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까지 됐다가 수사 끝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되거나 불송치되었는데, 억울하게 갇혀 있던 시간에 대해 국가에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판까지 가서 무죄를 받은 사람에게만 보상이 있는 것으로 아는 분이 많지만, 기소 자체가 되지 않은 피의자에게도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길이 법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청구에 기한이 있고, 어떤 처분이었는지에 따라 아예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피의자보상이 누구에게 인정되는지, 어디에 어떻게 청구하는지, 그리고 3년의 기한이 언제부터 흐르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피의자보상 제도 — 무죄판결이 없어도 구금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구금에 대한 국가 보상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이 받는 형사보상이고, 다른 하나는 기소 단계에 이르기 전에 수사가 끝난 피의자가 받는 피의자보상입니다. 두 제도 모두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들어 있으며, 피의자보상의 근거는 같은 법 제27조 제1항입니다. 피의자로서 구금되었던 사람 중 검사로부터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사법경찰관으로부터 불송치결정을 받은 사람은 국가에 대하여 그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이 중요한 이유는 수사 단계에서 풀려난 사람이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무죄판결문이 없으니 '나는 무죄를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은 불기소처분서나 불송치결정 통지서를 무죄판결과 같은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기 혐의로 체포되어 구속된 뒤 계좌내역 분석 끝에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불기소를 받았다면, 그 구속 기간 전체가 보상 산정의 대상이 됩니다. 구금이 길었을수록 보상금도 늘어나는 구조이므로, 처분 결과를 받아든 시점부터 청구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피의자보상은 재판이 아니라 불기소처분 또는 불송치결정을 출발점으로 한다 — 무죄판결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
보상 대상이 되는 처분과 빠지는 처분 — 혐의없음과 기소유예의 차이
모든 불기소가 보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27조 제1항 단서는 두 가지 제외 사유를 둡니다. 첫째, 구금된 이후에 불기소처분 또는 불송치결정의 사유가 생긴 경우입니다. 둘째, 해당 처분이 종국적인 것이 아니거나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따른 것인 경우입니다. 제247조는 검사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형법 제51조 사항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규정, 즉 기소유예의 근거입니다.
이 단서 때문에 같은 불기소라도 결과가 갈립니다. 범죄 혐의 자체가 없다고 본 혐의없음,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본 죄가안됨, 소송조건이 없다고 본 공소권없음 처분은 보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혐의는 인정하되 선처한 기소유예는 제외됩니다. 기소중지나 참고인중지처럼 수사를 잠시 멈추는 처분 역시 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므로 종국적이지 않아 대상이 아닙니다. 구속 상태에서 피의사실을 다투어 혐의없음을 이끌어내는 것과, 선처를 받아 기소유예로 끝내는 것은 보상 측면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뜻입니다.
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 — 종국적 불기소로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음.
경찰 단계의 불송치결정 — 사법경찰관의 종국적 결정이면 청구 대상.
기소유예 —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따른 처분이라 청구 불가.
기소중지·참고인중지 — 종국적이 아니므로 청구 불가.
구금된 이후에 불기소 사유가 생긴 경우 — 청구 불가.
보상금 지급을 제한하는 사유 — 거짓 자백과 다른 범죄 성립
대상 처분에 해당하더라도 법은 보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를 제27조 제2항에 열거합니다. 첫째, 본인이 수사나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하거나 다른 유죄의 증거를 만들어 구금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둘째, 구금기간 중에 다른 사실에 대해 수사가 이루어졌고 그 사실에 관해 범죄가 성립한 경우입니다. 셋째, 보상이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문제 되는 것은 두 번째 사유입니다. 가령 A 사건으로 구속되었는데 구속 기간 중 B 사건이 함께 수사되어 B 사건에서 범죄가 성립했다면, 구금이 B 사건에 의한 것으로 평가되어 보상이 줄거나 지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A 사건만으로 발부되었고 B 사건은 구금과 무관하게 병합된 것이라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수사를 그르칠 목적'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수사 초기에 혐의를 인정했다가 번복한 것과는 다릅니다. 심의회는 거짓 자백이 구금의 원인이 되었는지, 그 목적이 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이었는지를 따지므로, 진술 경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구 절차 — 어디에, 무엇을 첨부해 청구하는가
피의자보상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 계통의 심의기구에 청구합니다. 제27조 제3항은 피의자보상을 심의·결정하기 위해 지방공소청에 피의자보상심의회를 두도록 하고, 이 심의회는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습니다. 제28조 제1항에 따라 청구는 불기소처분을 한 검사가 소속된 지방공소청의 심의회에 하며, 지청의 검사가 처분했다면 그 지청이 소속한 지방공소청의 심의회에 합니다. 경찰의 불송치결정이라면 그 사법경찰관이 소속된 경찰관서에 대응하는 지방공소청의 심의회가 청구처입니다.
청구 방식은 제28조 제2항이 정합니다. 보상청구서에 불기소처분 또는 불송치결정을 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해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는 불기소결정서나 불송치결정 통지서가 그 서류에 해당하고, 구금 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구속영장 집행 및 석방 관련 기록을 함께 정리하면 청구액 산정이 수월해집니다. 군검사의 불기소처분이라면 제29조 제2항에 따라 같은 법이 준용되며, 이때는 지방공소청의 심의회 대신 국가배상법상 특별심의회 소속 지구심의회가 담당합니다.
청구처 — 처분 검사 소속 지방공소청(지청이면 상급 지방공소청) 또는 경찰관서에 대응하는 지방공소청의 심의회.
첨부서류 — 불기소처분 또는 불송치결정을 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
정리해 둘 자료 — 체포·구속 일시, 석방 일시, 구금 장소, 석방 사유가 적힌 기록.
군검사 처분 — 군검찰부 사건은 준용 규정에 따라 지구심의회가 담당.
통지받은 날부터 3년 — 기한은 언제부터 흐르고 무엇이 지나면 끝나는가
제목의 기한은 제28조 제3항에 있습니다. 피의자보상의 청구는 불기소처분 또는 불송치결정의 고지 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3년 이내에 해야 합니다. 기산점은 처분이 내려진 날이 아니라 처분을 고지받거나 통지받은 날입니다. 따라서 검찰이 처분을 내린 날과 본인이 통지를 받은 날이 다르다면 후자가 기준이 됩니다. 통지서를 받은 날짜 자체가 다툼이 될 수 있으니 우편 수령 기록이나 문자 통지 내역은 남겨 두어야 합니다.
이 3년은 한 번 놓치면 회복하기 어려운 기간입니다. 형사보상에서 무죄재판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이라는 이중 기한(제8조)을 두는 것과 달리, 피의자보상은 통지일 하나만을 기준으로 3년을 셉니다. 또 하나 주의할 기한이 있습니다. 심의회의 보상결정이 송달된 뒤 2년 이내에 보상금 지급청구를 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잃습니다(제28조 제5항). 결정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라, 지급청구까지 마쳐야 실제로 돈이 나옵니다.
청구 기한은 처분일이 아니라 통지받은 날부터 3년이고, 보상결정 송달 후 2년 안에 지급청구까지 해야 권리를 잃지 않는다.
보상금은 얼마나 나오는가 — 일급 최저임금의 5배 이내에서 법원 아닌 심의회가 정한다
피의자보상은 제29조 제1항에 따라 이 장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피고인에 대한 보상 규정을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준용합니다. 그래서 금액 산정 방식도 형사보상의 틀을 따릅니다. 제5조 제1항은 구금일수에 따라 1일당 청구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임금액 이상,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하의 비율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시행령 제2조는 그 상한을 일급 최저임금액의 5배로 정합니다. 즉 구금 하루당 최저임금 일급 이상 그 5배 이하의 범위에서 정해집니다.
그 범위 안에서 실제 금액은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구금의 종류와 기간의 장단, 구금기간 중 입은 재산상 손실과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상실, 정신적 고통과 신체 손상, 수사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 불기소의 실질적 이유가 된 사정 등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구속 직전까지 직장에서 급여를 받던 사람이 구속으로 해고되었다면 그 소득 상실을 청구서에 구체적으로 적고 소명 자료를 붙여야 합니다. 또 제6조에 따라 이 보상을 받더라도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금지되지는 않으며, 같은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받았다면 그 금액을 빼고 정산합니다.
심의회 결정에 불복할 때 —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심의회가 청구를 기각하거나 금액이 지나치게 적다고 판단될 때는 불복 방법이 있습니다. 제28조 제4항은 심의회의 결정에 대하여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법에 따른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무죄재판 후의 형사보상이 법원의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제20조)로 다투는 구조인 것과는 다르게, 피의자보상은 행정기관인 심의회의 결정이기 때문에 행정쟁송의 절차를 밟습니다.
불복을 준비할 때는 심의회가 왜 기각했는지, 어느 사유(제27조 제2항 각 호 또는 단서)를 근거로 삼았는지를 결정서에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거짓 자백 사유로 기각되었다면 진술 번복 경위와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대조해 구금의 원인이 자백이 아니었음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고, 다른 범죄 성립 사유라면 구금이 그 별건과 무관했음을 영장 기재 사실과 수사기록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행정소송에는 제소기간이 따로 있으므로 결정서를 송달받는 즉시 일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속됐다가 기소유예를 받은 경우에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기소유예는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따른 처분이어서 제27조 제1항 단서에 의해 피의자보상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혐의 자체를 다투는 쪽으로 의견서를 낼 수 있었는지가 이후 보상까지 좌우하므로, 처분 전 단계에서의 대응이 중요합니다. 기소유예 처분 자체에 불복하는 방법은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Q. 3년의 기한은 불기소처분일부터 세나요, 통지받은 날부터 세나요?
A. 제28조 제3항은 불기소처분 또는 불송치결정의 고지 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3년이라고 정합니다. 처분일과 통지일이 다르다면 본인이 실제로 통지를 받은 날이 기준입니다. 다만 통지 수령일을 입증할 자료는 본인이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Q. 경찰에서 불송치결정을 받았다면 어디에 청구하나요?
A. 불송치결정을 한 사법경찰관이 소속된 경찰관서에 대응하는 지방공소청의 피의자보상심의회에 청구합니다. 경찰서에 직접 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보상청구서에 불송치결정을 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합니다.
Q. 구속 기간 중 다른 혐의로도 수사를 받았다면 보상이 안 되나요?
A. 구금기간 중 다른 사실에 대해 수사가 이루어지고 그 사실에 관해 범죄가 성립한 경우에는 보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제27조 제2항 제2호). 다른 사실에 대해 범죄가 성립하지 않았다면 이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구금이 어느 사실에 근거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영장 기재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Q. 보상을 받으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못 하나요?
A. 제6조 제1항은 보상을 받을 자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다만 같은 원인으로 이미 받은 보상금은 손해배상액에서 빼고 정산합니다. 두 제도는 병행할 수 있지만 중복해서 받을 수는 없습니다.
Q. 보상결정을 받았는데 돈이 바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A. 보상결정이 났다고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보상금 지급청구를 해야 하고, 결정이 송달된 뒤 2년 안에 하지 않으면 권리를 잃습니다(제28조 제5항). 지급청구 절차는 같은 법 제21조 이하의 준용 규정을 따르며, 지급청구서를 낸 뒤에는 3개월 이내 지급 규정과 지연이자 규정(제21조의2)이 적용됩니다.
맺음말
구속되었다가 혐의없음으로 풀려난 사람에게 피의자보상은 구금 기간에 대해 국가가 지는 책임을 확인받는 길입니다.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에 따라 대상이 되는지가 갈리고, 대상이 되더라도 통지를 받은 날부터 3년이라는 기한과 보상결정 송달 후 2년이라는 지급청구 기한을 지켜야 합니다.
보상금은 구금일수와 일급 최저임금의 5배라는 상한 안에서 개별 사정에 따라 정해지므로 소득 상실이나 정신적 고통을 뒷받침할 자료를 처음부터 모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처분서를 받은 즉시 처분의 종류와 통지일, 구금 기간을 확인하고, 제외 사유에 걸릴 만한 부분이 없는지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수원지방검찰청이나 수원구치소에서 구금되었던 분들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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