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해지는 본인만 가능하세요."
만일 은행을 갔는데 치매 걸린 어머니께서 직접 오셔야 한다는 말을 들으신다면? 아마도 그 상황이 너무 속상하고 답답하실 것입니다. 이렇듯 주변에는 홀로 일상을 꾸려나가기 어려운 분들이 있습니다. 치매 증상이 있는 부모님,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 또는 많은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 자녀들까지.
그렇다면 과연 이런 분들은 필요시 어떻게 계약을 하거나 금융거래 등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법원은 이런 분들을 위해 '후견인 제도'를 마련해두었습니다. 단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필요할 상황이 생길 수 있는 후견인 제도. 오늘은 각각의 후견인 제도가 어떤 상황에서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가사법 전문 법률사무소 화해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이 막막할 때 – 성년후견인
민법제9조(성년후견개시의 심판) ①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한다.
②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한다.
성년후견인은 치매나 발달장애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을 위한 든든한 법적 보호자입니다. 매일 아침 어머니가 오늘이 며칠인지 기억하지 못하거나,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이들은 홀로 복잡한 사회 속에서 권리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혼자서는 은행 업무를 볼 수 없거나, 부동산 거래가 필요한데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법원은 가족이나 전문후견인을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하여 이분들의 재산과 생활을 보호합니다. 성년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관리와 의료행위 동의 등 폭넓은 대리권을 가지고 있어,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항상 곁에서 피후견인의 권익을 지키며,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존중하면서 – 한정후견인
민법제12조(한정후견개시의 심판)①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한다.
한정후견인은 성년후견인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 선임되는 '균형 잡힌 조력자'입니다. 모든 것을 대신하기보다, 필요한 부분만 도와주는 방식이죠. 어르신이 가끔 날짜를 혼동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생활은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면, 완전한 후견보다는 한정후견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경증 치매환자나 부분적인 판단능력 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해 선임되는데, 일상적인 물건 구매나 간단한 계약은 스스로 할 수 있지만, 부동산 매매나 큰 금액의 차용 같은 중요한 법률행위에는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보호를 제공하는 중간적인 형태의 후견제도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어려운 것은 함께"라는 원칙이 담겨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부모의 빈자리를 채우는 – 미성년후견인
민법제928조(미성년자에 대한 후견의 개시) 미성년자에게 친권자가 없거나 친권자가 제924조, 제924조의2, 제925조 또는 제927조제1항에 따라 친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성년후견인을 두어야 한다.
미성년후견인은 부모가 모두 사망하거나 친권상실 선고를 받은 경우처럼, 미성년자에게 친권자가 없을 때 선임되는 '제2의 부모'입니다. 아이들의 삶에 갑작스러운 공백이 생겼을 때, 그 빈자리를 법적으로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할아버지나 삼촌 같은 친족이 주로 미성년후견인이 되어 미성년자의 양육과 재산관리를 담당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은 어린이가 있다면, 법원은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가장 적합한 친족을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하여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게 합니다. 미성년후견인은 단순히 재산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아이의 교육, 건강, 정서적 안정까지 살피는 전인적인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하며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죠.
잠시만이라도 필요한 보호의 손길 – 특별대리인
제921조(친권자와 자간 또는 수인의 자간의 이해상반행위) ①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 자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는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
특별대리인은 친권자나 후견인과 미성년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일시적으로 선임되는 '임시 보호자'입니다. 보통의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간혹 법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가령 조부모로부터 상속이 발생했을 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상속인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상속 재산 분할 과정에서 부모는 자신의 몫을 최대화하려 할 수 있고, 동시에 미성년 자녀의 대리인으로서 자녀의 몫을 결정해야 하는 이중적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또한 부모가 자녀 명의로 된 부동산을 매각하려 할 때도 부모의 경제적 이익과 자녀의 재산권이 충돌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법원은 변호사 등 전문가를 특별대리인으로 선임하여 미성년자의 권익을 독립적으로 보호하게 합니다. 특별대리인의 권한은 해당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로 한정되며, 그 외의 친권은 여전히 부모가 행사합니다. 특별대리인은 마치 잠시 등장하는 '법적 수호천사'처럼 아이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지키다가, 임무를 마치면 물러나는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후견인 제도는 우리나라 민법이 마련한 가장 섬세한 법적 보호 장치 중 하나입니다. 우리 삶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안전망이 되어주는 이 제도는, 사회적 약자들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후견인 선임 신청부터 심판 절차, 후견등기까지 전문적인 법률 지식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만일 후견인 제도가 꼭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언제든 주저말고 전문 변호사를 찾아 법률조력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