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검토서] 사적 제재, 정의의 심판인가 또 다른 폭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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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검토서] 사적 제재, 정의의 심판인가 또 다른 폭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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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법률 검토서] 사적 제재, 정의의 심판인가 또 다른 폭력인가 

이현권 변호사

⌛ 기사의 개요

여성 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셰프 A씨의 식당이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피해자는 입사 일주일 만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A씨는 혐의를 부인 중입니다.
공개된 영상에는 만취 상태의 A씨가 피해자의 손을 잡고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고, 피해자는 매일 성폭력과 협박을 당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별점 테러로 식당을 비난하면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문 보기


✏️ 판결보다 앞선 ‘사적 제재’… 정의인가, 또 다른 폭력인가

최근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는 강남의 유명 일식 셰프 사건이 알려지자, 해당 업장은 하루 만에 휴업에 들어갔고 포털 리뷰란은 “여직원 강간하는 곳”이라는 댓글과 최하 별점으로 뒤덮였습니다.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선(先) 응징’에 나선 전형적인 사적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사적 제재란 “사법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이 혐의자를 공개적으로 처벌·배제하는 모든 행위”를 뜻합니다. 

디지털교도소·별점 테러·불매운동 등이 대표적 유형으로 꼽힙니다. 

법이 너무 무르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하기도 하나, 그 권리는 누구에게 줘야 하는지는 또 의견이 분분합니다. 

실제로 온라인 확산 속도와 군중 심리가 결합되면 사실 확인 이전에 ‘마녀사냥’으로 변질되기 쉽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기도 하나, 당장 저만해도 누군가 사고가 터지면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긴 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변호사입니다. 

따라서 법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고, 이 법의 취지와 규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무죄추정의 원칙마저 무력화되는 현실

헌법 제27조는 “형사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사적 제재는 이 대원칙을 무력화합니다. 

온라인에서 이미 ‘가해자’로 낙인찍힌 사람에게 실질적 방어권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재판부와 수사관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정을 해달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죽을 때까지 욕하다가 죽으면 추모한다는 말이 밈으로 쓰일 정도로 누군가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너무도 쉽게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위한다거나 혹은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명확히 알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나, 인류가 법과 제도를 만든 수천 년의 세월은 각 개인에게 이러한 권리를 줄 때의 문제점이 국가가 독점을 했을 때보다 더 좋지 않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 “법을 믿지 않기에” 심각해지는 사적 제재

물론 사적 제재는 “법이 약해서가 아니라, 법을 믿지 못해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왜 사법부를 불신하는지 저를 포함한 모든 법조인이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적 응징은 사실 확인 절차가 결여돼 있어 오류 가능성이 높고, 사회 전반에 혐오·불신을 증대시킵니다. 

이는 결국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어렵게 만들고, 공동체 내 ‘법적 안전망’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혐의 사실이 참혹하고 특히 성에 대한 것일수록 우리는 냉정을 잃기 쉽습니다. 

그러나 ‘분노’가 정의의 한 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정의를 구현하는 유일한 수단이 될 수는 없습니다.


⚖️ 판결 없는 응징보다 공정한 사법절차가 우선 

사적 제재 대신 수사·재판이라는 공적 절차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합법적 제재와 피해 회복을 이루어야 합니다.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판결 없는 응징은 정의가 아니라 폭력이다.”라는 명제가 모든 사람에게 각인되었으면 합니다. 

분노를 ‘사적 형벌’로 소비하기 전에, 묻고 싶습니다. 

나는 정말 정의를 바라는가

아니면 잠시의 쾌감을 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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