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가처분결정에 반하여 피해자의 사무실에 갔다며 건조물침입일까?
이혼소송이나 아동학대 소송 또는 스토킹 사건 등이 발생할 경우 법원이 일방에게 타방에게 접근을 금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만약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무실에 특별한 제지 등이 없이 방문한 경우라면 이는 형법 상의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할까요?
오늘은 최신 대법원 판례를 통하여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피의자가 일반적으로 공개된 피해자의 사무실에 특별한 제지 등이 없이 방문하여 피해자를 기다린 경우 형법상의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알아도보록 하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대법원 2023도16595 판결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인은 2021. 9. 7. 16:05경 피고인으로 하여금 피해자 공소외인에게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말 것을 명하는 법원의 결정이 있는 등 피해자가 피고인이 피해자를 방문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임의로 피해자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이 사건 사무실에 침입하였고, 검사는 이를 이유로 피고인을 건조물침입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원심의 판단
그러나 원심(서울중앙지법 2023. 11. 10. 선고 2022노3418 판결)은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사무실은 법률상담을 하러 오는 고객이 관리자의 승낙 아래 자유롭게 드나드는 건조물이고, 피고인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 사건 사무실 내의 상담실에 들어가 피해자를 기다렸다.
② 피고인의 이 사건 사무실 출입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출입과정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평온·공연하게 이 사건 사무실에 들어간 것이므로 사실상의 평온이 해쳐졌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의 판단
검사는 원심의 이러한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건조물에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 없이 몰래 들어간 경우 또는 출입 당시 거주자나 관리자가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 침입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갑에게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말 것’ 등을 명하는 법원의 접근금지가처분 결정이 있는 등 피고인이 갑을 방문하는 것을 갑이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임의로 갑이 근무하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건조물에 침입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 결정에 반하여 갑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출입한 것은 갑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로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사건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다음은 대법원 판결이유입니다.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다.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큰 사적 주거,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건조물에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 없이 몰래 들어간 경우 또는 출입 당시 거주자나 관리자가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에는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된 경우로서 침입행위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10. 3. 22. 같은 법원 2009카합876호 접근금지가처분 결정정본에 기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이 결정 고지일부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에게 100m 이내로 접근하여서는 아니 되고, 피해자에게 면담을 요구하여서는 아니 되며, 전화를 걸거나 편지, 핸드폰 문자메시지,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평온한 생활 및 업무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 각 의무를 위반할 때에는 피해자에게 그 위반이 있을 때마다 1회에 1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간접강제결정(이하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이라 한다)을 하였고, 피고인은 그 무렵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을 고지받았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서 정한 부작위의무를 위반하여 2021. 9. 7. 이 사건 사무실에 들어갔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이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반하여 피해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로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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