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부인하거나, 목격자가 없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학교폭력을 판단 받기 어렵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녹음파일’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녹음을 해야 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한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학폭 사건에서 녹음과 녹취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1. 반복되는 학폭 상황, 녹음을 준비해야 한다
처음 학폭이 발생했을 때는 당황스러워 녹음을 떠올리기 어렵다. 그러나 피해가 반복된다면 그때부터는 반드시 녹음을 준비해야 한다.
실제로 중학교 여학생이 금전을 반복적으로 갈취당한 사건에서, 피해 학생은 가해자와의 대화를 녹음했고, 그 파일에는 강요와 협박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가해자는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미 제출된 녹취록과 녹음파일로 인해 피해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가해 학생은 서면사과, 출석정지 등의 처분을 받았다.
2. 목격자가 없을 때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
많은 피해 학생들이 “맞는 걸 본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이럴 때는 피해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주변인의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
한 여학생은 성추행 피해를 입고 수개월 동안 말하지 못하다가 SNS에서 허위사실이 퍼지는 걸 보고 뒤늦게 부모님께 알렸다. 가해자는 합의된 관계라고 주장했지만, 피해자의 친구들과의 대화를 녹음한 내용을 통해 사건의 신빙성이 확보되었다.
또한, 피해 학생이 상처를 감추기 위해 친구에게 비비크림을 빌렸던 정황도 녹음으로 확보해, 병원 진단서 없이도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3. 녹취록 제출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녹음파일은 반드시 녹취록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좋다. 녹취록은 전문 속기사를 통해 작성해야 증거로서 효력이 있다.
녹취 분량이 많을 경우에는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부분을 추려야 하는지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4. 불법 녹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가 대화 당사자라면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해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몰래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대화 당사자라도 민사상 ‘음성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으므로, 녹음은 반드시 목적과 방식, 활용처를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결론: 법적 대응의 핵심은 ‘합법적 증거 수집’이다
학폭 피해를 입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적법하게 증거를 모아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녹음과 녹취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법적 한계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피해 학생으로서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허소현 / 학교폭력 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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