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망 전에 미리 한 상속포기, 법적으로 무효일까요?
부모 사망 전에 미리 한 상속포기, 법적으로 무효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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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사망 전에 미리 한 상속포기, 법적으로 무효일까요? 

유지은 변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겁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나중에 돌아가시고 나서 그 약속을 무시하고 상속을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반대로 “내가 예전에 분명히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그게 무효가 될 수 있나요?” 이렇게 되묻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가족 간 약속이나 감정적인 동의로 인해 미리 상속을 포기하는 일이 현실에서 꽤 자주 발생하는데요, 법적으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오늘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가족관계와 상황 정리

먼저 가족관계를 정리해보죠. 부(父)가 있고 첫 번째 배우자에게서 낳은 자녀 ‘자1’이 있습니다. 이후 재혼하여 두 번째 배우자에게서 태어난 자녀 ‘자2’가 있고요. 부는 생전 재산 중 일부인 부동산을 두 번째 배우자 앞으로 명의이전 해주었습니다. 그러다 두 번째 배우자가 사망하게 되고 그 타이밍에 맞춰 자2는 상속과 관련된 문서를 하나 작성하게 되는데요. 그 문서는 바로 ‘상속포기서’였습니다. 자2는 부의 생전에 상속포기서를 작성해 부에게 전달했고, 이 사실은 첫 번째 배우자인 처1과 자1도 알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자2는 부동산을 단독으로 상속받고 대신 부의 재산은 나중에 상속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셈이죠.

그런데 부모가 사망하고 나서 일이 복잡해진다

그 후 부가 사망하고 나서 본처(처1), 자1, 자2는 법적으로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2가 돌연 부의 은행 예금 수억 원 중 자기 지분만큼을 반환해달라고 은행에 청구합니다. 그러자 자1이 강하게 반발하죠. “너 예전에 상속포기했잖아. 각서까지 썼잖아”라고 주장하며 자2의 청구를 막으려 한 겁니다. 자2는 이미 부동산도 단독으로 받았고 문서상으로도 ‘아버지의 재산은 상속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자1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될 만도 합니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상속 전의 상속포기는 무효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상속포기라는 것은 상속이 실제로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 가정법원에 적법하게 신고해야만 효력이 있다. 상속이 개시되기도 전에 사적으로 작성한 상속포기 약정은 민법상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 즉, 아무리 자필로 써서 서명 날인을 했고, 본인이 자발적으로 포기를 했다 하더라도 그 시점이 ‘부의 사망 전’이라면 법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판결에 따라 자2는 여전히 정당한 상속인으로 인정되었고 은행에 대한 예금 반환청구도 받아들여졌습니다.

상속은 생전에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상속의 법적 성질에 있습니다. 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비로소 ‘개시’되고 그때부터 3개월 내에 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아무리 서약을 해도 효력이 없습니다. 상속은 본질적으로 ‘사망’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살아계신 부모님께 “저는 상속 안 받을게요”라고 백 번 말해봤자 법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셈이죠. 많은 분들이 가족 간의 약속을 너무 쉽게 믿고 넘어가지만 상속 문제만큼은 냉정하게 절차를 따르셔야 합니다.


부모님의 생전 요구나 가족 간 약속으로 인해 상속을 미리 포기한 것처럼 되어 있는 경우라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효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문서가 나중에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하죠. 결국 상속 문제는 ‘사망’이라는 법적 요건이 충족된 이후에만 법적으로 절차가 가능하며 그때도 반드시 가정법원에 정식으로 신고하고 요건을 갖춰야만 유효하게 상속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상속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면서 상속 재산에서 제외하려 한다면 무조건 그 말만 믿지 마시고, 실제로 법적 절차를 밟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상속 분쟁은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 쉬우니 가능한 한 초반부터 정확한 정보와 법률적 판단을 바탕으로 대응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법률사무소 카라 유지은 대표변호사는 이혼/상속전문변호사로 직접 상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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