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별거를 시작하면 경제생활도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 자신의 소득으로 생활비를 부담하고, 별도의 계좌에 돈을 모으거나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몇 년간 별거한 후 이혼소송을 하게 되면, 별거기간 동안 형성하거나 변동된 재산도 나누어야 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별거 이후 혼자 벌어 모은 돈이라면 당연히 본인의 재산일까요?
반대로 별거 후 취득한 아파트라도 배우자가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재산의 취득 날짜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인지, 별거 이후 독립적인 경제활동으로 마련한 재산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별거를 시작하면 그때부터 재산도 분리될까요?
재판상 이혼에서 재산분할의 대상과 가액을 정하는 기준은 원칙적으로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입니다.
따라서 별거를 시작했다고 해서 그 시점에 재산분할 대상이 모두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발생한 재산관계의 변동이 일방 배우자의 후발적인 사정에 따른 것이고,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과 무관하다면 그 변동을 재산분할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므1455, 1462 판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별거한 날짜와 혼인관계가 파탄된 시점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혼인관계가 언제 파탄에 이르렀는지, 이후에도 부부가 경제적으로 협력하였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2. 별거 후 혼자 벌어서 모은 예금이라면?
예를 들어 부부가 별거를 시작한 뒤 남편이 자신의 급여를 별도 계좌에 저축하여 5,000만 원을 모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아내는 이혼소송에서 남편이 보유한 예금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남편은 별거 이후 혼자 벌어 모은 돈이라고 다툴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예금이 형성된 경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혼인관계 파탄 이후 남편이 독립적인 경제활동으로 형성한 재산이고,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과 관련이 없다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예금이라도 혼인 중 모아둔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긴 것이거나, 기존 공동재산을 처분한 대금이라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또한 혼인 중 공동으로 운영하던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이라면 별거 이후 입금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독자적인 재산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예금의 명의나 입금 날짜보다는 실제 자금의 출처와 형성 경위가 중요합니다.
3. 별거한 후 아파트를 취득했다면 배우자는 권리가 없을까요?
이 문제에 관하여 참고할 만한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므12549, 12556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 남편은 혼인 중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혼인관계가 파탄되기 전까지 분양대금의 약 70%를 납부하였습니다. 그 후 부부가 별거하게 되었고, 남편은 별거 이후 나머지 분양대금을 지급한 다음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렇다면 재산분할 대상은 혼인관계 파탄 이전에 납부한 분양대금일까요, 아니면 아파트 자체일까요?
대법원은 아파트 자체가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혼인관계가 파탄되기 전에 이미 분양대금의 상당 부분이 지급되었고, 배우자 역시 혼인생활 동안 소득활동과 가사·육아 등을 통해 재산 형성에 기여하였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즉 별거 이후 소유권을 취득했더라도, 그 취득이 혼인 중 부부의 공동 노력으로 형성한 경제적 기반에 따른 것이라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시점만으로 재산분할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4. 별거 후 혼자 대출금을 상환했다면?
별거 이후 기존 채무를 상환한 경우에도 재산분할에서 다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령 혼인 중 구입한 아파트에 담보대출 3억 원이 있었는데, 별거 후 아내가 자신의 소득으로 1억 원을 상환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혼소송 당시 남은 대출금이 2억 원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금액만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2024. 5. 17. 선고 2024므10721, 10738 판결에서 혼인관계 파탄 이후 채무가 감소한 경우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별거 이후 기존 채무가 감소하였더라도, 그 감소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과 무관하게 일방 배우자의 노력이나 비용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감소 부분을 재산분할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혼인관계 파탄 당시의 채무를 기준으로 재산분할 대상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대출금을 상환한 사실뿐 아니라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별거 이후 독자적인 소득으로 상환한 경우와 혼인 중 형성한 공동재산으로 상환한 경우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별거 후 아파트 가격이 올랐거나 재산을 처분했다면?
별거 이후 새로운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뿐 아니라, 기존 재산의 가치가 변동하거나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먼저 혼인 중 공동으로 마련한 아파트의 시세가 별거 이후 상승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재판상 이혼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재산의 가액을 평가하므로, 별거 당시의 시세로만 평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일방 배우자의 독자적인 노력이나 비용으로 재산의 가치가 증가한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별거 이후 예금이나 주식 등을 처분한 경우에도 단순히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혼인관계 파탄 이후 부부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무관하게 재산을 처분한 경우, 해당 재산을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보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처분이 부부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미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그대로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13676 판결)
따라서 별거 이후 재산이 감소하거나 처분된 경우에는 그 경위와 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별거 중 재산분할을 준비한다면
별거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산의 취득과 처분, 채무 상환 등의 거래가 누적되므로 자금의 흐름을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혼인 중 형성한 재산과 별거 이후 독립적으로 형성한 재산이 혼재되어 있다면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매매계약서와 분양계약서, 등기사항증명서, 대출금 상환내역 등을 확인하고, 예금 등 금융재산의 경우에는 별거 전후의 계좌거래내역과 자금의 출처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재산이 처분되었다면 처분대금의 사용처와 해당 거래가 이루어진 이유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재산이 부부의 공동 노력으로 형성된 것인지, 혼인관계 파탄 이후 일방의 독립적인 경제활동으로 마련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별거 후 재산분할, 취득 시점보다 재산 형성 경위가 중요합니다.
별거한 이후의 재산이라고 해서 모두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이혼소송 당시 일방 배우자의 명의로 존재하는 재산이라고 해서 언제나 분할대상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재산의 취득 시점과 자금의 출처, 혼인 중 공동재산과의 관련성, 각 배우자의 기여도를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법무법인 방향 이효정 변호사는 이혼 및 재산분할 사건의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의뢰인의 정당한 재산상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조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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