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부당특약’ 금지, 수급사업자의 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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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법 ‘부당특약’ 금지, 수급사업자의 권리 찾기 

최승준 변호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상 ‘부당특약’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건설·제조 등 산업 현장에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급사업자가 부당특약에 시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부당특약이란 무엇이고, 수급사업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전가하는 ‘부당특약’ 설정을 엄격히 금지한다. 예를 들어, “추가공사 비용은 모두 수급사업자가 부담한다”, “물가상승·설계변경이 있어도 대금은 조정하지 않는다”, “현장 민원처리비용·산재비용 전액을 수급사업자가 책임진다”는 식의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런 특약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고, 원사업자의 책임을 부당하게 떠넘기는 전형적인 불공정 행위다.

공정위는 최근 ‘부당특약 고시’를 개정해, ▲수급사업자의 권리 제한 ▲기술자료 권리 침해 ▲의무 가중 ▲의무 전가 ▲책임 확대 등 5대 유형을 명확히 제시했다. 특히 계약이행보증금 과다 설정, 제3자 연대보증 강요, 검사비용·환경관리비용 전가, 원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 경감 등도 부당특약에 포함된다. 이처럼 부당특약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됨에 따라, 수급사업자의 권리 보호 장치가 한층 강화됐다.

부당특약으로 인한 피해는 실질적으로 수급사업자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산업 전반의 신뢰를 저해한다. 예컨대,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하도급대금 지급을 유예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변경을 거부하는 경우 수급사업자는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한 기술자료를 무단으로 요구하거나, 비밀유지의무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조항도 기술탈취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 수급사업자가 부당특약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 하도급업체의 경우 거래 단절 등 불이익을 우려해 부당한 계약조건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법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

첫째, 계약서 검토 단계에서 부당특약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계약서 본문뿐 아니라 일반조건, 특수조건, 현장설명서 등 부속문서까지 빠짐없이 확인해야 한다. “일체의 비용”, “전적으로 책임진다” 등 모호한 표현이 있다면 반드시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또, 원사업자가 계약서 교부를 지연하거나 계약 체결 후 일방적으로 변경계약서를 제시할 경우에도 세부 내용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둘째, 부당특약이 의심된다면 공정위의 부당특약 심사지침이나 하도급법령을 근거로 조항 삭제·수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문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고, 협회나 변호사의 법률자문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관련 단체에서 하도급법 관련 교육과 상담을 지원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원사업자가 거부하거나 불이익을 줄 경우 공정위에 신고할 수 있다. 공정위는 신고를 접수하면 조사 후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부당특약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면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실제로 법원은 “계약금액 조정 규정 미비 자체가 부당특약에 해당한다”고 판시(서울중앙지법 2016가합533325)한 바 있다. 즉, 수급사업자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법적 구제수단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넷째, 계약 후에도 변경계약서나 추가합의서 등에서 부당특약이 새로 포함되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하거나, 구두로 불리한 조건을 추가하는 경우도 빈번하므로, 모든 합의는 반드시 서면으로 남기고, 불합리한 조항은 즉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부당특약은 단순한 계약상 조항을 넘어, 산업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치는 독소다. 수급사업자가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사업자 역시 단기적 이익만을 좇지 말고, 표준하도급계약서 준수 등 상생의 거래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 공정위의 규제 강화와 함께, 현장 모두가 공정거래의 가치를 실천할 때 우리 산업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특히 최근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 없는 하도급대금 지급 유예”를 신규 금지 유형으로 추가하는 등, 하도급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수급사업자들은 법적 권리와 보호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당특약 없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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