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이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행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그 결과로서 일정한 법률효과인 '형벌'을 받게 됩니다(이외에 보안처분 역시 범죄에 대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형벌이 행위자의 책임에 대하여 주어지는 결과라면 보안처분의 행위자의 위험성에 대한 제재입니다). 이러한 형벌은 다른 법률과 형법이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자, 왜 많은 이들이 형사사건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합니다.형법이 形法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形罰 때문입니다. 우리 형법은 형벌의 종류로서 사형과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의 9가지 종류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박탈되는 법익의 유형에 따라 구분하자면 생명형과 자유형, 재산형, 명예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집행유예는 형벌의 종류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단어의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집행유예(執行猶豫)란 말 그대로 형벌의 선고를 유예 즉, 미룬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형법 제4절 제62조가 규정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피고인의 혐의를 인정하기에 무리가 없고, 유죄를 판결하면서 위 언급한 형벌을 선고하지만,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선고 자체가 없는 선고유예와도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만일 혐의가 없거나 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없는 경우라면 위 처분을 받을 수 없습니다. 범죄와 형벌은 불가분이자 인과관계이나 그렇다고 하여 형사정책적 목적을 도외시한 채 무조건 집행을 하여야 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가벼운 형을 선고할 때에는 실형을 선고하기보다는 단기자유형의 집행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집행을 유예하여 주는 것입니다.
본 선고를 받은 이후 선고가 실효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없이 유예기간을 무사히 경과하면 형의 선고는 효력을 상실합니다. 따라서 선고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되는데, 다만 이 선고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지워질 수 없으므로 형사처벌을 받아 자격을 상실하는 등의 효력을 소급하여 무효로 돌릴 수는 없다는 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언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을까요? 우리 형법 제62조 제1항에서는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요건을 명시하여 두고 있습니다. 물론 요건을 갖추었다고 하여 항상 집행이 유예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유예가 불가능합니다.
첫째,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형법전에 규정되어 있는 "법정형"이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며, 양형절차를 따라 결정된 "선고형"이 기준이 됩니다. 집행을 유예하는 것은 면제와는 다르므로 후술하겠지만 언제든 효력이 부활할 수 있기에, 법원은 본 선고를 하면서 유예기간만을 명시하는 것이 아니라 유예된 자유형의 기간을 명시하게 되는데 이 기간이 3년을 넘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 벌금형을 선고할 때에는 그 집행을 유예할 수 없고, 따라서 벌금을 30일 내에 내지 못하여 노역장에 유치되는 경우에도 그 노역장유치를 유예할 수 없으므로 때로는 단기자유형의 유예보다 벌금형이 더 중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둘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조력일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데, 형을 선고하기만 하고 집행하지 않더라도 경고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될 만큼 유예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정상참작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필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3년 내 기간에 범한 죄가 아니어야 합니다. 참고로 여기에서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에는 집행유예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유예를 받은 후 3년 내 범한 죄(집행유예기간 중 범죄가 아니더라도)에 대해서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집행유예기간 중 범죄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글을 찾아보시는 분들 중 어떤 분들께서는 현재 형의 집행이 유예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다른 범죄를 저질러 우려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기간 도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음이 당연한데, 문제는 기왕 받은 유예의 선고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집행유예기간 중 범죄는 선고의 효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굳이 집행하지 않아도 특별예방적 효과를 다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인데, 이 기간 중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범죄의 경중을 막론하고 당초 취지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형법은 집행유예기간 중 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 선고의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때는 본래 선고받은 형이 집행될 것이며, 본인이 저지른 다른 범죄에 대한 처벌도 따로 내려지게 됩니다. 단, 유예기간 중의 범죄라 하더라도 모두 실효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요건이 정해져 있습니다.
첫째, 고의로 범한 범죄여야 합니다. 예컨대 집행을 유예받고 있는 자가 운전 도중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과실로 사고를 냈다면, 과실범으로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과실로 저지른 범죄까지 유예를 실효시킨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형법은 실효의 요건으로 고의범일 것을 요하고 있습니다.
둘째,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금고 이상의 실형이 아닌 벌금형이라면 유예를 실효시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실형"이란, 통상적인 경우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애초부터 유예기간 중의 범행에 대해서는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기 때문에, 통상적인 경우라면 실형이 선고되지 않았을 만한 사안이라도 실형이 선고되어 유예가 실효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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