긴장감이나 책임감도 약해지기 쉽다.
도산 분야 10년 차인 이서영 변호사는 이런 구조 속에서 외부의 평가 대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중심으로 임해왔다. 사건을 “끝내는 일”이 아니라 “다시 생기지 않게 하는 일”로 재정의한 그의 방식은 효율적이거나 안전한 선택과 거리가 있다. 관행상 어렵다고 여겨지는 사건도 판례와 구조를 다시 검토하며 가능성을 따지고, 보정이 수차례 이어지는 사건이라도 중간에 타협하지 않는다. 유튜브 ‘회생파산연구소’로 7만 구독자를 모은 기저에도, 분야에 통용되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가사·부동산 분야에서 매 사건을 잘 해결해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됨을 경험하면서 “내가 정말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는 걸까?”라는 갈증을 느낀 뒤 도산 영역에서 답을 찾아가는 이서영 변호사. 그는 외부의 인정보다 ‘내 일에 온전히 책임을 다하며 잘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 큰 효용을 만든다고 말한다. 관행과 관성을 뛰어넘는 경쟁력, 소진되지 않는 자긍심,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과의 단단한 팀워크를 이끄는 기반이 된다고 말이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사건에 감정 이입이 크고 책임감이 강한 독자
법리 승패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은 독자
건강한 팀과 조직 운영을 고민하는 독자

감정 이입, 약점에서 직업적 자산으로
Q. 회생·파산 분야가 변호사님들에게 유독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더라고요. 10년 가까이 커리어를 이어오신 입장에서 보시기엔 어떤가요?
이 분야에서 빨리 지치거나 예상과 다르다며 그만두는 분들을 적지 않게 봤어요. 의뢰인분들이 법률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감정적인 어려움부터 호소하는 일이 잦고, 그렇다고 민사나 형사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을 기회가 있다거나 외형적인 성취가 눈에 띄는 분야도 아니죠.
해석과 운용의 여지가 큰 분야라는 특징도 있어요. 중간 절차에 관여하는 회생 위원이나 파산관재인이 반드시 법률가는 아니다 보니, 법적·생활적 맥락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변호사로서 할 역할이 많은 분야라고 생각해요.
Q. 그런 어려움 속에서 변호사님이 가장 많이 부딪혔던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회생·파산은 로스쿨이나 시험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없고, 현장에서 부딪히며 익히는 영역이에요. 그래서 스스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관성처럼 굳어진 실무 인식에 머물기 쉽죠. 저 역시 지금도 그런 관행을 하나씩 깨면서 일하는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실무에서는 세금과 같은 우선변제채권을 전체 변제 기간의 절반 안에 정리해야 한다는 실무례가 통용되고 있어요. 그 기준을 넘는 사건은 애초에 어렵다며 돌려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죠. 하지만 그 기간을 초과하는 변제계획안도 예외적으로 가능하다고 한 판례가 있어요. 저희는 세금을 50개월, 다른 일반 채권을 10개월로 나눠 갚는 방식으로도 진행한 적도 있고요.
그런데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변호사님인데도 해당 판례를 모르시고, 실무례를 따르지 않는 사건수임이라거나 무리한 시도가 아닌가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존 방식에 익숙해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기 때문에 시각 차이가 생기는 거죠. 저희는 새로운 판례를 모든 구성원이 바로 공유하고, 법원을 설득할 논거가 탄탄하다면 해보지 않은 사건이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될 수 있는 사건’의 기준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어요.
Q.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는 구조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럼에도 이 분야를 계속 지켜오신 이유가 궁금해요.
아이러니하지만 아직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더 애정을 갖게 된 것 같아요(웃음). 손볼 수 있는 지점이 많아서 내가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낼 여지가 있고, 그로 인해 이 분야 전반에 실제로 기여한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Q. 능력이 있다면 더 주목받는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인정받는 길이 편할 수도 있잖아요. 변호사님의 선택은 왜 달랐나요?
오지랖 넓은 성향 때문인 것 같아요. 형사·가사 사건은 의뢰인에게 이입을 많이 하게 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자괴감도 커서 제가 오래 하기 어렵겠더라고요. 상대적으로 감정적 거리를 둘 수 있을 것 같아서 부동산 분야를 택했지만, 한 사건을 잘 해결해도 비슷한 분쟁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회의감이 쌓였고요.
반면 도산 분야에서는 사건 하나를 넘어서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시도할 여지가 있었어요. 지금은 개인을 돕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차원의 문제 개선에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일하고 있어요. 영끌 투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에 관심이 생겨서 20대 청년들을 위한 신용 강의는 우선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대한변협 도산변호사회 활동을 하면서 전문 법원 설치를 위해 법원에 의견제시를 하거나, 전문법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교류도 했고요. 당장의 주목이나 인정보다는 문제의 본질에까지 관여한다는 감각이 저에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오지랖이 각자도생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약점이나 방해 요소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변호사님에게는 내 길을 찾고 역량을 더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 것 같아요.
초년 차에는 저도 약점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성향이 ‘해결사’라는 업무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저는 변호사의 역할에 경계를 많이 두지 않는 편이에요. 원래도 사건을 맡으면 서류만 보지 않고 필요하다면 실제 상황도 직접 들여다보려 했거든요. 분양권 사건을 맡으면 직접 분양 상담을 받아보는 식이었죠.
회생·파산 사건을 하다 보면 각종 장부와 명세서까지 들여다보면서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을 낯설어하거나 힘들어하는 변호사님들도 있어요. 저는 그런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법리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끝까지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매사를 바라보는 성향이 이 분야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Q. 변호사님의 방식이 실무에서도 분명한 결과의 차이를 만들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사례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프랜차이즈 사업 실패로 개인회생을 신청하신 분의 사건이 기억에 남아요. 본사의 과도한 요구로 채무가 급격히 늘어난 경우였는데, 회생이 시작되자 본사에서는 회생을 기각시켜야 한다는 이의신청서를 내면서 강하게 반발했어요. 채무자의 사치가 원인이었다거나, 채무자가 소득과 재산을 숨긴다는 등 대부분 근거 없는 주장이었죠.
보통은 2~3회면 보정이 마무리되는데, 그 사건은 16번을 거쳤어요. 시간도 많이 들고 수익 면에서도 맞지 않으니 대부분의 사무실이라면 중간에 정리했을 거예요.
하지만 개인의 책임으로만 끝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고, 사건에 조정의 여지가 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변호사가 조금 더 버티고 노력하면 한 사람이 하루라도 빨리 신용을 회복해서 일하고 세금도 낼 수 있는 거잖아요. 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사건을 가장 좋은 방향으로 끝내려는 태도 덕분에 그 정도로 사건에 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프랜차이즈 개인회생 관련 영상
1) https://youtu.be/Qh6QAuQFRVo?si=iACaZfFWSgU6M6Ps
2) https://youtu.be/fLeVeA5ejT0?si=TchuB-1_s-P4YiAw
유튜브, 마케팅 넘어 사건의 질 높이는 수단
Q. 구독자가 7만 명 가까이 모인 ‘회생파산연구소’ 유튜브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회생·파산 분야는 단골 개념이 없어서 신규 고객이 매번 유치돼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이 필수거든요. 파워링크, SNS, 블로그, 네이버 밴드까지 안 해본 게 없었는데, 비용과 노력 대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한계를 느꼈어요. 그래서 광고 대신 콘텐츠를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뢰인분들 중에 제 영상을 다 보고 오셨다는 분들도 생기더라고요.
이 분야에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도 중요한 계기였어요. 제가 16번까지 한 적이 있듯이, 보정은 회생 위원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절차가 아니라 소명하고 조정하는 과정이거든요. 그런데 이를 오해해서 회생 위원의 결정대로 무조건 따르는 사례가 많았어요. 최소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는 통로 하나는 만들고 싶었죠. 실제로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는 예전처럼 잘못된 정보를 듣고 오셔서 질문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동료 변호사나 법률 사무원분들도 제 영상을 많이 보신다고 들었어요.
Q. 변호사님들이 언변이 좋으시지만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건 또 다르다고 많이들 어려워하시더라고요. 변호사님은 처음부터 수월하셨어요?
전혀요(웃음). 열심히 연기하는 거예요.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익숙한 성격이 아니라서 지금도 촬영할 때마다 힘들어요. 초반에는 2시간 정도만 촬영해도 하루 종일 기진맥진할 정도였거든요.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즐거운 일은 아니에요.
Q. 잘 안 맞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을 어떻게 꾸준히 잘 해오실 수 있었나요?
촬영은 힘들지만 마케팅은 좋아해요. 관련 책도 많이 보고, 강의나 컨설팅도 많이 듣고, 마케터들에게 직접 물어볼 때도 많죠. 시장을 분석하고 유튜브에서 어떤 주제를 어떻게 풀지 전략을 짜는 과정은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면이 포함된 일이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콘텐츠 시장도 너무 치열해졌잖아요. 유튜브에서 도산 관련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는 한정되어 있는데, 계속 파이가 나뉘고 있어서 기존에 하시던 분들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려면 공부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다고 느껴요.
Q. 변호사님의 기획력이 특히 돋보였던 영상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압류 금지 통장’이나 ‘일반 사람이 빚 1억 갚기 어려운 이유’ 같은 영상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알고리즘에 잘 노출되는 채널을 비교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구독하면서 시장 공부를 많이 했고, 고객 전환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도달되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적용한 콘텐츠들이었어요. 주제나 키워드, 썸네일 문구 등에 그런 전략을 반영했죠. 실제로 반응이 컸고, 그 계기로 지식인사이드라든지 외부 프로그램 섭외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영상들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는 아니에요. 대중적으로는 잘 퍼지지만, 곧바로 제 잠재적 의뢰인에게 이어지는 영상은 아니거든요. 저는 회생·파산을 고민하는 분들의 이해를 한 단계 높이고 실제로 도움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시장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콘텐츠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Q. 시장의 변화 등을 고려해 앞으로 고민하시는 부분이 있으실 것 같아요. 가장 크게 고려하는 지점이 있다면요?
우선은 제가 덜 힘들 수 있도록 유튜브 포맷을 팟캐스트 형식으로 바꿨어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까 훨씬 편하더라고요. 작년부터는 전문 PD와 함께하는 재연 형식의 콘텐츠나, 실제로 의뢰인을 찾아가는 현장 중심 콘텐츠도 하고 싶었는데, 좋은 PD님을 기다리느라 시작하지 못했어요. 최근 좋은 분을 만났으니, 올해부터는 해보고 싶었던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들도 꼭 시도하고 싶어요.
섬세한 팀플레이를 만드는 ‘잘한다’는 감각
Q. 회생·파산 분야는 조직 전체의 팀워크가 특히 중요하다고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민사 사건에서는 담당 직원의 역할이 일정·비용 관리처럼 보조적인 경우가 많지만, 회생·파산에서는 의뢰인과의 소통 자체가 업무의 큰 비중을 차지해요. 의뢰인의 질문이 굉장히 많고, 상황에 따라 즉각적인 안내와 피드백을 해드려야 하거든요. 이 분야는 대부분 의뢰인 한 명당 전담 직원을 1대1로 배정해 소통합니다.
또 순수한 법률 사무만이 아니라 각종 서류 발급, 계좌 정리 등 행정 업무도 많아요. 사건 하나를 변호사 혼자서 완성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의 역할과 협업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특히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Q. 변호사님은 조직을 꾸리실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셨나요?
저희 구성원들에게는 ‘이 사건은 우리가 가장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책임감 있게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자긍심이 조직에 대한 애정으로도 이어진다고 느껴요. 실제로 회생 위원분이 개업하면 저희 직원을 스카웃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고, 어느 파산관재인이 넌지시 추천해 주셨다면서 저희를 찾아오신 의뢰인도 있었어요. 그런 경험을 하면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싶어서 뿌듯하죠.
대표 혼자만의 의지로 좋은 조직을 만들 수는 없는 것 같고요. 같은 기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오래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저희 직원들이나 어쏘 변호사님이 자발적으로 뭐든 더 배우고 싶다고 아침 일찍 나오셔서 공부하고, 같이 스터디도 하시거든요. 내재된 성실성을 가진 분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저도 더 많이 신경 쓰게 돼요.
Q. 어떤 점을 특별히 신경 쓰시는지 궁금해져요.
오랫동안 고민한 부분인데요. 법조계에서 법률 사무원은 보조적인 역할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성장 경로를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조직도 드물고요. 저희는 입사 초반에는 배우는 데 집중하고, 이후 업무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가며 5년, 10년 뒤 어떤 역할까지 갈 수 있겠다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또 무리한 사건을 밀어붙이지 않고, 사건 퀄리티를 조직 차원에서 관리해서 직원들의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이려 하고 있고요. 그 연장선에서 주 4.5일 근무제도 도입했습니다. 자기 일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끊임없이 살피고 있어요. 다행히 직원들도 회사가 이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고 있고, 계속해서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갖는 것 같아요.
Q. 변호사 일과 경영·운영은 또 다른 영역이잖아요. 지금과 같은 기준과 환경을 갖추는 데 힘들었던 순간이나 시행착오는 없으셨나요?
초반부터 직원 트레이닝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는데, 한 번은 직원 세 명이 연달아 이탈한 일이 있어요. 알고 보니 한 사람이 다른 사무실로 옮기면서 함께 데려간 거였죠. 허탈했지만 단기적인 조건만으로도 쉽게 조직을 떠날 수 있다는 현실을 체감한 계기이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연봉으로 붙잡는 게 조직 관리에서 능사는 아니잖아요. 돈으로 해결하면 기준이 흐트러지고 전체의 균형이 깨질 수 있으니까요. 그 이후로 경영에 대한 제 관점이 많이 바뀌었고, ‘왜 여기에서 일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도록 근무 구조, 복지, 성장 경로를 더 입체적으로 고민하게 됐죠. 다행히 지금은 큰 이탈 없이 팀이 잘 유지되고 있어요.
건강한 거리 감각이 만든 지속하는 힘
Q. 유튜브와 같은 이름의 ‘회생파산연구소’라는 네이버 카페도 운영하시더라고요. 의뢰인분들 사이의 소통 공간처럼 보였는데요. 어떤 취지로 만드셨나요?
실제 회생·파산을 진행 중인 분들이 모여있는 공간이고, 지금 3천 명 정도 계세요. 이분들이 법률 사무원과 바로 소통할 수는 있지만, 같은 상황을 겪는 사람끼리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유튜브로는 할 수 없는 커뮤니티 역할을 할 곳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의뢰인을 꼭 서비스 이용자로만 대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때로는 의뢰인분들에게 더 단호해질 때도 있어요. (웃음) 생업 때문에 바쁘고 어려운 건 이해하지만, 계좌 정리나 진술서 작성을 대신 해달라고 하실 때는 원칙을 분명히 말씀드려요. 회생 과정은 절차를 대신 처리해 주기보다, 자신의 돈 흐름이나 지난 시간을 직접 마주하도록 도울 때 당사자에게도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도 줄어들고요.
처음엔 불평도 하시지만 진심이 전해지면 대부분 기꺼이 따라주시더라고요. 자괴감과 죄책감에 짓눌려 있던 분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힘을 내고, 회생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으로 회복하시는 걸 볼 때 보람이 정말 커요.
Q. 의뢰인이나 사건에 많이 이입하는 성격이라고 하셨는데요. 힘든 상황에 계신 분들을 대하는 일이 감정적으로 소진될 때는 없으세요?
감정 이입이 큰 편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더 선을 지키려고 해요. 제 역할은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선까지니까요. 직원 교육에서도 ‘균형을 잃지 말자’고 가장 강조해요. 사정이 딱한 사례가 많다 보니 직원들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주고 싶어서 무리하려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는 제가 다시 보수적으로 선을 잡아요. 범위 안에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되, 대리인으로서의 경계를 지켜야 이 일을 오래,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케팅부터 실무까지 챙기실 게 정말 많으실 텐데, 바쁜 일정 속에서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잡는 편이세요?
솔직히 계속 소진하면서 일하고 있어요(웃음). 그래도 좋아하는 요소들이 일 안에 섞여 있어서 버텨지는 것 같고요.
유일한 회복 루틴은 사우나예요. 늘 긴장도가 높다 보니 신경을 진정시켜 주는 환경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핸드폰을 두고 강제로 휴식 상태로 들어가는 것도 좋고요. 러닝이나 명상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요즘 많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있고요. 온라인 사우나 커뮤니티에도 들어가 있어요. 직접 못가더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들떠서 얘기하는 것만 봐도 좀 힐링이 돼요.
Q. 앞으로도 도산 분야는 구조적으로 수요가 지속될 거라고 전망되더라고요. 이 분야에 관심 갖는 후배 변호사들에게 미리 고민해 봤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회생·파산은 민·형사처럼 승패가 갈리는 구조가 아니라서 사전에 가능성만 잘 검토하면 결과를 비교적 예측할 수 있는 분야예요. 저처럼 결과에 크게 이입하는 성향이라면 심리적 소모를 덜 수 있을 거고요. 법원 출석이 없어서 지역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죠.
다만 진입 장벽은 높다고 생각해요. 모르는 상태에서 진입하기 힘들고, 회계나 경영 감각 없이 뛰어들면 리소스 계산을 잘못해서 손해 보고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요. 반대로 사업으로만 접근하면 채무자를 생각하기보다 중간에 타협하기 쉽죠. 실제로 사건을 빨리 끝내는 걸 좋은 성과로 평가하는 조직도 있고요.
변호사가 불성실해도 당장 크게 드러나지 않는 구조라서, 피해는 다 의뢰인에게 돌아가거든요.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초심을 유지하고, 권위의식 없이 성실하게 사건을 다룰 수 있는 분이 건강하게 잘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변호사들이 이 분야에 들어와 제도와 의뢰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여쭐게요. 5년, 10년 뒤에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계시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5년 뒤 은퇴가 목표예요. 현업에 좋은 후배 변호사님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토대를 다져두고, 그분들이 이 분야를 더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역할로 넘어가고 싶어요.
요즘 리걸테크에도 관심이 많아요. 지난 12월에 처음 열린 법률 산업 박람회에서 변호사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들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는 걸 체감했거든요. 자동화와 효율화가 잘 이뤄지면 서비스 단가를 낮추고, 직원들의 소진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아직 본격적으로 뛰어들 단계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쌓인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분야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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