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 사이에서 종종 불거지는 돈 문제로 의뢰인이 불의의 소송에 휘말린 사건입니다. 헤어진 뒤 상대방(원고)은 교제 기간 동안 자신이 쓴 돈을 ‘약정금’이라 주장하며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공시송달 절차로 1심 판결을 진행했습니다. 의뢰인은 재판 사실조차 모른 채 패소 판결을 선고받았고, 곧바로 통장 압류까지 당했습니다.
압류를 풀지 못하면 일상생활이 마비될 상황. 저는 우선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압류 효력을 멈춰 세우고, 추완항소(뒤늦게 알게 된 판결에 대한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항소심에서 상대방은 “피고가 갚겠다고 말한 카카오톡 대화가 있다”며 이를 결정적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대화 속 “갚을게”라는 말이 곧바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정’으로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두 가지 축으로 방어 논리를 세웠습니다.
구두 의사표시만으로는 약정 성립이 어렵다
연인 간 “나중에 정리해 줄게” 정도의 말은 도덕적 약속(도의적 의무)에 가깝고, 금액·기한·방식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계약의 핵심 요소가 충족되지 않는다.
설령 약정이 성립했더라도 ‘서면 없는 증여’에 해당하여 해제 가능
연애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며 지급한 돈은 실질적으로 증여(민법 제554조) 성격이 강하다.
증여 계약은 원칙적으로 서면 없이도 성립하지만, 증여자가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는 민법 제555조에 따라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의 대화 내용만으로는 반환 채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관계 경위와 지급 경로를 보더라도 증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제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었고, 의뢰인은 압류된 통장까지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연인 사이 금전 거래는 애매한 약속과 호의가 뒤섞여 분쟁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사건을 뒤늦게 알게 돼도, 판결이 이미 내려졌더라도 추완항소·강제집행정지 등 구제 절차가 존재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면 섣불리 체념하지 말고 전문적인 법률 조력을 받아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보시길 권합니다. 작은 한 걸음이 재산과 명예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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