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폭행과 친족상도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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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 폭행과 친족상도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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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 폭행과 친족상도례의 진실 

엄세연 변호사

만일 타인이 아닌 가족 간에 다툼이 벌어지면 어떨까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족은 사소한 의견차이부터 재산 문제까지 다양한 이유로 갈등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최근 저희 사무실에도 남매를 둔 부모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찾아오셨습니다. 30대 중반의 아들과 20대 후반의 딸이 부모님 재산 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결국 서로 고소까지 하게 된 상황이었는데요. 사건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부모님 소유의 아파트 한 채를 두고 아들은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으니 당연히 내가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딸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절반씩 나눠야 한다"고 맞섰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서로 말로만 주고받던 다툼이 점점 격해지더니, 결국 두 사람은 부모님 앞에서 서로 밀치고 때리는 등 몸싸움까지 벌어졌습니다. 아들이 먼저 여동생의 뺨을 때렸고, 딸은 오빠의 팔을 할퀴며 저항했습니다. 결국 둘 다 상대방을 폭행죄로 고소하면서 사건이 커졌고, 부모님은 "가족끼리 이런 일이 벌어져도 법적으로 처벌받는 건지, 친족상도례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하시며 저희 사무실을 찾으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법적으로는 어떻게 처리될까요? 과거 가족 간 범죄에 적용되었던 친족상도례라는 제도는 무엇이고, 현재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친족상도례란 무엇인가?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친족끼리 도둑질하는 예'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가족끼리는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처벌한다'는 우리나라 형법의 특별한 규정이었습니다. 이 제도는 조선시대의 유교적 가족관념에서 출발했는데요. 과거 전통 사회에서는 '가족의 화목'을 무엇보다 중시했고, 가족 내부의 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이러한 전통적 사고가 형법에도 반영되었던 것입니다.

 

친족상도례의 적용 대상은 직계혈족(부모-자녀, 조부모-손자녀), 배우자, 동거친족(같이 사는 친척),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이며 적용되는 범죄는 주로 재산범죄(절도, 사기, 횡령, 배임 등)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아버지의 지갑에서 돈을 훔쳤다면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친족상도례에 의해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재 친족상도례가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에 들어서며 법무부와 대법원은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한 적용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친족상도례가 현대 사회의 개인의 기본권과 법 앞의 평등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지속적으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검찰에서도 가족간 재산범죄에 대해 일반 범죄와 동일하게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습니다.

 

친족상도례 제도의 문제점과 폐지 배경

"가족끼리는 뭘 그런 걸로 따지느냐"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친족상도례 제도가 실질적으로 적용 중단되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심각한 구조적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족 내 경제적 약자가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치매나 인지장애에 걸린 노부모의 재산을 자녀가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 명백한 횡령죄나 배임죄에 해당하지만, 과거에는 친족상도례에 의해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며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고 이런 사건들이 급증했는데, 피해자인 노인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또한 배우자간 재산범죄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부인 몰래 부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도박이나 투자 실패로 날려버리는 경우, 이는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던 시절에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했고, 피해자인 부인은 민사소송을 통해서만 구제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민사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죠.

 

특히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전업주부의 경우에는 변호사 선임비용조차 부담스러워서 사실상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족상도례는 가해자인 배우자를 보호해주는 역할만 했을 뿐입니다.

 

아울러 친족상도례가 가족 내 범죄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어차피 가족끼리니까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 하에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발생한 것입니다. 특히 사업을 하는 가족의 경우,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가족 명의로 허위 거래를 만들어 탈세하는 등의 범죄에서 친족상도례가 방패막으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완전히 다른 악용 사례였습니다.

 

나아가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 가족간의 범죄는 처벌받지 않고, 타인간의 범죄는 처벌받는다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법 앞의 평등 원칙에 비추어 이러한 차별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어, 현재 친족상도례 조항은 최근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사실상 적용이 중단된 상태이며, 국회가 올해 말까지 대체 법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당 면제 조항은 완전히 폐지됩니다.

 

형제자매간 폭행사건의 법적 처리

앞서 소개한 남매의 폭행사건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의뢰인이셨던 부모님이 궁금해하신 친족상도례와 관련해서 명확히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애초에 폭행죄나 상해죄는 애초에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친족상도례는 오직 재산범죄(절도, 사기, 배임 등)에만 적용되었고, 폭력이나 신체 상해에 관한 범죄는 과거에도 가족 사이라도 일반적인 형사처벌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아들이 딸의 뺨을 때린 행위와 딸이 아들의 팔을 할퀸 행위는 친족상도례와는 전혀 관계없이, 일반적인 폭행사건으로 처리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이번 케이스에서는 특별한 고려사항들이 있습니다. 

첫째, 쌍방폭행의 경우에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적용됩니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남매가 서로를 고소했다가도 나중에 화해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표시를 하면 사건이 종결됩니다.

 

둘째,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상속 갈등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재산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 폭행으로까지 번진 것인데, 이런 경우에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사건을 접한 저희 법률사무소 화해에서는 의뢰인이셨던 부모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오빠 A씨와 여동생 B씨의 사건도 원만하게 마무리하였습니다. 초기에는 서로에 대한 강경한 처벌을 요구했으나, 부모님의 중재와 상속 문제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양측 모두 고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다만, 모든 가족간 폭행사건이 이렇게 관대하게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습적이고 지속적인 가정폭력이나, 심각한 상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일방적인 폭행이 가해진 경우에는, 가족 간이라도 엄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 간의 갈등과 분쟁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참고 묵인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더 커지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재산 상속이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히면 감정이 격해지고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혼자 해결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신속하고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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