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업종에 따라 이 제한을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는데요. 이번 헌법소원의 배경과 판결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주 52시간제’ 의미
근로기준법 제50조 :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53조 : 다만 노사 합의로 1주당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근로기준법 제50, 53조는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 하루당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사가 합의할 경우, 이 근로시간은 주당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근로시간 주 52시간제라고 표현하는데요. 다만 30인 미만 근로자가 일하는 업체는 노사 합의로 8시간을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걸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요. 사실 이 조항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의 1주에는 주말은 포함되지 않고 평일만 의미한다, 평일 동안만 최대 52시간을 일할 수 있고, 주말은 8시간씩 총 16시간을 연장근로할 수 있기 때문에 7일간 총 68시간을 일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 해왔습니다. 하지만 2018년 3월 20일, 국회가 근로기준법 제2조에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라고 명시한 조항을 개정해 넣으면서 주말을 포함한 7일간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음이 명확해졌습니다.
‘주 52시간’헌법소원 이유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가 헌법에 위반되고 그로 인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었을 때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소송 절차인데요. 공권력의 행사에 법률도 포함이 됩니다. 이번 헌법소원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제기했는데요. 사업주 A씨는‘사업주는 근로자와 자발적으로 합의를 통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할 기회를 박탈당해 더 많은 고용을 강제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심지어 사업을 못할 수도 있다며 이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계약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이다’라고 주장했고, 근로자 B씨는 ‘근로시간 제한 때문에 자발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이 역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청구인들 측 주장은, 어디까지나 근로시간은 회사와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서로 합의해서 정할 문제일 뿐, 자유시장경제에서 국가가 이를 개입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지요.
헌법재판소 합헌 이유
헌재는 주 52시간제 때문에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권리에 제한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1)우리나라의 노동시간 과중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
2)아직까지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협상력에 차이가 커서 자율적인 합의가 어렵다는 점,
3)회사와 근로자 모두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
4)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발생하는 기업의 추가 비용과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예외 제도와 정부 지원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5)국회는, 과거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을 주 68시간까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왜곡된 근로시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것인데, 이를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선언했습니다.
주 52시간제 시행 효과
2021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용역에 따르면요. 주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처음 시행된 2018년 7월부터 2020년까지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이 약 4.3시간이 감소됐고, 다른 직업훈련을 받거나 가족관계 만족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해 고용노동부도 근로시간에 대해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면접조사를 했는데요. 근로자 48.5%, 사용자 44.8%가 이 제도 시행으로 장시간 노동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업무량이 갑자기 늘었을 때 대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재계의 반발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대응이 어렵다고 답한 근로자와 사용자는 각각 28.2%와 33.0%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49시간, 주당 3시간정도 많은데요. 특히 2021년 기준 5인 이상 사업장의 대구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월 177.3시간으로 중위권인데, 평균 급여가 309만원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입니다. 대구 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 유연화 추진’ 전망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도 노동개혁 1호로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80.5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는데요.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은 현행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판단일 뿐, 국회나 정부와 여당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가 아직까지 정착되어 있지 않아 정부의 개편안은 보상없이 근로시간만 늘어날 우려가 많다는 반발도 여전히 많은데다가, 헌법재판소가 근로시간 상한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제시한만큼 국회가 법을 개정하더라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법 개정이 쉽지 않아졌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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