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와 쟁의행위에 관하여 지난 18일 법무법인 로고스에 전문가 패널로 참여할 때 작성한 토론문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다만 아직 시행령이나 노동부의 공식적인 해설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과 추론을 동원해 만든 글이라는 점을 감안하며 읽어주세요.
1. 들어가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2025. 8. 24.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개정안은 ①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고(제2조 제2호 후단 신설), ②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하는 현행 규정을 삭제하였으며(제2조 제4호 라목 삭제),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및 이 법 제92조 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노동쟁의로 정의(제2조 제5호),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및 배상책임을 제한하였다(제3조 및 제3조의2). 개정되는 조문 수는 적지만 그로 인한 노동계 전반에 미치는 효과와 파급력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개정안의 내용 중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를 중심으로 쟁의행위와 관련된 당면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엄밀히 말하면 노동쟁의의 개념과 쟁의행위 및 단체교섭 대상은 같지 않다. 하지만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판단기준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기에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쟁의행위의 변화는 결국 맞닿아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개정안을 중심으로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가 쟁의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발전할 수 있을지를 조망한다.
2. 개정 법조문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이하 “勞動關係 當事者”라 한다)간에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ㆍ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및 제92조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참고) 노동조합법 제92조 제2호
가. 임금ㆍ복리후생비, 퇴직금에 관한 사항
나. 근로 및 휴게시간, 휴일, 휴가에 관한 사항
다. 징계 및 해고의 사유와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
라.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
마. 시설ㆍ편의제공 및 근무시간중 회의참석에 관한 사항
바. 쟁의행위에 관한 사항
*개정안과 관련된 내용은 볼드, 밑줄 처리함.
개정안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내용으로 ①쟁의행위의 목적(근로자의 지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 추가됨), ②쟁의행위의 절차(하청 노동조합도 쟁의행위의 주체가 되면서 발생할 교섭창구단일화와 찬반투표 절차 등 문제), ③직장폐쇄 및 평화의무(하청회사의 직장폐쇄, 신설 하청 노조의 쟁위행위 등), ④손해배상(개정안 제3조 및 제3조의2)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하에서는 항을 나누어 각 내용들을 검토한다.
3.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과 관련된 변화
가. 근로자의 지위 문언 신설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근로자의 지위’를 근로조건의 예로 포함시켰다. 근로자의 지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해석을 필요로 하지만, 노동쟁의의 대상에 이미 해고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더 넓은 개념이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용형태 변화, 인사이동, 승진, 인사고과 및 성과평가, 징계 등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집단성을 전제로 한 노동쟁의의 특성상 특정 개인의 승진이나 인사이동이 그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의 지위와 관련되는 사항의 원칙, 기준, 절차, 방법에 관한 결정의 불일치는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인사에 관한 사항이 단체교섭 대상에 속하는지에 관해 견해의 대립이 있었으나, 노동쟁의 개념에 ‘근로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이 추가된 점에 비춰 앞으로 인사에 관한 사항은 어느 정도 경영권과 관련되어 있더라도 단체교섭의 의무적 교섭 대상 및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미 인사에 관한 사항에 대해 단체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장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혼란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른바 ‘경영권’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먼저 그동안 경영권에 대한 판례의 흐름을 보고, 개정안으로 예상되는 변화와 참고가 될 수 있는 해외의 판단기준을 소개한다.
1) 경영권(경영사항)에 대한 기존 판례의 흐름
(이철수 교수님, 경영권이라는 신화를 넘어, 서울대학교 법학 제62권 제4호, 2021. 12. 인용)
IMF 이전 대법원 판례는 경영사항에 대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일률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태도는 IMF 경제위기를 거치며 경영권의 불가침성을 인정하고 이를 헌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으로 확립되었다. 이 시기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쟁의행위가 크게 증가하였는데, 대법원은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99도5380 판결).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법원 판례와 반대 입장을 취하는 하급심 판례가 등장하고(대전지방법원 2011. 1. 28. 선고 2010고단1581, 2010고단2729 판결-대법원 2012도14654판결로 파기환송),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판결(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0406 판결)이 나오는 등 판례 흐름에 변화가 있었다.
2) 개정안으로 예상되는 변화
개정안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의 대상에 포함한 이상 앞으로는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일지라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고 당연히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의 예로는 정리해고, 사업 부문의 폐지·축소·확장·부서 통폐합 등 사업조직 변경, 업종 전환, 업무의 하도급 및 외주, 사업 양도, 분할, 합병, 생산공정의 해외 이전, 사업장의 이전, 신규설비 도입, 자동화 등이 있다. 아울러 개정안 제2조 제2호에 따라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되었으므로 원청의 사업경영상 결정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 및 쟁의행위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위 예시에 해당하는 모든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단체교섭 의무가 부과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원은 경영사항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에 관하여 일응의 판단기준을 세우고 개별적·구체적 사안에 따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 경영 결정의 근거와 원인 등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개별 기업 및 노동조합은 향후 축적되는 판례를 통해 특정한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단체교섭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점진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3) 경영사항의 단체교섭에 대한 해외 사례 소개
(정진경 교수님, 미국의 단체교섭대상사항-소위 경영사항의 단체교섭을 중심으로- 노동법 연구, 2005. 참조 및 재인용,
이승욱 교수님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에 따른 향후 과제, 한국노동법학회 정책토론회, 2025. 참조 및 재인용)
현재 국내에는 경영사항의 단체교섭 의무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기에 유사한 상황에 대한 해외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여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가) 미국은 일찍부터 경영상 결정의 단체교섭 의무에 대해 판단해왔다. 그러나 연방법원 및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의 판단기준에는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고 아직도 구체적인 기준은 정립되지 않았으며 견해가 완전히 통일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공장이전과 관련하여 만장일치로 통일적인 기준을 정립한 Dubuque Packing Co. 사건에서의 판단기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사용자의 공장이전 결정이 사용자의 경영의 본질에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사용자의 공장이전 결정은 일응 의무적 교섭사항이 된다. ② 사용자는 공장 이전 결정의 원인이 인건비(직접 또는 간접)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거나, ③인건비가 요인이었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경영상 결정 내용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양보안을 제시하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무용성 항변(futility defense)를 입증함으로써 의무적 교섭사항에 해당하지 않음을 항변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미국에서는 ▲근로조건의 문리적 해석, ▲단체교섭을 통한 해결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산업 일반의 관행, ▲균형성 기준(Balancing Test) 기준 등이 판단 기준으로 제시되어 왔다.
나) 한편 일본에서는 사업장 재편성이 문제된 토치키 카세이 사건에서 “직장편성이란 한편으로는 어떤 제품을 어떠한 작업조직으로 생산할 것인가 하는 생산계획, 작업계획이고 따라서 사용자가 경영권에 기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며 그에 필요한 인원의 조달이나 이동도 사용자가 결정할 사항이나, 다른 한편으로 위와 같은 직장 재편성은 필연적으로 원래 노사간의 합의에서 정하여야 할 근로자의 직종, 취로 장소 등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관련되어 있으므로 근로자의 단결권이 보장되고 있는 것도 결국 이들 근로조건을 대등한 교섭에 의해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합의로 정할 것을 가능케 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단체교섭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단체교섭의 보장은 무의미하게 되어 버리므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라고 판시하였다.
다) 앞서 본 해외의 판단기준들 즉 ‘사업경영상의 결정의 태양과 이를 통하여 추구하는 목적, 이와 관련한 근로자의 이해관계, 근로자의 양보를 통한 해결이 가능한 문제인지의 여부, 노사간 이익의 비교·형량’중 일부 또는 전부가 향후 우리 법원의 판단기준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다.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개정안은 소위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에 해당하는 ‘제92조 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노동쟁의의 한 유형으로 추가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소위 채무적 부분에 해당하는 제92조 제2호 마목 및 바목에 대한 단체협약 위반은 제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단체적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인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있음에도 굳이 채무적 부분을 노동쟁의의 유형에서 제외한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이유로 하는 쟁의행위는 ①‘명백성’에 대한 사전 판단의 어려움, ②단체협약 해석에 대한 대법원 법리의 특징, ③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의 존재라는 3가지 특징이 맞물려 많은 분쟁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 사전적 의미로 ‘명백하다’는 ‘의심할 바 없이 아주 뚜렷하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의 노사 분쟁에서 ‘의심할 바 없이 아주 뚜렷한’ 경우는 쉽게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한 대부분의 쟁의행위는 명백성이 부정되어 위법한 쟁의행위에 해당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데 이는 개정안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위법한 쟁의행위에는 형사처벌이 예정되어 있기에 명백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은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다. 즉 ‘명백성’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예시>
ⅰ)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용자는 단체협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나아갔다.
ⅱ) 동시에 노동조합(근로자들)은 사용자에게 단체협약 이행청구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였고,
ⅲ) 사용자는 불법파업을 이유로 노동조합 위원장을 노동조합법위반죄로 고소하였다.
ⅳ) 민사소송 1심에서 단체협약 해석상 사용자에게 이행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이 패소하였다. 근로자들은 항소하였다.
ⅴ) 형사소송 1심은 민사소송 1심 사실인정을 존중하여 사용자가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쟁의행위의 목적의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로 위원장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위원장은 항소했다.
ⅵ) 민사소송 항소심은 1심을 취소하고 근로자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고,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사례에서 민사법원 1심은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이 없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는 단체협약 위반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에서도 상반된 판결을 내릴만큼 명백하지 않은 사안인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례에서 형사 항소심이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이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민사법원에서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사실관계가 확정한 상황에서, 단체협약의 명백한 위반을 이유로 행한 쟁의행위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형사소송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과적으로 ‘명백성’의 해석은 문언의 사전적 의미와 다르게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2) 나아가 단체협약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필연적으로 단체협약 해석의 문제와 연관되는데, 현재 대법원의 단체협약 해석 법리는 ‘명백성’ 판단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대법원은 “처분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에 의하여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한편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그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단체협약 해석에 관한 특유의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두896 판결). 이는 법률행위 해석의 원칙에 변형을 가하는 모습이어서 단체협약 위반의 명백성 판단은 일반적인 처분문서의 해석·판단보다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3) 위와 같은 ‘명백성’에 대한 사전 판단의 어려움과 형사처벌에 대한 엄격한 증명책임 등으로 인하여 명백한 위반의 의미는 법문과 달리 점차 넓게 해석되리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나아가기 전 제3의 기관(법원, 노동위원회 또는 별도의 기구)이 ‘명백성’을 판단해 주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으나, 이는 단체행동권이 사전에 전면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위험과 사전 판단이 나올 때까지 쟁의행위가 시기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는 문제점이 남는다.
4) 결국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양 당사자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적확한 표현을 사용할 것이 강조된다. 또한 분쟁의 예방을 위해 기존 단체협약의 문언을 전반적으로 검토·수정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 쟁의행위의 절차의 변화
개정안 제2조 제2호 사용자 개념의 확대로 인하여 하청 노동자들도 자신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명시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원청과 하청노동조합 사이 단체교섭에서 교섭창구단일화를 하여야 하는지, 개별교섭을 할 수 있는지, 교섭창구단일화를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여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은 입법불비의 상황이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9조의5는 제37조 제2항의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 조합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주도하지 아니하는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제37조 제2항).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사업장의 경우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쳐야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제41조 제1항). 결국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창구단일화에 관한 내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 쟁의행위 절차에도 많은 변경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5. 직장폐쇄 및 평화의무
1) 하청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주로 파업, 태업, 준법투쟁 등 조업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원청과 하청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사업 단위로 구성되어 있을수록 그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하청 회사의 입장에서는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의 타격을 하청 회사가 받아야 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따라서 하청 노동조합의 원청에 대한 쟁의행위에 대항한 하청 회사의 직장폐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청 회사 A의 근로자 100명 중 3명만이 원청을 상대로 한 파업에 참가하고, 다른 하청 회사 B, C, D의 근로자 대다수가 원청을 상대로 한 파업에 참가하여 모든 원·하청의 생산라인이 중단된 경우와 같은 상황에서도 A 하청 회사가 직장폐쇄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본래 직장폐쇄는 하나의 사용자와 하나의 노동조합(교섭대표노동조합)의 1:1 관계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쟁의행위의 모습이 복수의 사용자와 복수의 노동조합이라는 다면적 관계로 바뀐 이상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2) 개정안은 평화의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그 유효기간 중에는 협약에서 정한 사항의 개폐를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가 발생한다. 기존 교섭창구단일화에 의한 1사 1교섭 원칙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개정안에 의한 다면적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 상황에서는 평화의무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하청 노동조합이 하청 회사와 복리후생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유효기간 내에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같은 종류의 복리후생을 의제로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실시한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겠다.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하는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하청 회사에게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을 것이므로, 하청 입장에서는 사실상 평화의무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6. 손해배상 책임 제한
그동안 쟁의행위가 위법하다고 판정되면 사용자는 노동조합과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 개인에게 부진정연대책임을 물어 천문학적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다. 사용자가 조합원 개인에게 평생을 일해도 갚을 가능성이 없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목적은 손해의 보전에 있기보다 노동조합 활동과 파업을 봉쇄하기 위한 성격이라는 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현실적인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기준을 설시하였다(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
개정안은 ①위 대법원 법리를 반영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 개별적 책임비율을 정하도록 정하였고(제3조 제3항), ②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를 금지하였으며(제3조 제6항), ③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당방위적 성격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및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면책하였다(제3조 제2항, 제6항). 아울러 개정안은 제3조의2를 신설하여 회사가 근로자에게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배임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7. 마치며
이번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등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기본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포함시킨 점은 그동안 경영권 불가침을 전제로 형성되어 온 판례에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 또한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판단기준, 하청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절차, 직장폐쇄의 적법성, 평화의무의 적용 범위 등의 해석과 운용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나아가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에 나아갈 수 있게 되었기에 향후 노사관계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법적 불확실성과 분쟁 가능성이 뒤따른다. 따라서 기업은 단체협약의 문언을 정밀하게 점검하고,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근로조건과의 관련성을 면밀히 분석하여 사전에 분쟁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개정안의 성공적 안착 여부는 노사 양측이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의 장을 만들어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즉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제도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 노사관계의 성숙도를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 문의 : 박운병 변호사(010-8619-6358, wb.park@doongj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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