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적 사실관계
법조인이 아니시라면 "속아서 성관계를 했다면 당연히 유죄 아니야"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법리적으로 살펴보면 조금 복잡한데, 아래에서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36세의 피고인은 2014. 7. 중순경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알게 된 14세의 피해자에게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생인 김●●’이라고 거짓으로 소개하고 채팅을 통해 피해자와 사귀기로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14. 8. 초순경 피해자에게 ‘사실은 나(김●●)를 좋아해서 스토킹하는 여성이 있는데, 나에게 집착을 해서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 우리그냥 헤어질까’라고 거짓말하면서 ‘스토킹하는 여성을 떼어내려면 나의 선배와 성관계하면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피고인의 제안을 승낙하였고, 피고인은 마치 자신이 김●●의 선배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를 간음하였고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에 따라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일으킨 오인, 착각, 부지는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 착각, 부지를 말하는 것이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 착각, 부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 보았습니다(대법원 2001. 12. 24.선고 2001도5074 등 판결).
■ 변경된 대법원 판례의 법리
대법원은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였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위계에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기존 판례의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다만 행위자의 위계적 언동이 존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계적 언동의 내용 중에 피해자가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를 이룰 만한 사정이 포함되어 있어 피해자의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이와 같은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 및 행위자와의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당시와 전후의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시사점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오인, 착각, 부지의 대상을 간음행위 자체 내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다른 조건에 한정하지 않고 간음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대상으로 확장한 판결로 보아야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존에는 의사 놀이를 하자고 하면서 성과계를 하는 것과 같이 그 속임수와 성관계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야 했지만, 이번 판결은 성관계를 결심하는데 속임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즉, 왜곡된 성적 결정에 기초하여 성행위를 하였다면 왜곡이 발생한 지점이 성행 위 그 자체인지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인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하기 어렵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려 5년간 심리를 진행한 것으로서 대법원이 얼마나 고심하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판결이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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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대법원 "속아서 동의한 성행위, 위계에 의한 간음죄"](/_next/image?url=https%3A%2F%2Fd2ai3ajp99ywjy.cloudfront.net%2Fuploads%2Ftitleimage%2Foriginal%2F5c6a6cc7b4742709b9095879-original.jpg&w=384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