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컬로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승효입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채권이 제대로 회수되지 못하는 경우 기업 경영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하는 업체가 한정되어 있다보니 막무가내로 거래처와의 거래를 끊거나 대금을 받겠다고 소송을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일시적으로 부족한 경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출을 받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생태를 잘 알고, 중소기업의 대표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욕심이 있는 자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이란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 등의 권리일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중소기업의 대표가 해당 분야에 오랜기간 몸담으며 알게 된 노하우나 경험, 업무적 역량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다룰 사건은,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피의자에게 접근하였던 한 연구소 소장이 피의자를 고소한 사건입니다.
연구소 소장은 왜 피의자를 고소했을까요? 함께 살펴보러 가시죠.
배출가스거래제(ETS)의 시행으로 액화천연가스(LNG)가 석유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였고, 그에 따라 선박 제조사들은 가스 엔진 제작 기술을 비롯하여 가스를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 등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가스밸브를 전문적으로 개발, 제작하는 피의자(가스밸브 관련 특허만 4개 보유)는 오래 전부터 액화천연가스에 최적화된 가스밸브를 연구 개발하여 왔고, 개발이 후반부에 접어들어 엔진과의 결합성 테스트 등의 실험만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자금 융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탓에 테스트용 기계 제작이 계속 미뤄졌고(참고로, 결합성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테스트용 기계를 따로 제작해야 합니다), 피의자는 테스트용 기계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예전부터 피의자의 가스밸브에 관심을 보이던 고소인(연구소 소장으로, 평소 피의자에게 기술 자문을 요청하던 자입니다)이 자신에게 해당 가스밸브 기술을 팔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피의자는 힘들게 개발한 자신의 기술을 넘기고 싶지 않아 고소인의 제안을 거절하였으나, 자금 조달이 시급했던 터라 고소인과 동업하여 공동으로 가스밸브를 제작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고소인은 동업관계를 빌미로 가스밸브 개발과 무관한 기술 자문 및 도면 제작 업무를 수시로 요청하였고, 처음 약속과 달리 가스밸브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지급(출자)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업에 쓰일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실험을 거쳐 하자를 보완하고 안전성을 강화하는 작업을 세심하게 거쳐야 하는데, 고소인은 이러한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빨리 결과를 내라'며 동업자인 피의자를 압박하였습니다.
고소인은 가스밸브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일까요? 피의자에게 뜬금없이 '대여금'을 돌려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그로 인한 충격으로 병까지 얻게 된 피의자를 '사기'로 고소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소가 받아들여질 리가 없습니다.

제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고 쉽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 사건을 무혐의로 끌고가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피의자는 민사사건의 패소판결을 받은 다음 저를 찾아오셨는데, 그 판결문에는 피의자에게 다소 불리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도 "판결문을 믿어야지 않겠습니까?"라며 피의자에게 다소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판결문에 기재된 사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특히 민사소송의 경우 '변론주의'로 인해 당사자가 제대로 주장, 입증을 하지 못한 경우 억울하게 패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판결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과 다르다는 점을 최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직접 확보할 수 없는 자료(피의자가 다른 회사에 작성해주었던 가스밸브 도면으로 회사 영업비밀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는 경찰이 직접 확보하여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수사기관 또한 고소인의 진술이 객관적인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피의자에게는 무혐의처분이 내려질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한 중소기업은 고중량을 견디는 나사를 개발하기 위해 수만 번의 실험을 하였다고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나사' 하나에 뭘 그리 매달리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그 나사는 다리 건설에 아주 중요한 자재로 쓰입니다.
기술 하나를 만들어 내고자 오랜 기간 매달리고 또 매달리는 중소기업 대표자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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