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죄는 폭행죄와 달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도 그것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범죄가 아닙니다. 합의는 검사의 처분과 법원의 형을 정할 때 중요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으므로, 그 효과를 정확히 이해하고 합의서 문구와 합의 과정까지 신중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이 글은 상해 혐의로 고소되거나 입건된 뒤 피해자와 합의를 고민하는 피의자를 위한 안내입니다. 합의만 하면 사건이 종결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해 사건에서는 그 기대가 맞지 않습니다. 특정 사건이나 재구성한 사례는 사용하지 않고 현행 법령과 판례가 정한 범위에서 설명합니다.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이나 형사공탁 절차의 세부 내용은 짧게만 다룹니다. 이 글의 중심은 상해 사건에서 합의가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의미는 갖지 않는지입니다.
상해는 처벌불원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먼저 알아야 할 점은 상해죄에는 피해자의 의사로 처벌을 막는 규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합의 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수사와 재판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60조 제3항은 폭행죄와 존속폭행죄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이런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라고 부르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검사는 기소할 수 없습니다. 이미 기소된 뒤라도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그 의사가 표시되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합니다.
반면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며 같은 조에는 이러한 처벌불원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상해 사건에서는 합의서와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더라도 그것만으로 수사가 종결되거나 공소가 기각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해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도 아니므로, 고소 취소서가 제출되어도 그 자체로 수사를 끝내야 하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속상해는 같은 조 제2항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와의 관계에 따라 적용 조항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입건된 죄명과 적용 법조를 먼저 정확히 확인합니다.
그래도 합의가 결과에 영향을 주는 이유
합의가 사건을 끝내지는 못해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길은 남아 있습니다. 검사가 기소 여부와 처분 방식을 정할 때, 그리고 법원이 형을 정할 때 피해 회복과 피해자의 의사가 함께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검사의 처분 단계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검사가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이 이 조항에 근거합니다.
형법 제51조가 정한 참작 사항에는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이 들어 있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와 피해 회복은 이 가운데 범행 후의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기소하는 경우에도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하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448조에 따라 공판절차 없이 벌금 등을 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소유예나 약식명령 청구는 모두 검사의 재량에 속하므로 합의했다고 해서 특정 처분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합의 시점과 제출 방법
합의서는 그 단계의 결정권자가 판단하기 전에 제출되어야 고려될 수 있습니다. 검사가 처분을 정하기 전이라면 수사기관에, 이미 기소되었다면 재판부에 제출하는 식으로 시점에 맞춰 준비합니다.
합의가 늦어지고 있다면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정과 그동안의 노력을 기록으로 남겨 둡니다. 다만 처분이나 선고 일정을 미루기 위한 목적으로 합의를 내세우는 것은 피하고, 실제로 피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드러나도록 합니다.
법원의 양형 단계
재판으로 넘어가면 법원도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형을 정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폭력범죄 양형기준은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특별감경인자로, 상당한 피해 회복을 일반감경인자로 두고 있습니다.
양형기준은 처벌불원을 피고인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가 그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로 설명합니다. 피고인 측의 사실상의 강요나 기망으로 받아 낸 처벌불원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합의의 내용만큼 합의에 이른 과정도 평가 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폭행 신고가 상해 사건으로 바뀌는 경우
처음에는 폭행으로 신고되었더라도 피해자가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면 상해 혐의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때 폭행죄를 전제로 합의만 하면 끝난다고 판단했다면 대응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폭행 단계에서 이미 처벌불원서를 받아 두었더라도 죄명이 상해로 바뀌면 그 문서는 공소 제기를 막는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 처분과 양형에서 고려되는 자료로 남을 뿐이므로, 필요하다면 상해 혐의를 전제로 합의 내용을 다시 정리합니다.
판례는 상해죄의 상해를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봅니다. 다만 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폭행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이고,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판단은 객관적·일률적으로 하지 않고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합니다. 판례는 진단서의 증명력을 판단할 때에도 진료를 받은 시점과 경위, 그 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보므로 진단서에 적힌 치료 기간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상해 인정 여부에 다툴 여지가 있다면 합의와 별개로 그 쟁점을 정리해 둡니다. 쟁점을 다투는 것과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함께 할 수 있으므로, 합의서나 사과 문구에 사실관계를 어떻게 표현할지도 미리 검토합니다.
합의서와 처벌불원서에서 확인할 문구
상해 사건의 합의서는 형사 절차에서 감경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이면서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를 정리하는 문서이기도 합니다. 서명하기 전에 다음 내용이 분명하게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어느 사건에 대한 합의인지 알 수 있도록 사건 발생 일시와 장소, 담당 수사기관이나 사건번호를 적었는지
합의금의 액수와 지급 방법, 지급 시기를 정했는지, 분할 지급이라면 각 회차의 금액과 날짜를 적었는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과 이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이 있는지
치료비와 위자료 등 이 사건으로 인한 손해 전부를 합의금으로 정산하는지, 일부만 정산하는지
향후 민사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는지와 그 대상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민사 범위를 적지 않으면 형사 합의를 한 뒤에도 치료비나 위자료를 둘러싼 분쟁이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자 쪽에서는 이후 드러날 손해까지 포기하는 문구에 부담을 느낄 수 있으므로, 어디까지 정산하는지 서로 같은 뜻으로 이해했는지 문언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의금을 나누어 지급한다면 처벌불원서를 언제 받는지와 지급이 늦어질 때 어떻게 하는지도 함께 정해 둡니다. 지급 일정과 문서 교부 순서가 분명하지 않으면 합의 후에 서로의 이해가 달라 분쟁이 생기기 쉽습니다.
합의서 원본, 합의금 이체 내역, 처벌불원서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낼 수 있도록 함께 보관합니다. 피해자가 직접 제출할지 피의자 측이 제출할지도 미리 정해 둡니다.
합의가 어려울 때 검토할 방법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거나 금액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다면 직접 접촉을 이어가기보다 제도화된 절차를 검토합니다.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이 다릅니다.
수사 단계의 형사조정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 제1항은 검사가 피의자와 범죄피해자 사이의 형사분쟁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여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공소제기 여부 결정 전의 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피의자도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회부 여부는 검사가 정합니다.
같은 법 제45조 제4항은 검사가 사건을 처리할 때 형사조정 결과를 고려할 수 있되, 조정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다만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처럼 같은 법 제41조 제2항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형사조정에 회부되지 않습니다.
재판 단계의 형사공탁
공탁법 제5조의2는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피해자를 위하여 변제공탁을 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이 형사공탁 특례는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조문이 피고인을 대상으로 하므로 형사공탁은 기소되어 재판이 계속 중인 단계에서 쓰는 방법입니다. 양형기준은 공탁에 대한 피해자의 의견과 공탁금 회수 가능성이나 회수 의사 등을 신중하게 살펴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 경우만 감경 사정으로 보므로, 공탁했다는 사실만으로 합의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합의 과정에서 피해야 할 행동
합의를 서두르다 한 행동이 새로운 혐의나 불리한 양형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밝혔다면 직접 연락을 반복하지 말고 형사조정이나 대리인을 통한 방법을 검토합니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9 제4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나 재판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그 친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피해자의 집이나 직장을 찾아가 만남을 요구하는 행동은 이 조항과 관련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가족에게 연락해 합의를 재촉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 조항은 사건과 관련된 사실을 아는 사람뿐 아니라 그 친족에게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고소를 취소하게 하거나 거짓으로 진술하게 할 목적 등으로 상해·폭행·체포·감금·협박을 한 사람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고소 취소를 요구하며 언성을 높이거나 위협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하지 않습니다.
폭력범죄 양형기준도 합의 시도 중 피해를 야기한 경우를 형을 무겁게 하는 일반가중인자로 둡니다. 합의금 액수를 두고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합의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처럼 말하는 것도 피합니다.
지금 정리해 둘 자료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다음 자료를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면 처분과 양형 단계에서 사정을 설명하기 수월합니다.
사건 당일의 경위를 시간순으로 적은 메모와 이를 뒷받침하는 메시지, 통화 기록
출석 요구 내용이나 고소 사실의 요지 등 혐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자료
피해자 측 상해진단서의 진단명과 치료 기간, 발급 시점에 관해 확인한 내용
합의 제안과 협의 과정에서 주고받은 메시지 원본, 합의서·처벌불원서·이체 내역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해 실제로 한 노력을 보여 주는 자료
메시지와 기록은 일부만 잘라 보관하지 말고 앞뒤 맥락이 드러나도록 전체를 보존합니다. 불리해 보이는 자료라도 삭제하거나 고치지 않습니다.
본문은 2026년 11월 2일 확인한 현행 형법, 형사소송법, 범죄피해자 보호법, 공탁법, 특정범죄가중법과 대법원 양형위원회 폭력범죄 양형기준을 기준으로 합니다. 상해 사건의 합의는 사건을 끝내는 수단이 아니라 처분과 형을 정할 때 고려되는 사정이라는 점을 전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은 특정 사건이나 재구성한 사례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적인 법률 안내이며,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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