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사업을 하면서 다른 사람 명의를 빌리거나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로 인해 채권자, 채무자 당사자들간의 진실된 의사와는 다르게 채무를 부담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조심하셔야 합니다.
2. 사실관계
피고는 피고의 대표이사의 형이 운영하던 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함)가 부담하는 대금지급 채무에 대하여 원고, 피고, 소외 회사 모두의 양해하에 자신의 법인 명의로 원고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채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세금계산서를 빌미로 피고에 대하여 장비제작 및 설치대금 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3. 경과
원고는 피고와 장비 제작 및 설치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일부대금을 지급한 점,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점을 토대로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라고 주장하였고, 피고와 피고의 형이 설립한 법인의 이름이 같다는 점 등을 토대로 상호속용에 의한 영업양수인의 책임을 주장하였습니다(상법 제42조 제1항).
4. 판단
가.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가 피고인지 여부
(1)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다267204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거나 위에서 든 증거에다가 갑8, 9호증, 갑10호증의3, 을5 내지 10호증, 을12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O, X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공조 장비를 제작, 설치하기로 한 이 사건 계약의 상대방은 피고가 아니라 소외 회사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나온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피고가 소외 회사와 동일한 'Y 주식회사'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피고의 대표이사 F과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 P이 친형제 사이이며, 소속 직원들도 영업을 할 때 피고를 소외 회사의 '<지역명> 지사'라고 부르는 등 피고와 소외 회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소외 회사는 1999년경, 피고는 2015년경 각각 설립등기를 갖춰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당시 독자적인 법인격을 갖춘 별개의 존재였고, 원고 또한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는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인 2023. 7. 26.경 피고의 대표이사 F과의 대화 중(을12호증, 5면), 원고의 '내가 지금 한 5천만 원 빚이 있어'라는 말에 F이 '그 5천만 원 빚이 뭐야?'라고 하자 원고는 '3,200만 원에다가 1,000만 원, 이번에 1,000만 원도 못 받았잖아'라고 답하였는데, 이에 F이 '그 맨 처음에 P 사장 L에 일 해주고 해서 3,200 얼마?'라고 묻자 '예, 3,200'이라고 답하였다. 원고가 미지급 용역대금이라 주장하는 금액이 31,900,000원인 점에 비추어 위 '3,200만 원'은 이 사건 공조 장비 제작 및 설치용역에 관하여 원고가 받지 못한 돈으로 보이는데, 원고가 'P 사장 L에 일 해주고 해서'라는 F의 말에 대하여 수긍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보아 원고 역시 이 사건 공조 장비 제작 및 설치를 의뢰한 이 사건 계약의 주체를 P이 대표이사로 있는 소외 회사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가 주식회사 R(이하 'R'이라고 한다)과의 소송과정에서 '2017년~2019년 피고 회사(이 사건의 피고와 동일하다) 매입현황'이라는 표제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관하여 발급한 전자세금계산서 금액을 포함하여 국세청 전자세금계산서 매출/매입 현황 조회내역(갑15호증)을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원고가 피고 앞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기 때문에 조회내역에 표시되는 것이고, 전자세금계산서 발행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가 피고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상법 제42조 제1항의 상호 속용 영업양수인의 책임성립 여부
(1) 상법 제42조 제1항의 영업이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말하고, 여기서 말하는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이란 영업을 구성하는 유형·무형의 재산과 경제적 가치를 갖는 사실관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수익의 원천으로 기능한다는 것과 이와 같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이 마치 하나의 재화와 같이 거래의 객체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영업양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양수인이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아 양도인이 하던 것과 같은 영업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5138 판결 등 참조).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채무인수가 없는 영업양도에 의하여 채권추구의 기회를 빼앗긴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영업양도에도 불구하고 채무인수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악의의 채권자에 대하여는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이 발생하지 않고, 채권자가 악의라는 점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그 책임을 면하려는 영업양수인에게 있다. 나아가 채권자 보호의 취지와 상법 제42조 제1항의 적용을 면하기 위하여 양수인의 책임 없음을 등기하거나 통지하는 경우에는 영업양도를 받은 후 지체 없이 하도록 규정한 상법 제42조 제2항의 취지를 종합하면,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고 있었거나 그 무렵 알게 된 경우에는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지 않으나, 채권자가 영업양도 무렵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고, 이후 채권자가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다305659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원고 제출의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 즉 영업을 양수받아 소외 회사가 하던 것과 같은 영업적 활동을 계속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사 피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영업양도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원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회사의 부도 이후에도 베트남을 오가며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 P에게만 이 사건 공조 장비 제작 및 설치용역 대금 채무 이행을 촉구하였을 뿐, 피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관계를 잘 알고, 소외 회사의 국내 영업 중단 이후로도 피고와 수차례 거래를 해왔으면서도 피고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 제기 무렵까지 이 사건 공조 장비 제작 및 설치용역 대금 이행을 청구한 사실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영업 양도 무렵 피고의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5. 결론
피고와 소외 회사가 별개의 법인이며 원고가 이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원고와 피고의 대표이사 간의 대화, 피고의 지인들에 의한 증언, 원고와 피고의 대표이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의 추궁에 대해 수긍하는 태도 등을 토대로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는 원고와 소외 회사임을 입증하였습니다. 그리고 원고가 주장하던 영업양도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으며, 만약 영업양도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와 소외 회사간의 관계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 원고는 패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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