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를 정리하면서 재산분할을 청구하려는 분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어느 시점의 재산을 기준으로 나누는가"입니다. 헤어진 뒤 상대방 명의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거나, 반대로 그 사이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해 버렸다면 어느 시점이 기준이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2023년 판결에서 사실혼 재산분할의 기준을 '사실혼이 해소된 날'로 정리했고, 해소 이후의 가치 변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반영하도록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소일이 왜 기준이 되는지, 해소일은 어떻게 특정되는지, 해소 이후의 집값 변동은 어떤 경우에 반영되는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실혼 재산분할의 근거 — 민법 제839조의2를 사실혼에 유추하는 구조
재산분할청구권은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되어 있고, 조문상으로는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이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권리로 적혀 있습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를 마치지 않은 관계여서 법률혼은 아니지만,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가 해소된 경우에도 이 규정을 준용하거나 유추해 재산분할을 인정합니다. 혼인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하며 재산을 함께 형성했다면 그 성과를 청산할 필요는 같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실혼 배우자도 법률혼 부부와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실혼이라고 해서 모든 동거 관계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산분할이 인정되려면 먼저 사실혼이 성립해 있었어야 합니다. 판례가 요구하는 요건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볼 만한 실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동거나 연인 관계, 혼인을 전제하지 않은 동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사실혼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할 때는 주민등록상 주소, 양가 가족 행사 참석, 공동 명의의 계약, 청첩장이나 결혼식 사진, 주위에 부부로 알려졌는지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혼인의사 — 서로 부부로 살겠다는 합의가 있었는지(결혼식 여부, 가족·지인에 대한 소개 방식 등).
부부공동생활의 실체 — 동거 기간, 생활비와 가사의 분담, 자녀 양육 여부.
재산 형성 협력 — 한쪽 명의 재산이라도 다른 쪽의 내조·가사·소득이 기여한 흔적이 있는지.
사실혼도 부부공동생활의 실체와 혼인의사가 있다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고, 그 분할은 민법 제839조의2의 법리에 따라 이루어진다.
기준시점은 사실혼이 해소된 날 —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17므11856, 11863 판결
사실혼 재산분할의 기준시점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하급심 판단이 갈렸습니다. 어떤 재판부는 법률혼의 이혼 소송처럼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보았고, 어떤 재판부는 사실혼이 깨진 때를 기준으로 보았습니다. 이를 정리한 것이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17므11856, 11863 판결입니다. 이 사안은 협의이혼 이후에도 사실혼 관계를 이어오다 2013년경 관계가 해소된 부부의 재산분할 사건이었는데, 대법원은 분할대상 재산과 그 액수는 사실혼이 해소된 날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사실혼에서 재산분할이 하는 역할 때문입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 이룬 재산을 청산하는 제도인데, 사실혼은 부부공동생활이 끝나는 순간 협력 관계도 끝납니다. 해소 이후에 생긴 재산이나 늘어난 가치는 이미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두 사람이 각자 노력해 만든 것이므로, 그 성과까지 상대방이 나눠 가질 근거가 약합니다. 반대로 해소 이후에 한쪽이 빚을 새로 졌다면 그 빚도 상대방에게 나눠 지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해소 이후에 발생한 마이너스통장 이자는 분할대상 소극재산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법률혼의 이혼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법률혼은 혼인신고가 되어 있는 한 법적으로는 부부이므로, 이혼 소송 중에도 공동재산 형성 관계가 이어진다고 보아 통상 사실심 변론종결일(협의이혼이면 이혼한 날)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사실혼은 해소를 선언하는 법적 절차가 없고 사실상 갈라선 때에 이미 관계가 끝난 것이어서 그 때가 기준이 됩니다. 소송이 몇 년 걸리더라도 기준시점은 소송 진행 기간만큼 뒤로 미뤄지지 않습니다.
분할대상 재산과 액수는 사실혼이 해소된 날을 기준으로 정한다 — 소송이 길어졌다는 이유로 기준시점이 뒤로 밀리지 않는다.
해소일은 어떻게 특정되나 — 다툼이 생기는 지점과 입증 자료
기준이 '해소일'이라면 결국 해소일이 언제인지가 첫 번째 쟁점입니다. 사실혼에는 혼인신고서나 이혼신고서 같은 공적 문서가 없어서, 어느 날이 해소일이냐를 두고 당사자끼리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는 부부공동생활이 사실상 종료되었다고 볼 만한 사건이 있었던 날을 해소일로 봅니다. 예를 들어 한쪽이 짐을 챙겨 집을 나간 날, 관계를 끝내겠다는 의사를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명확히 통보한 날, 별거에 들어가 생활비 분담이 끊긴 날 등이 후보가 됩니다.
해소일이 중요한 이유는 같은 부동산이라도 1~2년 사이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고, 같은 계좌라도 해소 직전과 직후 잔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이 유리한 시점을 해소일로 주장할 때는 객관 자료로 다투게 됩니다. 별거가 시작된 날은 주민등록 이전 기록, 새 집 임대차계약서, 출입국 기록, 카드 사용 내역과 생활비 이체 내역의 중단 시점 등으로 확인합니다. 해소 의사를 밝힌 날은 메신저 대화, 문자, 통화 녹음, 내용증명 등이 증거가 됩니다. 별거와 재결합이 반복된 관계라면 마지막으로 공동생활을 사실상 끝낸 날이 어느 시점인지가 쟁점이 되므로, 일자별로 생활 흐름을 정리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별거 시작일 — 주민등록 이전, 새 거처의 임대차계약, 이삿짐 내역으로 확인.
해소 의사 통보일 — 문자·메신저·내용증명 등 상대방에게 관계 종료를 알린 기록.
경제공동체 단절일 — 생활비 이체 중단, 공동계좌 인출·해지 시점.
잠정적 별거와 구별 — 일시적 다툼 후 가출이었는지, 관계를 끝낼 의사가 있었는지를 종합 판단.
해소 이후 집값이 올랐다면 — 예외적으로 반영되는 '특별한 사정'
해소일이 기준이라고 해서 해소 이후의 변동이 언제나 무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실혼 해소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부동산 등에 외부적·후발적 사정으로 가치 변동이 생겼더라도, 그 이익이나 손해를 한쪽에만 귀속시키면 재산분할의 목적인 공평한 청산·분배에 현저히 어긋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이를 분할대상 재산의 가액 산정에 참작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칙은 해소일 기준이고, 예외는 그 결과가 지나치게 불공평할 때에만 인정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사실혼 해소 당시 시가가 5억 원이던 아파트가 재개발 확정 같은 외부 요인으로 변론종결 시점에 9억 원이 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명의자가 4억 원의 상승분을 모두 가져가면 불공평해 보일 수 있지만, 상승 자체가 해소 이후 명의자의 노력이나 자금이 아니라 외부 호재에서 비롯되었고 해소 시점에 이미 그 호재가 예견되던 상황이었다면 참작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상승의 이유가 명의자가 해소 이후 거액을 들여 증축하거나 대출 원리금을 오랜 기간 혼자 갚은 것에 있다면 그 이익을 상대방과 나눌 이유가 없습니다. 법원은 가격 변동의 원인이 무엇인지, 한쪽이 그 사이에 기여한 바가 있는지를 보고 판단합니다.
또 하나 짚어둘 점은 입증입니다. 해소일 시점 가액을 감정으로 정하려면, 법원이 이미 지나간 시점의 시가를 추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해소일에 가장 가까운 시기의 실거래가, 공시가격, 은행 담보평가액 등을 자료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 역시 이후 재판에서 가액 산정은 사실혼 해소일을 기준으로 하되 제출된 자료 가운데 해소 시점에 가장 가까운 시점의 것을 기준으로 삼는 방향을 재확인했습니다. 따라서 해소일 전후의 실거래 사례와 감정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소 이후의 가치 변동은 원칙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한쪽에 귀속시키는 것이 공평한 청산에 현저히 어긋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참작된다.
분할대상과 비율 — 해소일 시점의 재산을 어떻게 나누나
해소일이 정해지면 그날 기준으로 부부가 보유하던 재산과 채무를 정리합니다. 분할대상은 사실혼 기간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유지된 재산입니다. 명의가 한쪽으로 되어 있어도 다른 쪽의 내조나 가사노동이 기여했다면 대상이 되고, 예금·부동산·주식·퇴직금·보험 해약환급금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한편 사실혼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상속·증여로 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으로서 대상에서 빠지지만, 상대방이 그 재산의 유지·증식에 기여했다면 그 한도에서 분할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채무도 공동생활을 위해 진 것이라면 소극재산으로 반영되어 순재산에서 차감됩니다.
분할 비율은 해소일 기준 재산의 총액을 놓고 기여도에 따라 정합니다. 맞벌이였는지, 한쪽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는지, 사실혼 기간이 얼마나 길었는지가 주요 요소입니다. 사실혼 기간이 짧을수록 한쪽의 형성 기여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아 균등 분할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장기간 공동생활을 한 경우에는 가사 전담자에게도 상당한 비율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자료는 재산분할과 별개의 청구이므로, 사실혼 부당파기가 있었다면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적극재산 — 해소일 시점 부동산(실거래가·감정), 예금 잔액, 주식, 퇴직금, 보험 해약환급금.
소극재산 — 공동생활을 위한 대출·보증채무. 해소 이후 새로 생긴 채무와 이자는 제외.
특유재산 — 혼인 전 재산·상속·증여 재산은 원칙적으로 제외, 유지·증식 기여 시 일부 반영.
비율 판단 요소 — 사실혼 기간, 소득 활동, 가사·육아 전담 여부, 재산 형성에 대한 구체적 기여.
청구 절차와 기간 — 해소일부터 시작되는 2년의 시계
재산분할청구권은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에 따라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는 제척기간이 있습니다. 사실혼의 경우에도 사실혼이 해소된 날부터 2년 안에 청구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실무입니다. 앞서 본 대로 해소일이 기준시점일 뿐 아니라 제척기간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해소일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청구 가능 여부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해소일이 불분명하다면 가능한 한 빨리 청구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절차는 먼저 당사자 사이에 협의를 시도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합니다. 가사소송법상 조정전치주의가 적용되어 보통 조정절차를 먼저 거치게 되고,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심판으로 넘어갑니다. 재산분할이 청구되면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동산 처분을 막기 위한 사전처분이나 가압류 같은 보전 조치를 함께 검토합니다. 상대방이 해소일 이후에 재산을 처분했더라도 해소일 시점에 존재하던 재산이라면 분할대상 범위에 포함해 가액을 산정하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실혼 재산분할은 해소일과 소송 변론종결일 중 어느 쪽 재산을 기준으로 하나요?
A. 대법원 2017므11856, 11863 판결에 따라 사실혼이 해소된 날을 기준으로 분할대상과 액수를 정합니다. 해소 이후의 변동은 한쪽에 귀속시키면 공평한 청산에 현저히 어긋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가액 산정에 참작합니다.
Q. 사실혼 해소 후 상대방 아파트값이 올랐다면 오른 금액까지 받을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오른 부분은 반영되지 않고 해소일 시점의 시가가 기준입니다. 상승이 외부 요인에서 비롯되었고 이를 한쪽이 모두 가져가는 것이 현저히 불공평한 예외적 사정이 있을 때만 일부 참작될 수 있으므로, 그 사정을 구체적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Q. 사실혼 해소일을 상대방이 다르게 주장하면 어떻게 확정되나요?
A. 별거 시작일, 해소를 통보한 문자와 내용증명, 생활비 이체 중단 시점 같은 객관 자료로 부부공동생활이 사실상 끝난 날을 법원이 판단합니다. 일시적 다툼과 가출은 해소로 보지 않으므로, 관계를 끝낼 의사가 드러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사실혼이 끝난 지 2년이 넘었는데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한가요?
A.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의 2년 제척기간이 사실혼에도 적용되는 것이 실무여서, 해소일부터 2년이 지났다면 재산분할 청구는 어렵습니다. 해소일을 언제로 보느냐가 달라질 여지가 있다면 그 점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Q.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사실혼 배우자는 법률상 상속인이 아니어서 상속권이 없고, 재산분할은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의 청산 제도라 한쪽의 사망으로 관계가 끝나면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사망 전에 관계가 해소되어 청구가 가능한 상황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Q. 해소 후 상대방이 재산을 팔아버리면 어떻게 하나요?
A. 해소일 시점에 존재하던 재산은 처분되었더라도 분할대상에 포함해 가액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처분이 우려되는 부동산은 청구와 함께 가압류나 사전처분 같은 보전 조치를 미리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사실혼 재산분할은 '언제의 재산을 나누는가'에서 출발하며, 대법원은 이를 사실혼이 해소된 날로 정리했습니다. 해소 이후 집값이 오르거나 내려도 원칙적으로는 해소일 시점의 가액이 기준이고, 한쪽에 귀속시키면 공평한 청산에 현저히 어긋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참작됩니다. 결국 해소일이 언제인지, 그날의 재산이 얼마였는지를 입증하는 일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해소일은 제척기간 2년의 출발점이기도 하므로 별거 시작일과 해소 통보 자료를 일찍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해소일 전후의 부동산 실거래 자료와 금융 내역을 확보한 뒤 청구 시점과 방식을 판단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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