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박변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이야기 1편(히스토리)
솔직한 박변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이야기 1편(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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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박변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이야기 1편(히스토리) 

박운병 변호사

전직장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한 사건 중 하나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입니다.

노동조합이나 회사 관계자가 아니고서는 평생 알 일이 없고 알 필요도 없는 내용이죠. 사실 노동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변호사님들도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일거에요. 그래도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아마도 수임과 관련없는 변호사님들, 노무사님들이 보시겠죠😂). 어쨋든 몇년 전부터 공정대표의무 위반은 노사관계, 노노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그 이유는 소수노조 측에서 입증이 용이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비해 비교적 결론이 잘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럼 한번 본격적으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해 알아볼까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

일단 용어부터 낯설고 두루뭉술합니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정대표의무 조항의 히스토리부터 알아야 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한 사업장에 하나의 노동조합만을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노조가 하나 있는 사업장에 새로운 노조가 생기면 그건 불법인 시절이었어요. 소위 복수노조 금지 시절이라 말합니다. 그러다보니 사업장에 어용노조나 알박기 노조가 하나 있는 경우 제대로 된 노조를 만들 수 없었고, 또한 노동자가 기존 노조와 가치관이 달라 새로운 노조를 만들고 싶더라도 불가능했습니다. 복수노조금지는 헌법과 국제노동기준에 맞지 않았기에 1997년 노동조합법 전면 개정으로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어른의 사정)으로 실제 시행까지는 약 13년의 시간이 필요했고 200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복수노조가 허용되었습니다.

그런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존에는 사용자랑 노동조합이 하나씩만 있었기 때문에 둘이서 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만들면 됐었는데 이제는 노동조합이 2개, 3개, 4개가 되니까 어디랑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노동조합이 10개가 생겼을 경우 사용자가 10개의 노조와 각각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해야 하면 1년 내내 교섭만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사실 저는 일정한 조합원 비율 이상의 노조와는 각자 다 교섭을 해야한다는데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으나 이번 포스팅에서는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제가 예전에 작성한 기고글이 있으니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위헌성 논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위헌 결정 의견을 중심으로(2024. 6. 27. 선고)

news.inochong.org

그래서 국회는 복수의 노동조합 중 하나의 교섭대표 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조')을 정해서(창구단일화 절차) 그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한번에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하도록 법률을 만들었습니다. 대신 교섭대표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복수노조 및 그 조합원들에게 적용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노동조합들 간에 사이가 좋을 리가 없고요. 왜냐하면 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내가 생겨난 새로운 노동조합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두 번째로는 노동조합들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죠. 한정된 조합원을 나눠가져야 하고, 조합원 숫자에 따라 근로시간면제한도를 나누어 받는 입장이니까요. 즉 저쪽 노조의 세력이 줄어야 우리 노조의 힘이 커지는 파이게임의 형태인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는 자기 노조에게 유리하게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사용자(회사)의 입장에서는 다른 관점이 생겨납니다. .

사실 복수노조가 허용된 것은 사용자에게 나쁜일만은 아닙니다. 만약 교섭대표 노조가 사용자와 호의적인 관계에 있다면 교섭대표노조를 앞세워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교섭대표 노조가 사용자와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면 창구단일화절차의 예외인 '개별교섭 동의'를 활용해서 소수노조와 직접 교섭하여 소수노조에 힘을 실어줄 수 있지요. 이를 적극적으로 악용하여 노조를 탄압하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실제 사례가 바로 과거 유성기업 판결입니다.

위와 같이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서로 이해관계가 맞을 경우 소수노조는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 단체협약체결권, 단체행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다른 소수노조 및 그 조합원들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지 말라는 공정대표의무 조항을 두게 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 노동조합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여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제도들은 모두 교섭창구단일화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2011헌마338).

이처럼 공정대표의무조항은 역사적 배경과 맥락에서 도출된 독특한 제도입니다. 이어 다음편에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누구에게 적용되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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