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하도급 시장에서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문제는 빈번히 발생한다. 하도급법이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다양한 편법과 불공정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하게 거래해야 한다는 법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실제로는 원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자주 발생한다. 이에 따라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의 구체적 유형과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판례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의 대표적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사업자가 발주량이나 규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해 의도적으로 착오를 유발하거나, 타사의 거짓 견적을 제시해 수급사업자를 기만하는 사례가 있다. 실제로 공사량보다 적은 발주량을 통보하고, 추가 공사가 발생하면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둘째, 수의계약 체결 시 도급내역서상 직접공사비보다 낮은 금액으로 대금을 책정하는 행위도 문제로 지적된다.
셋째, 정당한 사유 없이 모든 공종에 대해 동일한 비율로 단가를 감액하는 일률적 단가 인하도 흔히 발생한다. “올해는 경기가 어려우니 전 공종 10%씩 깎자”는 식의 일방적 요구가 이에 해당한다.
넷째, 경쟁입찰에서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한 후, 해당 금액보다 더 낮은 단가로 계약을 체결하자고 추가로 단가를 인하하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 ‘협조금’이나 ‘할인 요청’ 등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무조건 공제하도록 강요하는 사례가 있다. “장기 협력관계니까 5%만 할인해달라”는 식의 요구가 대표적이다.
여섯째, 동일 공종임에도 수급사업자별로 단가를 다르게 적용하는 차별적 대금 책정도 빈번하다. 신규 업체에게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일곱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비용(민원 처리비, 안전 점검비 등)을 수급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행위도 문제로 지적된다.
마지막으로, 계약 체결 후 원자재 가격 하락이나 원사업자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단가를 재조정하자고 강요하는 사후적 대금 조건 변경도 부당한 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들이 모두 법적으로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는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의 실질적 동의 없이 단가를 낮게 정했는지, 수급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의사표시를 했는지, 협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 결정된 대금이 수급사업자에게 얼마나 불리한지, 시장 상황이나 종전 거래 내용은 어땠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즉, 단순히 단가가 낮거나 일률적으로 인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정과 절차, 실질적 협의의 유무, 객관적 타당성 등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계약 단계에서부터 하도급법상 금지 행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도급내역서, 단가계산서 등 직접공사비 산출 근거 자료를 반드시 서면으로 확보해야 한다. 계약조건 변경 시에는 ‘계약 내용 변경 확인서’를 작성해 상호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견적서, 발주서, 납품확인서 등 거래 내역 원본을 보관하고, 주요 협의 내용은 녹음하거나 문자 메시지로 남겨두는 등 증거를 체계적으로 수집·보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이 의심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거나 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활용하는 등 행정적 구제 절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신고할 때는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기술하고, 계약서 사본, 대금 지급 내역, 증거자료 목록표 등을 첨부해야 한다. 조정 절차를 이용하면 소송보다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에, 웬만하면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만약 행정적 구제만으로 해결이 어렵다면, 민사소송이나 형사고발 등 사법적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 하도급대금 청구, 손해배상, 계약 무효 확인 등 다양한 청구가 가능하지만, 이때도 역시 원사업자의 위법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꼭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모든 업무 지시를 이메일이나 공문으로 남기고, 구두로 지시받았을 때는 바로 확인서를 작성해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월별로 거래 내역 대조표를 만들어서 서로 서명해두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중요한 문서는 공증이나 타임스탬프 등으로 위조를 방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건설법률 전문가에게 미리 자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쟁이 생기면 변호사나 회계사와 협업해서 원가분석보고서를 만들어두면 법원에서도 증거로 잘 채택하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결국 건설 하도급 시장의 공정성 확보는 단순한 법적 규제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수급사업자는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하고, 원사업자 역시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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