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과 모욕, 뭐가 달라요?
표현의 내용이 사실에 관한 것이라면 명예훼손, 주관적인 경멸적 감정에 관한 것이라면 모욕입니다.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는 표현은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벌레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벌레는 어떤 레벨에 있는지, 벌레만도 못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말했다면 모욕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그놈은 매일 아침 벌레를 먹고 다닌다. 아주 징그러운 놈이다"라는 표현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만약, 실제 그놈이 매일 아침 벌레를 먹는 것을 즐긴다면 헌법재판소가 여전히 합헌이라고 결론을 내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징그러운 놈'은 모욕이 될 수 있겠고요. '벌레를 매일 아침 먹는다'는 것이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인지는 애매한 측면이 있긴 하네요.
만약에 실제 그놈은 매일 아침 과일과 싱싱한 채소로 구성된 샐러드를 즐겨 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겠습니다.
회사에 아주 나쁜 놈이 있는데 회사 임원에게 알렸어요. 처벌되나요?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소문날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공연성, 전파가능성). 특정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소문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가족에게 아무리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해도 처벌되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가족이 그 말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아주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일도 못하고, 하는 짓도 영 밉상입니다. 결정적인 실수를 해서, 평소 그 사람에 대한 나쁜 평판까지 포함해서 회사 감사팀에 투서를 넣습니다. 투서의 내용에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 표현이 들어있었습니다. 처벌될까요? 안됩니다.
대법원은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필요하다"라고 보고, "특히 발언 상대방이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된다"라고 판단합니다(대법원 2015도15619 판결).
감사팀에 제출한 투서는 비밀유지가 전제돼 있는 경우라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공연성이 부정되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비밀유지가 전제된다고 해서 아무런 근거 없이 특정인을 음해하는 내용의 발언을 해서는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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