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가슴 아프게 기억해야 할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입양절차와 사후관리에 있어서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입양 요건과 부모 자격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들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족을 구성하는 단위가 작아지고 혈연관계를 의미하던 가족관계의 전통성도 그 개념이 확대되면서 여성가족부는 비혼 출산, 동거 가족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고 그동안 금지되었던 독신자 입양의 가능성도 열어두었습니다.
입양은 법적으로 친자관계가 없는 사이에 가정법원의 허가를 구해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를 맺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입양신고로 양부모와 양자 사이에는 법적 친자관계가 생기게 되면 부양이나 상속 등에서 자연혈족의 경우와 동일한 권리가 인정됩니다.
더군다나 법률상 친자관계가 인정되면 다른 친족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허가나 결정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데요,
현행 입양특례법에는 부모가 될 수 있는 요건으로 △양육할 수 있는 충분한 재산이 있을 것 △양자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양육과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25세 이상이며 아동과의 연령 차이가 60세 이내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마약 등의 범죄 및 알코올 등 약물중독 경력이 없어야 함 △복리에 반하거나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직업에 종사하지 않아야 함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부모가 손자를 입양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최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입양의 조건과 절차, 그리고 조부모가 손자를 입양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입양의 종류
입양제도는 이러한 아동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고, 가정이라는 틀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아동의 정신적·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제도로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과 양자가 될 사람 사이에 합의가 있거나(민법 제833조 제1호), 가정법원의 허가(민법 제867조 제1항)를 얻은 때에 입양신고를 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합니다.
입양특례법에 따른 입양 절차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양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입양 상담→입양 기관에 입양 신청→가정조사 및 서류 확인→예비 양부모 교육→양친가정조사서 발급→결연→가정법원에 입양서류 제출→입양 허가 및 아동 인도→입양 신고→사후관리 순의 10단계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예비 양부모는 입양 신청 후 양부모 교육을 의무 이수해야 하고 입양 과정에서 가정법원에 입양허가를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많습니다.
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는 물론 가정조사서, 범죄경력조회회보, 교육이수증명서, 건강진단서, 신용조회서 등이 필요합니다.
입양 절차 내내 입양기관에서 결연 전 가정조사는 물론 사후관리까지 지속적으로 개입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사후관리란 입양기관이 6개월~1년 동안 입양 이후에도 방문을 통해 양친과 양자의 상호적응을 돕는 과정입니다.

조부모 손자 입양 가능하다?
그렇다면 조부모가 손자를 입양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일단 우선적으로 생각해보면 조부모가 손자를 입양하게 될 경으 자신의 자녀와 손자가 함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손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빠 또는 엄마가 형 또는 자매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자녀로 입양된 손자는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법적으로 조부모가 손자를 입양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있는지도 따져보아야 하는데요,
민법 제877조에 따르면 입양의 요건으로 동의와 허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여 부모·자녀 관계를 맺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부모가 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이를 허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양부모가 될 사람과 자녀 사이에 이미 조손(祖孫)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가 여전히 자녀의 친생부 또는 친생모에 대하여 부모의 지위에 있다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에 관하여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을텐데요,
얼마전 대법원은 친부모가 살아있어도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이의 복리에 더 부합한다면 조부모가 손주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입양으로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입양이 사건 본인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허가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조부모의 손자녀 입양을 허락할 때 따져야 할 요건도 제시했는데요,
조부모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양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 의사를 가졌는지, 입양의 주된 목적이 자녀의 영속적 보호를 위한 것인지 등을 살피고, 친생부모가 재혼이나 국적 취득 등 다른 혜택을 노린 게 아닌지 따져보아야 하며, 아울러 관련 정보를 친생부모에게 충분히 제공하고, 입양 자녀가 13세 미만이라도 적절한 방법으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물론 조부모가 손자를 양육함에 있어 입양이라는 절차외에도 후견인으로서 손자의 양육을 책임질 수 있습니다.
이 때 친생부모는 언제든 자녀의 친권과 양육권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 후견인 역시 가정법원의 허가하에 미성년후견인은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교육할 권리, 미성년자의 거주장소 지정권, 친권행사권 등 미성년자에 대해 친권자와 동일한 권리를 갖게 됩니다.
이번 소송은 조부모가 손자를 어릴때부터 양육하면서 조부모가 아닌 부모라고 속이고 키워왔기 때문에 자녀의 복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으로, 법원 역시 이 사정을 감안해 아동의 복리를 헝클어진 가족관계보다 더 중시하여 판단한 결과입니다.
이번 판결은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한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더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힌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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