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이점 : 사실을 적시하였는지 여부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한편,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판단할 발언자의 진술이 사실인지 아니면 의견인지를 구분하여, 의견에 불과하다면 명예훼손이 아니라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사실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뜻하며,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지 아니면 의견인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표현이 이루어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입니다.
2. 공통점: 공연성을 요구하는 추상적 위험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 공연성을 정한 입법 취지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행위 가운데 사적인 대화나 정보 전달의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사실을 드러내는 것에 한정하여 처벌하려는 데 있고, 모욕죄에 있어서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이 ‘사회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것에 한정하여 처벌하여, 처벌범위를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모두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합니다. 대법원은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바, 쉽게 풀어쓰자면 ‘공공연하게’ 즉, ‘세상에서 다 알만큼 그대로 드러나게’란 뜻입니다.
하지만, 다수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하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도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적시된 사실을 실제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으로도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추상적 위험범의 논리는 모욕죄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이에, 대법원은 발언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공연성 즉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3. 소수에 대한 발언이 공연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기준: ‘전파가능성’
법원은 ‘특정의 개인이나 소수인에게 개인적 또는 사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공연하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므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 표현을 특정 소수에게 한 경우라면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라는 속담의 경우처럼, 소수의 상대방에게 한 이야기가 소문이 되어 천리(千里)에 퍼질 수 있다는 사정이 있었다면, 법원은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법원은 ‘전파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는데,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포될 (가능성보다 강한)‘개연성’이 있는지를 검토합니다.
그리고 발언자가 이러한 ‘전파가능성’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는 경우라면, 이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 고 봅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전파가능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발언자가 당시 이를 용인하는 주관적인 내심의 의사가 없었다면 공연성을 인정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인 관계에서도 조직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것이거나, 상대방의 가해에 대하여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경우와 수사·소송 등 공적인 절차에서 당사자 사이에 공방을 하던 중 발언하게 된 경우 등이라면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고 한 바, 이러한 경우 미필적 고의는 부정된다고 보았습니다.
4. 정보통신망에 의한 명예훼손이 엄하게 처벌되는 이유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술 등의 발달과 보편화로 SNS, 이메일, 포털사이트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표현이나 의사전달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도 급격히 증가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통신망과 정보유통과정은 비대면성, 접근성, 익명성 및 연결성 등을 본질적 속성으로 하고 있어서, 정보의 무한 저장, 재생산 및 전달이 용이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행위 상대방’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명예훼손 내용을 소수에게만 보냈음에도 행위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형성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되므로, 특히 정보통신망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행위자가 적시한 정보에 대한 통제가능성을 쉽게 상실하게 되고, 빠른 전파성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명예훼손의 침해 정도와 범위가 광범위하게 되어 표현에 대한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통망법위반 명예훼손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 처벌수위가 더 높아질 것은 충분히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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