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적인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는 형사사건의 경우, 가해자는 범죄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고 사죄함으로써 피해자로부터 처벌불원의사를 받아 수사단계 내지는 재판단계에 제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피해자로부터 받은 처벌불원의사는 중요한 양형 사유로 참작되어 가해자는 양형상 이익을 가지게 됩니다. 소위 피해자와의 합의(이하 ‘형사 합의’로 표현)는 통상 가해자측 변호인이 피해자 측과(피해자가 변호인을 선임한 경우 변호인과) 소통하여 진행하게 되는데, 서로간의 합의 조건이 충족된다면(금전적인 부분 포함) 서면 합의서를 작성하고 그 합의서를 수사기관 내지는 재판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합의서를 받은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그 범죄가 만약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한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라 한다면 수사기관은 기소할 수 없고, 재판부는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게 되므로 매우 중요하며, 설령 위의 죄가 아니라 할지라도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사유로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피해자와의 합의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해자로 인하여 유·무형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로서는 가해자에게 큰 분노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가해자의 무거운 처벌만이 본인의 피해 회복에 심정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하여 합의 의사는 있으나 세부적으로 금전적인 조건등이 맞지 않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가해자로서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금전을 전달할 수는 없지만 형사공탁제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공탁제도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형사합의를 보지 못한 경우에, 법원에 일정 금원을 공탁함으로써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해주기 위하여 노력하였다는 것을 소명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피고인은 금전, 유가증권, 기타 물품을 법원의 공탁소에 임치하여, 피해자가 원한다면 피고인이 임치한 금전 등을 찾아갈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두고, 이를 피고인이 감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것입니다. 다만 기존의 형사공탁제도는 피해자의 신원 즉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야 공탁이 가능하였고, 이를 알기 위해서는 재판부에 피해자 인적사항 열람등사를 신청하여야 했는데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재판부에서 피해자에게 인적사항 제공에 대하여 동의하는지를 확인하고 동의하는 경우에 열람등사를 받아주었습니다. 즉 기존의 형사공탁제도는 피해자의 동의가 없다면 피고인이 형사공탁을 진행할 수가 없는 제도였던 것입니다.
원래는 위와 같이 피고인이 공탁을 하려면 사실상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야 진행이 가능하였다면, 최근 2022. 12. 9. 자로 형사 공탁 특례제도가 시행되면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도, 정확히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형사공탁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
①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그 피해자를 위하여 하는 변제공탁(이하 "형사공탁"이라 한다)은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할 수 있다.
② 형사공탁의 공탁서에는 공탁물의 수령인(이하 이 조에서 "피공탁자"라 한다)의 인적사항을 대신하여 해당 형사사건의 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이하 이 조에서 "법원"이라 한다)과 사건번호, 사건명, 조서, 진술서, 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을 기재하고, 공탁원인사실을 피해 발생시점과 채무의 성질을 특정하는 방식으로 기재할 수 있다.
즉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형사공탁 특례제도로 인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인적사항 대신에 사건번호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을 기재하여 공탁 진행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형사공탁 특례가 시행되게 된 것은 기존처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야 하는데, 피공탁자가 범죄피해자라는 특성상 피공탁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피고인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 내고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고 협박하는 사례가 있었고, 이러한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통하여 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이나 사건번호 등을 기재하는 방법으로 공탁을 할수 있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와 피해 회복을 위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에도 공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함에 형사공탁 특례 제도의 목적이 있습니다.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와 형사합의를 진행하지 못한 경우에, 형사공탁제도를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의할 때 ‘상당한 금액 공탁’이 형량 감경요소로 작용될 수 있으므로 개정된 형사공탁제도는 형사합의를 이루지 못한 피고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제도라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도 형사공탁 특례제도 시행 이후 형사공탁을 한 점을 판결문에 명시하여 양형요소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형사공탁을 하였다고 해서 양형에 반드시 반영되는 것은 아닌바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하여 무작정 형사공탁을 진행하기보다는 변호인과 상의하여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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