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돈 문제로 다투다가 근거 없는 청구를 내세워 민사소송부터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를 취하했다가 형사 문제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소장만 냈지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고 돈을 받은 것도 없다”, “상대방이 문제 삼기 전에 바로 취하했으니 없던 일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취하된 소장과 증거를 들고 고소하면, 경찰은 “소를 낼 때 이미 법원을 속이려 했는지”를 묻기 시작합니다. 취하서를 낸 날짜가 빠르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했다가 사기미수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소송사기에서 허위 청구임을 알면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때 이미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판결을 받지 못했고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더라도, 사기죄는 미수범도 처벌하기 때문에 취하만으로 형사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허위 소송을 제기했다가 바로 취하한 경우 어떤 근거로 사기미수가 문제되는지, 취하가 중지미수로 인정될 여지가 있는지, 그리고 고소나 조사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허위 소장을 법원에 낸 순간 사기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봅니다
소송사기는 법원을 속여 상대방 재산을 빼앗는 범죄이므로, 소장 제출이 곧 기망의 시작입니다.
소송사기란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법원을 속여 승소 판결을 받고, 그 판결로 상대방의 재산을 취득하거나 채무를 면하려는 행위입니다. 이때 기망의 상대방은 눈앞의 피고가 아니라 판결을 하는 법원이고, 속은 법원의 판결이 상대방 재산을 처분하게 만드는 ‘처분행위’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형법 제347조 사기죄가 소송을 통해서도 성립합니다.
그러면 실행의 착수는 언제일까요. 대법원은 원고가 하는 소송사기에서 허위 내용의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때, 또는 허위 내용의 서류를 증거로 제출하거나 그런 주장이 담긴 서류를 제출한 때를 실행의 착수 시기로 봅니다.
소송사기에서 실행의 착수 시기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거나 허위 내용의 서류를 증거로 제출하거나 그러한 주장을 담은 답변서나 준비서면을 제출한 때이다(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도915 판결 등 참조).
다만 소를 제기하지 않은 채 가압류 신청만 한 경우에는 사기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지 않은 판례(대법원 1982. 10. 26. 선고 82도1529 판결)가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소장이 접수된 이상 변론기일이 열리기 전이든, 피고가 답변서를 내기 전이든 착수 시점은 이미 지났다는 뜻입니다.
법원에 허위 소장이 접수된 순간 사기의 실행은 시작된 것으로 평가되고, 이후 취하는 그 평가를 되돌리지 못합니다.
2. 소를 취하해도 민사 절차만 종료될 뿐 형사책임은 남습니다
민사소송법의 취하 효과는 소송 계속을 소급해 없애는 것이지, 이미 있었던 기망 행위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민사소송법 제266조에 따라 소는 종국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취하할 수 있고, 제267조에 따라 취하된 부분은 소송이 처음부터 계속되지 않았던 것으로 봅니다. 이 때문에 많은 분들이 취하하면 소송 자체가 없었던 것이 되어 형사 문제도 없다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어디까지나 민사 절차의 효력에 관한 것이고, 형사법은 소장을 제출했던 행위 자체를 사실로 보고 판단합니다.
소송사기에서 진짜 쟁점은 취하 여부가 아니라 제소 당시 허위임을 알고 있었는지, 즉 사기의 고의입니다. 대법원은 권리가 없는 것을 있다고 믿고 소를 제기했거나, 사실관계나 법률 평가를 잘못해 제소한 경우에는 소송사기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도2427 판결). 반면 명백히 허위임을 알고서도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성립하며, 그 고의는 제출한 증거의 성격, 이미 변제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종전에 오간 문자·계좌이체 내역 등 객관적 정황으로 가려집니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7124 판결).
따라서 취하 시점이 빠르다는 사정은 오히려 “소를 제기할 때 이미 승소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정말로 채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근거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취하 사실보다 제소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가 사기미수 성립 여부를 가릅니다.
3. 취하가 중지미수로 인정되려면 자의성이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뉘우쳐 그만둔 것인지, 들킬 것 같아 그만둔 것인지에 따라 형 감면 여부가 갈립니다.
형법은 실행에 착수했으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를 미수범으로 처벌하고(제25조, 제352조), 그중 자기 의사로 실행을 중지한 경우를 중지범으로 따로 규정합니다.
범인이 자의로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한 때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형법 제26조).
문제는 ‘자의’의 인정입니다. 실무에서는 외부적 장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둔 것인지, 그런 장애 없이도 스스로 범행을 포기한 것인지를 봅니다. 예를 들어 피고가 변제 영수증을 제출하겠다고 해서, 법원이 석명을 요구해서, 상대방 변호사가 위조 증거를 지적해서 취하한 경우라면 발각이나 패소 가능성이라는 장애가 작용한 것이어서 자의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는 ‘장애미수’로 보아 임의적 감경(제25조 제2항)만 가능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아무 대응을 하기 전에,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취하서를 내면서 그 사유를 밝혔고 그 경위를 객관적으로 소명할 수 있다면 중지미수 주장의 여지가 있습니다. 취하서의 제출 시점, 사유란에 적은 문구, 취하 전후 상대방과 주고받은 연락이 이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중지미수는 취하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왜 취하했는지로 판단되고, 이를 입증할 책임은 사실상 피의자 쪽에서 준비해야 합니다.
4. 판결을 받지 못했어도 사기미수로 처벌 수위가 정해집니다
청구 금액이 크거나 허위 증거를 만들었다면 취하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처분이 가능합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미수범도 제352조에 따라 처벌됩니다. 미수범은 형을 감경할 수 있을 뿐(제25조 제2항) 반드시 감경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송사기가 기수에 이르는 시점은 승소 확정판결이 확정된 때로 보므로(대법원 2006. 4. 7. 선고 2005도9858 전원합의체 판결), 취하한 사건은 기수가 아니라 미수로 처리됩니다.
다만 청구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의 가중 구간 적용이 논의될 수 있고, 허위 차용증이나 위조 영수증을 만들어 증거로 냈다면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죄가 따로 문제됩니다. 상대방이 응소하면서 쓴 변호사 비용, 가압류가 이미 집행된 경우의 손해 같은 구체적 피해도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한편 초범인지, 취하 시점이 얼마나 빨랐는지, 상대방과 합의했는지, 허위 증거를 실제로 제출했는지 등은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같은 취하라도 소장 접수 다음 날 철회한 경우와 변론기일을 거쳐 증거까지 낸 뒤 철회한 경우는 평가가 크게 다릅니다.
취하로 기수는 면하더라도 미수 처벌과 위조 범죄는 별개로 남을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진술 전에 제소 경위와 취하 경위를 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소송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민사 사건이 아직 남아 있다면 형사 진행 결과가 민사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두 절차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인 해명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장·증거목록·준비서면과 취하서를 모두 확보해 어떤 주장을 어떤 증거로 냈고 언제 취하했는지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청구의 근거가 된 계약서·차용증·계좌이체 내역·대화 기록을 모아 당시 권리가 있다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취하 직전과 직후 상대방 측과 오간 연락을 확인해 취하가 자의였는지 발각 때문이었는지의 경위를 정리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 중지미수 주장, 상대방과의 합의를 어떤 순서로 가져갈지 정해야 수사 단계에서 불기소나 선처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소를 낸 뒤 바로 취하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쉬워서, 조사 통보를 받고 나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을 당했다가 취하된 쪽이라면 취하서만 믿고 넘기지 말고, 상대방이 어떤 증거를 냈고 그것이 허위였는지부터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고소 여부는 소장과 제출 증거가 남아 있는 동안 판단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취하한 쪽에서도 “바로 취하했으니 괜찮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제소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왜 취하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소송사기 사건에서 고소한 쪽과 고소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제소 경위와 취하 경위를 어떻게 소명하느냐에 따라 처분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취하 이후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첫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정하는 만큼, 조사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장만 내고 하루 만에 취하했는데도 사기미수가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허위임을 알면서 소장을 제출한 때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므로 취하 시점이 빠르다는 사정만으로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소 당시 고의가 있었는지가 핵심이고, 빠른 취하는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정말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고 소를 냈다가 질 것 같아 취하한 경우도 처벌되나요?
A.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면 사기의 고의가 없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실이나 법률 평가를 잘못한 제소를 소송사기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그렇게 믿을 만한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Q. 상대방이 이미 응소해 답변서까지 냈다면 취하할 수 있나요?
A. 상대방이 본안에 관해 준비서면을 내거나 변론을 한 뒤에는 민사소송법 제266조에 따라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 취하의 효력이 생깁니다. 동의를 받는 과정의 연락 기록도 나중에 취하 경위를 설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Q. 취하하고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사기미수는 고소가 없어도 수사가 가능한 범죄여서 합의로 사건이 자동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는 불기소나 선처를 구할 때 가장 중요한 양형 자료입니다.
Q. 허위 차용증을 증거로 냈다면 사기미수 외에 다른 죄도 있나요?
A. 차용증을 위조했다면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죄가 별도로 문제됩니다. 이 경우 소송 취하와 무관하게 위조 부분은 독립해 판단되므로 훨씬 신중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Q. 경찰에서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제소 경위와 취하 이유에 관한 첫 진술이 고의와 자의성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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