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 의사의 업무상 신체접촉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될 수 있다
트레이너, 의사의 업무상 신체접촉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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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 의사의 업무상 신체접촉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될 수 있다 

고용준 변호사

헬스장·병원에서의 ‘업무상 신체접촉’ 어디까지 허용될까

헬스장, 병원, 필라테스 센터, 재활센터처럼 업무상 신체접촉이 빈번한 업종에서는 ‘이 정도 접촉도 문제가 되는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실제로 트레이너가 회원의 자세를 교정하면서 허리를 잡는다든지, 의료인이 복부·골반 주변을 진찰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부위 근처를 촉진하는 일은 흔한데, 최근 대법원은 이 같은 업종에 매우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설명과 동의 없이 이루어진 민감 부위 접촉은 업무 목적이라도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이는 단순히 의료계에 국한된 기준이 아니라, 헬스장 추행 사건·필라테스 추행 사건·마사지샵 추행 사건 등 다양한 실무 사례에서 적용될 수 있는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환자의 성적자기결정권 보호를 우선시하며 ‘설명·동의 절차’의 중요성을 분명히 강조했습니다.

오늘은 최근 대법원 판례에 나온 실제 사례를 통해 업무상 신체접촉이 허용되는 기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진료 명목으로 민감 부위를 눌렀다면?

이 사건에서 한의사 A 씨는 교통사고 치료 후 소화불량 진찰을 이유로 환자의 가슴과 치골 부위를 촉진했는데, 그 과정에서 음부를 손가락으로 눌렀다는 혐의강제추행죄가 문제되었습니다.

1심은 증명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일관되고, 피고인을 무고할 동기가 없으며, 치골과 음부를 구분하여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남성 의료인이 여성 환자의 치골 부위를 촉진할 경우 오해 가능성이 높아 매우 주의해야 하는데, 설명·동의 절차, 간호사 입회 등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유죄를 확정했고, 의료인이 업무상 신체접촉을 하는 과정에서도 추행 범죄가 성립하는 기준을 상세히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업무상 신체접촉 → 추행 여부’ 판단 기준

대법원은 의료인의 진료행위가 본질적으로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고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것이므로 신체접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접촉이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평균적 일반인의 관점에서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여러 세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접촉 부위의 민감성, 환자의 성별·연령·의사 및 증상, 해당 부위 촉진의 의학적 필요성, 치료 목적과의 연관성, 대체 가능한 진료 방식 존재 여부, 접촉이 발생한 장소의 객관적 상황 등이 모두 고려됩니다.

특히 사전 설명과 동의 여부, 그리고 해당 접촉이 업계에서 객관적으로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방법인지는 핵심 요소로 꼽혔습니다.

이는 헬스장에서 트레이너가 몸을 잡아주는 행위나 필라테스 강사가 골반을 밀어주는 행위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민감 부위 주변을 만져야 한다면 반드시 그 이유와 방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며, 설명 없이 접촉하면 그 순간부터 업무상 정당행위가 아닌 강제추행으로 비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업무상 신체접촉이 왜 추행으로 이어지는가

이번 판례가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업무 목적이 있다고 해서 모든 접촉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접촉이 이루어진 경위와 부위, 설명·동의 절차, 대체 가능성, 피해자의 인식과 진술 등이 조합되면 업무상 접촉이 단번에 추행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치골과 음부처럼 구분되는 부위를 명확히 구분해 진술하고, 접촉이 비의료적이거나 불필요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되면 피고인의 ‘오해’ 주장이나 ‘업무상 필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이는 헬스장 추행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데, 자세 교정이라며 엉덩이·골반·가슴 등 민감 부위를 설명 없이 만졌다면 업무 목적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방어가 어렵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이 얼마나 강력한 증거로 기능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입니다.

헬스장·병원·필라테스 등에서 특히 유의해야 하는 상황

업무상 신체접촉이 있는 모든 업종에서 다음과 같은 상황은 추행 리스크가 특히 높습니다.

설명 없이 민감 부위 주변을 만지는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접촉이 길어지는 경우, 접촉이 업무 목적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경우, 고객이 불편함을 표시했는데도 접촉을 지속한 경우 등은 수사 단계에서 불리하게 평가됩니다.

특히 트레이너나 의료인이 “고객이 착각한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피해자가 접촉 부위를 명확히 인식하고 일관되게 진술한다면 법원은 착각 가능성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상 신체접촉 과정에서 설명·동의 절차는 곧 추행 혐의를 막는 가장 핵심적인 방어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업무상 신체접촉”의 허용 범위는 설명·동의가 결정한다

대법원 판례는 헬스장·병원·필라테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신체접촉이 문제될 때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업무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접촉 부위의 민감성, 절차의 적정성, 설명과 동의 여부, 업계의 일반적 실천 기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추행 성립 여부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성범죄 혐의를 받았다면 초기 조사에서 접촉의 필요성과 과정, 설명·동의 여부 등을 구조화해 진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피해자 진술이 중심이 되는 성범죄의 특성상 초기 대응이 사건의 절반을 결정합니다.

헬스장·의료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모든 신체접촉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이 기준을 숙지하여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하고, 이미 혐의를 받은 경우라면 전문적인 분석과 방어 전략 구성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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