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량한 시민들을 상대로 하는 악질적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범죄의 피해가 널리 알려진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시민들의 경각심도 커졌고,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의 보이스피싱에 대한 대처도 강화되었지만, 2025년 2월 현재에도 보이스피싱 수법은 날로 다양화되고 발전되어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통상 중국 등 해외에 주범들의 본거지가 있고, 국내에서는 하부조직원들이 현금수거책 등을 적은 비용으로 고용하여 범죄를 저지르고 있기에,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로 검거되는 범인들은 실질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주범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고용되어 현금수거, 은행송금 등의 업무를 하는 '현금수거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2. 이러한 현금수거책들은, 보통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학생이나 주부, 무직자 등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가(회당 수십만원 정도)를 받고 범행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검거하더라도 실제 피해금액을 변제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과연 이들에게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액에 관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하여 법조계 실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종전의 실무에서는 현금수거책의 경우,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사기죄의 방조범으로 기소하거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더라도 양형에서 실제로 취득한 이득이 소액이고 전체적인 범행을 주도적으로 실행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상대적으로 약한 형량이 선고되어 왔습니다. 드물게 하급심에서 고의 및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여러차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변호한 경험이 있는데, 최대한 피해자들과 적정한 금액에 합의를 하고 수사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여 구속을 면하거나 판결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3.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2025. 1. 23. 선고 2024도13466호 판결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의 현금수거책으로 피해현금 수거와 사문서 위조 등 부차적인 임무를 담당하며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사기 범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해당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을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였고 1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단순한 방조를 넘어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 경우로 범행에 가담했음이 인정된다고 하여 공동정범의 유죄를 인정하였는데,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별다른 사회경험이 없는 점, 관련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범행당시 모자 등을 착용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검사가 무죄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여 위와 같은 판결(유죄취지로 파기환송)이 나온 것입니다.
대법원은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뜻이 통해 범죄에 기여하고 범죄 실현 의사가 결합돼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며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어 “보이스피싱 조직은 검거에 대비해 총책, 유인책, 현금수거책 등으로 각각 역할을 분담하며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범행 가담자들 또한 순차적 공모를 통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른 일부 기능만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이같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운영 현실을 고려할 때 A 씨가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각각의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며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고 설명하면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입니다.
4.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현금수거책이라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방조범이 아니라,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현금수거책이 받게 되는 형량도 상대적으로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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