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위법한 수집 증거의 증명력을 부인하려면?
카메라촬영죄나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소지 등 디지털 성범죄 혐의를 받게 되는 경우 경찰 수사관이 휴대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PC, 하드디스크 등의 임의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임의 제출 요구에 불응할 경우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디지털기기를 압수하여 수색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무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디지털포렌식 등의 결과 추가 범죄가 드러나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된 범위를 초과하여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압수수색은 이는 위법한 증거 수집이되며, 이렇게 수집된 증거는 형사재판에서 증거로써 증명력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오늘은 원심에서 카메라촬영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내려졌으,나 피고인이 위법 수집 증거의 증명력을 다투어 상고한 사안을 대법원이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최신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사의 공소사실
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0도1669 판결의 검사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의 요지
가. 음화제조교사
피고인은 2017. 4. 2. 03:33경 지인의 얼굴과 나체사진이 합성된 음란한 사진(이하 ‘음란합성사진’이라고 한다)을 얻고자 음란합성사진 제작자인 성명불상자에게 피해자 공소외 1(여, 20세)의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등을 제공하고 “합성 부탁드립니다.”라고 하여, 위 성명불상자가 음란한 물건인 피해자의 음란합성사진 파일을 공연히 전시할 목적으로 제조할 것을 마음먹게 하였다. 그리하여 위 성명불상자는 그 무렵 피해자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합성사진 파일을 제조하고, 피고인에게 완성된 음란합성사진 파일을 전송하였다. 피고인은 그때부터 2017. 11. 15.까지 사이에 제1심 판시 별지1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17회에 걸쳐 성명불상자로 하여금 공연히 전시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제조하도록 교사하였다.
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위반(명예훼손)
피고인은 2017. 5. 21. 12:50경 위 성명불상자에게 피해자 공소외 2(여, 22세)의 사진과 이름 등을 보내 음란합성사진 제작을 의뢰하면서, ‘공소외 2 ○○살 ○○구 ○○동 거주, 뒹굴고 싶어서 일부러 동남아만 돌아다니는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피고인은 2016. 7. 14.경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성명불상의 피해자가 밤색 교복치마를 입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지하고 있던 피고인 소유의 갤럭시노트5 휴대전화(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고 한다)에 설치된 무음카메라 어플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다리를 몰래 촬영하였다. 피고인은 그때부터 2017. 11. 6.까지 지하철, 학원 강의실 등지에서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6회에 걸쳐 카메라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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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고등군사법원 2020. 1. 9. 선고 2019노276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1) 압수·수색 절차에서 피고인의 참여권을 보장한 형사소송법 제121조, 제122조는 모두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경우 당연히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휴대전화에 관한 디지털포렌식 증거분석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고, 사법경찰관이 압수·수색 후 피고인에게 전자정보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고 하여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2) 군검사는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음화제조교사 혐의사실과 별건의 혐의사실인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관련 전자정보에 관하여 2018. 11. 2. 사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하였다. 따라서 설령 사법경찰관의 증거수집 과정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위 전자정보 압수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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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불복하였고,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취지로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다음은 대법원 판결요지입니다.
【판결요지】
[1] 형법 제243조(음화반포등)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서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은 위 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는 형법 제243조의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제조, 소지, 수입 또는 수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 형법 제244조(음화제조등)의 ‘음란한 물건’의 해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경우에는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전자정보 전부를 무제한 탐색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임의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 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견주어 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이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란, 피의자가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피의자를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압수·수색 당사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법상 권리의 귀속에 따른 법률적·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군사법원법 제359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펴야 한다.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4]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초과하여 수사기관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만약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은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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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대법원 판례는 앞으로 디지털성범죄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이 무분별하게 진행하는 위법한 증거수집에 상당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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