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아픈 환자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를 받기 전에는 없던 증상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기존 증상이 치료 이후 더 악화되는 등 병원에 가기 전보다 상태가 더 나빠졌다면 누구라도 의료 과실의 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되고 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 들어갈 때는 걸어서 들어갔는데 치료를 받고 나올 때는 휠체어에 앉아서 나오게 되었다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의료 과실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의료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단지 치료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언제나 의료 과실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의료 행위의 결과가 나쁜 것이 의료 과실을 의심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될 뿐이고, 그 의료 행위가 규범적으로 의료 과실에 해당하는지는 환자 측에서 입증을 하여야 합니다.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실제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양쪽 엉덩이와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을 호소하면서 피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피고는 검사 후 원고의 상태를 제2~5요추 사이 척추관 협착증으로 진단하였고 제2요추 척추궁 절제술, 제3~4요추 전후궁 절제술, 척추궁 절제술을 시행하였습니다.
나. 그런데 원고는 수술 후 왼쪽 다리에 족하수(foot drop) 증상이 나타났고 발목과 엄지발가락의 신전력·굴전력이 근력 등급 1등급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마비 상태가 되었으며 좌측 제4·5요추 및 제1천추 신경근 지배 영역의 감각 저하가 남게 되었습니다.
다. 이에 환자가 손해배상을 구하는 의료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3. 환자 측 주장
환자 측의 주장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수술을 위해 입원할 당시에는 혼자 걸어 다녔고 다리 마비 증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술 이후 왼쪽 발목과 발가락에 마비가 생겼으니 이는 명백한 의료 과실입니다.”
즉, 수술 전에는 없던 증상이 수술 후 생겼다는 점을 근거로 의사의 과실을 주장한 것입니다.
4. 재판부의 판단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의료 행위 이전에 실제 발생한 결과(이 사건에서는 왼쪽 발목과 발가락의 마비 증상)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것만으로는 의료상의 과실을 추정할 수 없고, 그 과실에 관한 증명책임이 의사에게 전환된다고 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피고의 의료과실을 주장·입증하지 못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수술 전에는 괜찮았고 수술 후 나빠졌다"라는 사정만으로는 의사의 과실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으며 의사의 수술 과정에서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를 환자 측이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과실 있는 행위에 관하여 주장조차 하지 못하였다고 나와 있는바, 이는 원고가 문제 된 의료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5. 결론
그런데 이 사건은 환자가 승소할 수 없었던 사건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리 디스크(척추관 협착증) 수술 이후 족하수가 발생한 의료 사고 중에는 환자가 승소한 사건이 다수 있습니다.
100%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도 의무 기록 분석과 진료 기록 감정을 통해 접근했다면 충분히 의료 과실이 인정될 여지도 있었던 사건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 측은 의료 과실을 제대로 주장·입증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패소하였으니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결론적으로 의료 소송은 “결과가 나쁘다"는 사실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치료 후 상태가 악화되었다면 그 악결과가 어떤 의료 행위의 어떤 잘못에서 발생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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