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알게 된 청소년에게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는데, 상대가 거절하거나 답이 없어 실제로는 아무것도 받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받은 게 없으니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대화방을 지워 버리는 분도 있지만, 얼마 뒤 경찰 출석 요구서를 받고 나서야 사안의 무게를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상대가 19세 미만이면 요구 문구 하나가 곧바로 제작 미수 혐의로 이어질 수 있어, 이 단계에서 법이 무엇을 기준으로 보는지부터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받지 못했어도 미수범 처벌 규정이 적용되는 구조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제11조 제6항은 제1항의 미수범을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사진이나 영상이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제작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평가되면 미수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아동·청소년은 19세 미만의 사람을 말합니다(같은 법 제2조 제1호). 성착취물에는 성교·유사 성교뿐 아니라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자위 행위가 담긴 화상·영상이 포함됩니다(제2조 제4호, 제5호). 따라서 "노출 사진 한 장 보내 달라"는 요구도 이 범위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다만 미수가 인정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제작 미수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요구가 제작의 실행에 착수한 단계인지, 아니면 그보다 앞선 예비·대화 단계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집니다. 이 구분이 사건의 결론을 좌우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기수 시점은 저장 완료, 미수는 구체적 요구의 착수 여부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을 촬영하게 한 경우에도 제작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직접 촬영하지 않았더라도 만드는 것을 기획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면 제작이며, 촬영을 마쳐 재생이 가능한 형태로 저장된 때 기수에 이른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9340 판결,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도18285 판결). 아동·청소년의 동의가 있었다거나 개인적으로 보관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사정도 제작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이 기준을 뒤집어 보면 미수의 윤곽이 나옵니다. 상대가 촬영을 시도하다 그만두었거나, 찍기는 했지만 전송·저장에 이르지 못했거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가 기수 이전의 단계입니다. 형법 제25조는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했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때를 미수범으로 정하고 형을 감경할 수 있게 하지만, 감경은 임의적이어서 법원이 반드시 줄여 주는 것은 아닙니다.
실행의 착수가 있었는지는 사안별로 다음과 같은 요소를 종합해 따집니다.
요구의 구체성 — "사진 보내줄 수 있어?" 수준의 막연한 말인지, 노출 부위·자세·촬영 방법·전송 방법·기한까지 지정한 지시인지
반복성과 압박 — 한 번 물어보고 만 것인지, 거절 뒤에도 계속 재촉하거나 대가 제시·불이익 암시를 덧붙였는지
상대의 반응 — 촬영을 시도했는지, 일부라도 전송이 이뤄졌는지, 끝까지 거부했는지
요구자의 준비 행위 — 전송용 계정·앱을 안내하거나 화상통화를 켜 두게 하는 등 촬영이 곧바로 가능하도록 준비했는지
구체적 지시가 오갔고 상대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제작 미수가 문제될 수 있고, 반대로 요구가 막연한 대화에 그쳤다면 제작 미수가 아니라 아래의 다른 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작 미수가 아니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 유형의 핵심입니다.
첫째,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목적 대화 등입니다.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거나, 노출·자위 등의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합니다(제15조의2 제1항, 제3항). 16세 미만이 상대라면 제2항이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둘째, 통신매체이용음란입니다.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글·영상을 통신매체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실제로 2018도9340 사건도 제작 혐의 중 일부가 이 죄로 인정된 사례입니다.
셋째, 상대가 18세 미만이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의 성적 학대행위(음란한 행위를 시키는 행위, 성희롱 등)가 문제될 수 있고, 처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입니다(같은 법 제71조 제1항 제1호의2).
끝으로 유죄판결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할 때에는 처벌 외에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 대해 법원이 500시간 범위에서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병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2항). 벌금형으로 끝나도 이 부분이 함께 따라올 수 있습니다.
한편 스스로 요구를 거두었다면 중지미수 주장이 가능한지도 따져 봐야 합니다. 형법 제26조는 자의로 실행을 중지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하는데, 상대가 거부하자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경우는 자의가 아니라 장애로 보아 일반 미수로 취급됩니다. 이 차이는 대화 내용에서 왜 그만두었는지가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대화 전체 확보 후 착수 시점과 연령 인식 다투기
수사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죄명과 형량 구간이 크게 달라집니다. 실제 대응은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대화 전문 확보와 정리 — 문제 된 문장만 따로 보면 불리하게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가 시작된 경위, 요구 문구의 표현과 횟수, 상대의 반응, 요구를 멈춘 시점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착수 여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대화방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탈퇴하면 증거인멸로 비칠 수 있고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복원되는 경우도 많아 오히려 불리하므로, 임의로 지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착수 단계 판단 — 요구가 막연한 호기심 수준의 말이었는지, 촬영 방법까지 지정한 구체적 지시였는지를 대화 내용으로 구분하고, 제작 미수가 아니라 제15조의2 또는 통신매체이용음란 수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견서로 정리합니다. 죄명이 제11조 제6항에서 제15조의2로 내려가면 법정형 하한이 징역 5년 이상에서 벌금형까지 열려 있는 구간으로 바뀌므로 실익이 큽니다.
상대 연령 인식 여부 — 성착취물 범죄는 상대가 아동·청소년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프로필·대화에 드러난 학년이나 나이 언급, 상대가 스스로 성인이라고 밝혔는지, 외관과 말투로 미성년임을 알 수 있었는지를 종합해 고의 여부를 다툽니다.
피해자 측 대응과 합의 — 피해 아동·청소년의 법정대리인과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가해자가 직접 연락하면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반성의 뜻과 재발 방지 계획을 전달해야 합니다. 합의가 이뤄져도 공소가 자동으로 기각되는 것은 아니지만 양형에서 중요한 참작 사정이 됩니다.
경찰 조사 동행과 진술 준비 — 처음 하는 진술이 이후 전 과정의 기준이 되므로, 요구의 취지와 중단 경위를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사전에 질문을 예상하고 조사에 동행합니다. 기억이 흐린 부분을 추측해서 단정하는 진술은 피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요구만 하고 못 받았다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
사진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기수가 아니라는 의미일 뿐,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 아닙니다. 제작 미수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라는 중한 법정형이 적용될 수 있고, 인정되지 않더라도 성착취 목적 대화나 통신매체이용음란, 아동복지법 위반이 남을 수 있습니다.
대화 기록은 상대방의 휴대전화와 서버에 남아 있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상대 부모의 연락이 닿았다면, 진술하기 전에 대화 내용을 정리하고 어떤 죄명이 적용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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