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 중 아들이나 남편을 잃은 유족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이 있습니다. 현역 군인이었으니 당연히 현충원에 모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군에서 '순직'이 아니라 일반 사망으로 분류하면 안장 자체가 막힌다는 사실입니다. 국립묘지법은 현역 군인의 사망을 안장 대상으로 열어두면서도, 복무 중 전사 또는 순직 외의 사유로 사망한 사람은 따로 안장 불가로 못 박고 있습니다. 결국 안장 여부는 사망의 성격을 군과 국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순직이 인정되지 않은 사망이 왜 국립묘지 안장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그 판단을 어떤 절차와 증거로 다툴 수 있는지 차례로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립묘지법의 구조 — 현역 사망을 열어두고 다시 닫는 두 겹의 규정
안장 대상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1호 다목에서 출발합니다. 현역군인과 소집 중인 군인 및 군무원으로서 사망한 사람이 국립서울현충원·국립대전현충원·국립연천현충원 안장 대상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 문구만 보면 현역으로 사망한 모든 군인이 해당하는 것처럼 읽히고, 많은 유족이 여기서 오해를 합니다.
그러나 같은 조 제5항 제2호는 제1항 제1호 다목의 사람으로서 복무 중 전사 또는 순직 외의 사유로 사망한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즉 현역 신분이었다는 사실은 안장의 필요조건일 뿐이고, 사망의 원인이 전사 또는 순직에 해당해야 비로소 문이 열립니다. 병으로 사망했든, 휴가 중 사고로 사망했든, 스스로 생을 마감했든 그 사망이 순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면 법문상 안장 대상에서 빠집니다.
제5조 제1항 제1호 다목 — 현역군인 등의 사망을 안장 대상으로 규정.
제5조 제5항 제2호 — 전사 또는 순직 외의 사유로 사망하면 안장 불가.
제5조 제1항 단서 — 유족이 안장을 원하지 않으면 안장하지 않음(유족 의사 존중).
현역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고, 그 사망이 전사 또는 순직으로 인정되어야 안장 대상이 된다.
순직의 두 가지 판단 축 — 공무상 사망과 국가유공자 순직군경
'순직'이라는 말은 한 가지 제도에서만 쓰이지 않습니다. 첫째 축은 「군인 재해보상법」 제4조 제1항 제4호의 공무상 사망입니다. 공무수행 중 사망, 공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여기에 들어가고, 인정되면 제35조에 따라 심의회 심의를 거쳐 순직유족연금이, 제39조에 따라 사망보상금이 유족에게 지급됩니다. 다만 같은 조 단서가 공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으면 공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하므로, 직무 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무와 사망 사이의 연결고리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둘째 축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5호의 순직군경입니다. 군인으로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이 대상이고,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두 제도는 요건과 심사기관이 서로 다릅니다. 군에서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아 연금을 받더라도, 국가유공자 순직군경의 '직접적 관련' 요건은 별도로 따져집니다. 따라서 어느 단계의 판단이 안장의 근거가 되는지, 그리고 지금 막혀 있는 곳이 어느 단계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야간 경계근무 도중 쓰러져 사망한 병사라면 공무상 질병 또는 공무수행 중 사망으로 군인재해보상 절차에서 먼저 판단되고, 그 사망이 훈련·경계와 직접 관련된 것으로 평가되는지가 순직군경 요건에서 다시 문제됩니다. 반면 외박 중 개인 사정으로 발생한 사고는 두 축 모두에서 공무와의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순직이 부정되는 전형적 사유 — 고의, 공무 이탈, 사적 행위
순직이 인정되지 않는 사건은 대체로 몇 가지 유형으로 모입니다. 「군인 재해보상법」 제4조 제2항은 군인이 고의로 부상·질병·장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 공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정하고,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6항은 세 가지 사유로 사망한 경우 국가유공자 등록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합니다. 불가피한 사유 없이 본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이거나 관련 법령·상관의 명령을 현저히 위반한 경우, 공무를 이탈한 상태에서의 사고나 재해인 경우, 장난·싸움 등 직무수행으로 볼 수 없는 사적 행위가 원인이 된 경우입니다.
이 규정은 군이 사건을 일반 사망으로 분류하는 근거로 자주 쓰입니다. 휴가·외박 중 교통사고는 공무 이탈 상태의 사고로, 부대 내 생활관에서 동료와 벌인 다툼 끝의 사망은 사적 행위로, 근무 중 안전수칙을 어기다 일어난 사고는 중대한 과실이나 명령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유들은 군의 1차 판단일 뿐 확정된 결론이 아닙니다. '공무 이탈'인지, '사적 다툼'인지는 사건 경위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특히 지휘관 지시나 부대 관행이 개입한 흔적이 있으면 평가가 바뀔 수 있습니다.
본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관련 법령·상관 명령의 현저한 위반.
공무를 이탈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나 재해.
장난·싸움 등 직무수행으로 볼 수 없는 사적 행위가 원인인 경우.
군인 재해보상법상 고의에 의한 사망 — 다만 인식능력 저하 예외가 따로 있음.
극단적 선택 사건 — 정상적 인식능력 저하 상태라는 예외
복무 중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은 순직 여부가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영역입니다. 자살은 표면상 '고의'에 의한 사망이라 「군인 재해보상법」 제4조 제2항 본문에 따라 공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같은 항 단서는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고의로 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공무상 재해로 본다고 예외를 둡니다. 제43조 제1항 단서도 같은 취지로 급여 제한의 예외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예외의 핵심은 두 가지 연결고리입니다. 하나는 사망 전 군 생활에서 공무와 관련된 요인(구타·가혹행위, 폭언, 과중한 업무, 부당한 징계 등)이 있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요인 때문에 판단능력이 뚜렷하게 떨어진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후자는 정신과 진료기록, 군 상담 기록, 부대 인성검사 결과, 사망 직전의 일기·메신저·유서 내용으로 뒷받침합니다. 가해 사실이 형사사건에서 인정된 경우에는 판결문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군이 '개인 문제'로 분류한 사건이 이후 다른 증거가 나오면서 공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래서 초동 조사기록에 '가정 문제', '개인 비관'이라고 적혔더라도 곧바로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기록의 어느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 어떤 진술이 빠졌는지를 하나씩 짚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고의 사망이라도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였음이 입증되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순직 비해당 결정을 다투는 절차 — 재심위원회 심사에서 행정소송까지
순직 결정은 크게 군 단계와 국가보훈 단계로 나뉘고, 각 단계의 불복 경로가 다릅니다. 군 단계에서는 「군인 재해보상법」 제5조에 따라 국방부에 두는 군인재해보상심의회가 공무상 사망 해당 여부를 심의합니다(제5조 제1항 제1호 사목). 결정이 불리하게 나오면 제47조에 따라 결정 등이 있은 날부터 180일, 그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군인재해보상연금재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고, 그래도 달라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으로 넘어갑니다. 이 급여 결정에는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제47조 제3항).
국가보훈 단계에서는 국가유공자법 제6조에 따라 유족이 등록을 신청하면 소속 기관의 장이 요건 사실을 조사해 확인·통보하고(제3항), 국가보훈부장관이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합니다(제4항). 여기서 비해당 결정이 나오면 이 결정이 곧 행정처분이므로 다툴 수 있습니다. 기한은 짧습니다. 행정심판은 「행정심판법」 제27조에 따라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고, 행정소송은 「행정소송법」 제20조에 따라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소송에서는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6항 제외사유의 해당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법원은 처분 당시의 기록뿐 아니라 새로 제출된 증거까지 보고 판단하므로, 군 조사 단계에서 확보하지 못한 자료를 소송에서 보강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입증자료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 — 사건 경위를 되살리는 기록들
순직 다툼의 승패는 사건 경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되살리느냐에서 갈립니다. 먼저 군 내부 기록으로, 헌병·군사경찰의 수사기록, 부대 조사결과 보고서, 사망 당일 근무일지, 지휘관 확인서가 있습니다. 이 기록은 유족이 정보공개청구나 기록 열람·등사 신청으로 확보할 수 있고, 보훈 단계에서는 소속 기관 장이 작성하는 사실 확인서가 결정의 기초가 되므로 그 내용이 실제와 어긋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사망 전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군 병원·민간 병원 진료기록, 상담병사나 군종 상담 기록, 입대 전후 건강검진 결과의 비교, 가족과 주고받은 통화·메신저 기록이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료 장병의 진술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진술이 흐려지고 전역으로 흩어지므로, 가능하면 사건 직후 확보하는 편이 낫습니다.
군사경찰 수사기록·부대 조사 보고서 — 초동 분류의 근거와 빠진 진술을 확인.
진료·상담 기록 — 사망 전 정신 상태와 인식능력 저하를 입증.
동료 진술·메신저 내용 — 가혹행위, 과중 업무, 부대 분위기를 뒷받침.
형사판결문 — 가해자가 처벌받았다면 공무와의 인과관계의 핵심 증거.
순직이 인정된 뒤에도 남는 관문 — 안장 제외 사유와 안장대상심의위원회
순직 인정이 곧바로 안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립묘지법 제5조 제5항은 안장 제외 사유를 따로 열거합니다. 대한민국 국적 상실, 국가유공자법 제79조 제1항 제1호부터 제4호에 해당하는 사람, 군형법 일부 조항 위반으로 금고 1년 이상 실형이 확정된 사람, 탄핵이나 징계로 파면·해임된 사람 등이 그 예입니다. 제5호는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사람도 안장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순직이 인정된 경우에도 사망 경위나 복무 중 비위 사실이 있었다면 심의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순직이 인정되고 제외 사유가 없는 경우, 현충원 안장은 유족의 의사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미 다른 곳에 모셨다면 제7조 제1항에 따라 유족의 요청으로 국립묘지로 이장하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순직 인정 뒤의 이장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은 시간이 지나 결정이 뒤집힌 사건에서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현역 병사가 복무 중 병으로 사망했다면 당연히 현충원에 안장되나요?
A. 당연하지 않습니다. 국립묘지법 제5조 제5항 제2호가 복무 중 전사 또는 순직 외의 사유로 사망한 사람은 안장할 수 없다고 정하기 때문입니다. 질병 사망도 군인 재해보상법상 공무상 질병 또는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질병 사망 포함)으로 인정되어야 안장 대상이 됩니다.
Q. 군에서 일반 사망으로 분류했는데 번복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군인 재해보상법의 급여 결정은 군인재해보상연금재심위원회 심사 청구와 행정소송으로,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초동 조사기록에 없던 증거가 새로 확보되면 결론이 달라진 사례가 있어, 기록 재검토가 출발점입니다.
Q. 극단적 선택이면 처음부터 순직은 불가능한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군인 재해보상법 제4조 제2항 단서는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는 공무상 재해로 본다고 정합니다. 가혹행위, 과중한 업무 같은 공무 관련 요인과 인식능력 저하를 함께 입증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Q. 불복 기한은 얼마나 되나요?
A.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의 행정심판은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행정소송도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입니다. 처분이 있은 날부터는 각각 180일, 1년이 상한입니다. 군인 재해보상법의 급여 결정은 행정심판 대신 결정 등이 있은 날부터 180일,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재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합니다. 결정 통지서를 받은 날을 기록해 두고,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서둘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순직이 인정되면 안장은 자동으로 이루어지나요?
A. 자동은 아닙니다. 순직이 인정되더라도 제5조 제5항의 안장 제외 사유가 없어야 하고, 유족이 안장을 원해야 합니다. 영예성 훼손 여부는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따로 판단합니다.
Q. 이미 다른 묘지에 모신 뒤에 순직이 인정되면 어떻게 하나요?
A. 국립묘지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국가보훈부장관은 유족이 요청할 경우 안장 대상자를 국립묘지로 이장할 수 있습니다. 순직 인정 결정서와 유족 관계 서류를 갖춰 신청하면 됩니다.
맺음말
현역 군인의 사망이라도 국립묘지 안장은 사망이 전사 또는 순직으로 인정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군인 재해보상법의 공무상 사망, 국가유공자법의 순직군경, 국립묘지법의 안장 제외 사유가 차례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어느 단계에서 막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일반 사망으로 분류된 사건이라도 사망 경위의 기록과 증거를 다시 정리하면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고, 불복 기한이 짧은 만큼 결정 통지서를 받은 시점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필요하다면 사건 기록을 함께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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