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처음 불려가는 순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처한 현실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습니다.
특히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지 않겠냐”,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설마 처벌 받겠어”라는 마음으로 조사실에 들어갔다가,
오히려 스스로에게 불리한 진술을 남기고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경찰조사는 수사의 ‘시작’이지만, 동시에 ‘방향’을 정해버리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조사의 흐름, 수사관의 인식, 피의자의 진술 태도, 증거와의 관계 등이 이 단계에서 이미 결정되기 때문에, 잘못된 진술 한 마디, 모순된 해명이 향후 검찰 기소와 형사재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 순간, 법리와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전략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변호사의 조력이 절실한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맡았던 한 사건에서, 이 원칙은 그대로 증명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대한중앙 형사전문변호사 이동규입니다.
오늘은 제가 경찰조사단계부터 억울한 절도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조력하여 사건을 조기에 무혐의 불송치 종결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수 하나로
절도 피의자가 된 경찰 준비생
얼마 전, 한 경찰공무원 준비생의 어머니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들이 술집에서 옆 테이블 가방을 잘못 들고 나왔다가 절도 혐의로 입건되었고, 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의뢰인은 경찰공무원 시험을 치른 직후, 친구들과 함께 늦은 저녁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약간의 취기가 오른 상황에서 일어났고, 출입구 근처에 놓인 가방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한 채 들고 나온 겁니다.
곧장 집에 도착해서야 본인의 가방이 아닌 걸 인지하고는 황급히 다시 돌아갔지만, 이미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로 절도죄 입건이 되었고, 경찰서에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가 ‘경찰공무원 최종합격자’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유죄로 이어지면, 그의 꿈이자 몇 년간 준비해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습니다.
절도냐 실수냐, 쟁점은 ‘고의’였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단 하나였습니다. “그가 진짜 남의 물건을 훔칠 의도가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형법 제329조 절도죄의 성립요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불법영득의사’입니다.
단순히 남의 물건을 ‘들고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절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사용하거나 처분할 의사, 즉 불법으로 영득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 집중했습니다.
의뢰인은 가방을 본인의 것으로 착각했고, 실제로 본인의 가방도 동일한 브랜드의 동일한 색상이었으며, 자리를 정리하며 무의식적으로 집어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사건 당일 CCTV 영상, 주변 진술, 가방 내부 확인 등 모든 정황이 ‘고의 없음’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 해명으로 풀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수사기관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형사법상 불법영득의사에 대한 대법원 판례와 학설을 기반으로 입체적인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론적인 설명뿐 아니라, 취한 상태에서 물건을 착각하여 소지한 것이 일시적인 점유에 불과하고, 곧바로 반환하려 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사건 당일 행적과 행동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했습니다.
초동 대응이 모든 걸 갈랐습니다.
경찰조사는 단순한 질문과 답변의 교환이 아닙니다. ‘무슨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 ‘어떤 틀 안에서 설명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의뢰인의 초기 진술이 어설프게 정리됐다면, 이는 오히려 스스로 불리한 증거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찰 출석 이전에 진술 내용을 하나하나 시뮬레이션하며 준비시켰고, 조사 직전에는 수사관에게 공식적으로 의견서와 입장서를 제출하여 사건의 본질을 명확히 전달했습니다.
또한, 피해자 측에도 신속히 연락하여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드렸고, 오해로 인한 충돌임을 해명했습니다. 이는 수사관이 사건을 해석함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경찰은 결국 ‘절도’로 보기 어려운 사안으로 판단하였고, 검찰 송치 없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였습니다.
이제는 경찰 제복을 입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사건 종결 이후, 의뢰인은 경찰공무원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고, 며칠 뒤면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하게 됩니다.
그가 처음 저를 찾아왔을 때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 날 술자리에 간 걸 정말 후회했었는데… 변호사님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말하던 그의 음성은, 제게도 오랫동안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도 무척이나 불안했던 시기를 버텨냈을 겁니다.
경찰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 가족과 주변의 시선, 시험을 통과하고도 사라질 수 있는 기회… 그걸 모두 이겨내고 제 손을 잡아준 사람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철저한 법리 분석과 진심을 담은 전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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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꼭 준비해야 할 것
이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찰조사에 임할 때,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조사 초반의 진술은 이후 형사절차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 단 한 번의 조사, 단 한 줄의 진술서가 몇 년의 미래를 바꾸기도 합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수가, 범죄로 낙인찍히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실수의 경계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전략적으로 싸워야만 합니다. 그 역할이 저 같은 변호사라면, 저는 앞으로도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혹시라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경찰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절대 혼자 가지 마십시오.
제게 오셨던 의뢰인처럼, 반드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글이 하나의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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