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41호에는 이런 규정이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한다.
41호. (지속적 괴롭힘)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하는 사람”
지속적인 괴롭힘이라면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전형적인 스토킹행위입니다. 그런데 처벌규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법정최고형이 벌금 10만 원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스토킹이라고 경찰에 신고되면 이 규정으로 처벌했는데, 처벌 수준이 저러니 누군가를 스토킹 한다는 것은 주차위반이나 과속딱지를 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점차 스토킹 행위의 범위와 방법이 다양해지고 그 결과가 경우에 따라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로 번져나가는 사안들이 보도되면서, 2021년 뒤늦게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 살펴보실 '스토킹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법률', 줄여서 스토킹처벌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스토킹처벌법 제18조에서는 '스토킹 범죄'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①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하여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리고 스토킹범죄가 무엇인지는 또 이렇게 정의합니다.
“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고,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등을 따라다니거나, 길을 막거나, 학교, 직장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전화등을 통해 통화시도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 그 사람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실제 법규정은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세밀하게 규정되어 있어 그 범죄성립 폭이 더 넓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스토킹으로 처벌받는 경우라는 것은 다음의 요건이 필요한 것입니다.
1.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접근이나 접근시도가 있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껴야 하고(스토킹행위)
2. 이런 스토킹행위가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어야 하며(지속성, 반복성)
3. 그렇게 하는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정당한 이유의 부재)
위 요건들은 굳이 법률전문가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명백해서 따로 설명드릴 것이 없어 보입니다만, 3번의 정당한 이유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을 괴롭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끼는 행위를 한다는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말인가' 하는 의문이 즉각적으로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문언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정말 막으려고 하는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를 가르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상담을 해보면 이성교제와 같은 전형적인 사례보다는 애초 이법이 제정될 때 의도했던 것이 이런 것일까 싶은 사안으로 상담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층간소음입니다. 우리 국민의 거의 절반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빌라라고 해도 다층구조이므로 결국 우리 국민 거의 전부는 다른 사람과 벽과 바닥을 공유하고 있는 주거형태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야간이나 새벽에 소음이 나면 우리는 항의합니다. 그 소음이 두 차례나 세 차례 반복 된다고 하면 어떨까요 우리도 두 번 세 번 항의하겠죠 그런데 상대방은 자신이 소음을 낸 적이 없고 설령 조금 소리를 냈다고 하여 이렇게 항의할 것이면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런 분쟁이 반복되면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의사에 반하는 접근이나 접근시도를 반복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참을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한 둘이 아닙니다. 아래층과의 누수분쟁에서도 나타나고, 이웃 간의 주차분쟁에서도 나타납니다. 딱 들어도 상호 양보와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답이 안 나오는 문제들입니다.
물론 사법부는 이런 경우에 매 사안마다 사건경위를 분석하여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하여 스토킹범죄의 성립을 부정한 경우도 있고, 그 정도가 통상의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나 상대방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검토하여 정당성을 부정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보이지 않는 기준이라는 것도 상식이라는 선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 사회는 이제 꼭 폭력이나 사기를 치는 것만이 아니라 단지 상호 간의 직간접적 접촉만으로도 바로 범죄가 문제 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되어 각박함이나 삭막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다시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면 어쨌든 스토킹은 심각한 범죄입니다. 특히나 남녀 간의 교제 상황이나 이웃 간의 갈등상황이나 그 결말이 살인이나 살인미수와 같은 극단적인 결말로 치달아 가는 경우를 뉴스에서 실제로 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정서적으로 문제가 없는 보통의 사람들도 거절당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같이 밥 먹자고 이야기했다가 선약이 있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인격 전체가 거절당했다고 느끼는 소심한 성격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거절에 대하여 수긍이나 합리적 이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됩니다.
현재 스토킹처벌법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하겠다며 새로운 접촉의 구실을 만들어 주거나 피해자도 혹시 보복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여 억지로 합의를 해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경찰에 신고함과 동시에 양자는 분리조치됩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법적 조치들이 이 법에 규정되고 시행되고 있지만, 제도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현실을 따라가며 규율하는 것이지 앞서나가지는 못하니, 결국 요구되는 것은 사람들의 의식이 자리 잡는 것입니다. 특히나 어려서부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을 듣고 자라 그러한 인식이 보편화되고 경우에 따라 장려되어 있는 문화에서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자유의사보다 내 의지를 우선시키는 것은 이제 형태를 달리 한 폭력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Freedom ends where another's begins."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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