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철회 요청, 회사가 받아줘야 할까 | 노동/인사 | 로톡
사직서 철회 요청, 회사가 받아줘야 할까
법률가이드
노동/인사

사직서 철회 요청, 회사가 받아줘야 할까 

임호균 변호사

근로자가 제출한 사직서를 철회하겠다고 할 때 회사가 이를 받아줘야 하는지는 그 사직서가 합의로 근로관계를 끝내자는 제안인지, 일방적으로 퇴직을 알리는 통보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안이라면 회사의 승낙 의사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전까지 철회할 수 있고, 통보라면 회사에 도달한 뒤에는 회사의 동의 없이 철회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은 직원에게서 사직서를 받은 뒤 며칠 지나 "사직을 없던 일로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용자와 인사 담당자를 위한 안내입니다. 2026년 10월 29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한 현행 민법·근로기준법 조문과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실업급여 수급 요건, 퇴직금 계산, 경업금지 약정은 각각 별도의 쟁점입니다. 이 글은 사직서 철회 요청을 받았을 때 회사가 그 철회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리고 그 판단을 위해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기록할지에 집중합니다. 아래의 처리 순서는 실무상 권고이며 법률이 정한 서식이나 절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사직서의 성격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판단의 출발점은 사직서가 어떤 의사표시인지입니다. 대법원은 사직서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봅니다. 하나는 회사의 승낙을 받아 근로관계를 합의로 끝내자는 청약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한다고 알리는 해약고지입니다.

대법원은 사직의 의사표시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본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사직서가 어느 쪽인지 분명하지 않을 때 회사가 무조건 합의해지 청약이라고 전제하고 대응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실무에서는 사직서의 문구, 회사가 평소 사직서를 결재하고 수리하는 방식, 사직서를 내게 된 경위를 함께 살펴 그 성격을 가늠합니다. 예를 들어 "사직하고자 하오니 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처럼 회사의 결정을 구하는 문구와 결재 절차가 있다면 합의해지 청약으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월 ○일자로 퇴사합니다"처럼 일방적인 통보 문구라면, 판례의 원칙대로 해약고지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문구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전체 사정을 함께 기록해 둡니다.

사직 의사가 종이 사직서가 아니라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 구두로 전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도 누구에게 언제 어떤 표현으로 전달되었는지가 의사표시의 성격과 도달 시점을 판단하는 자료가 됩니다. 구두로만 사직 의사를 들었다면 그 내용을 확인하는 회신을 보내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합의해지 청약이라면 승낙이 도달하기 전까지 철회할 수 있습니다

사직서가 합의해지 청약이라면 근로자는 회사의 승낙 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전까지 사직 의사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도달"입니다. 회사 안에서 수리 결재를 마쳤더라도 그 결정을 근로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아직 승낙이 도달하지 않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긴다는 민법 조항이 그 기준입니다.

민법 제111조 제1항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긴다.

가상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직원이 월요일 오전 수리를 요청하는 사직서를 냈고, 대표가 화요일 결재를 마쳤지만 별도로 알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수요일 철회 의사를 이메일로 보냈고, 회사는 목요일에야 수리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이 경우 승낙이 도달하기 전에 철회가 이루어졌으므로 회사가 화요일 결재만을 근거로 퇴직이 확정되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사직을 수리하기로 정했다면 그 결정을 지체 없이 근로자에게 알리고, 언제 어떤 방법으로 알렸는지를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메일, 문자, 사내 메신저처럼 발송 시각과 수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분쟁 때 도움이 됩니다.

수리 결정은 권한 있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회사 안에서 사직을 수리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직속 상사가 구두로 "알겠다"고 답한 것이 회사의 승낙으로 평가될지는 회사의 결재 체계와 관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혼선을 줄이려면 인사규정에 정한 결재권자의 결정과 그 통지를 기준으로 처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해약고지라면 도달한 뒤에는 회사 동의 없이 철회할 수 없습니다

사직서가 해약고지라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민법 제660조 제3항의 기간이 지나기 전이라도 사직 의사를 철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은 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에서 해지 통고의 효력이 언제 생기는지를 정하고 있습니다. 해약고지로서의 사직서가 도달한 뒤 근로관계가 언제 끝나는지는 이 조항과 사직서에 적힌 퇴직 희망일, 회사의 대응을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민법 제660조

①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③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이 조항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전제로 합니다. 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에서 중도에 사직하는 경우에는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근로계약서의 기간과 해지 조항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해약고지는 회사의 승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회사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미뤄 두더라도 해약고지로서의 사직서가 도달했다면, 민법 제660조에서 정한 기간(월급제 등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경우에는 제3항의 기간)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의 사직 관련 규정도 함께 확인합니다. 반대로 회사가 수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가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해약고지에 해당하더라도 회사가 철회에 동의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판례가 막는 것은 회사의 동의 없는 일방적 철회이므로, 회사가 철회를 받아들여 근로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면 그 결정을 서면으로 남겨 두면 됩니다.

승낙 전이라도 철회를 거절할 수 있는 예외는 좁습니다

합의해지 청약이고 아직 승낙이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철회가 언제나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사직 의사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라는 표현에서 보듯 이 예외는 넓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이 예외를 주장하려면 철회로 생기는 구체적인 손해가 무엇인지, 그 손해를 왜 예측할 수 없었는지를 자료로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직서를 믿고 후임자 채용을 확정했다거나 해당 직무를 없애는 조직 개편을 이미 시행했다는 사정은 검토할 만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정만으로 예외가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사직서 제출부터 철회까지의 기간과 회사가 그 사이 실제로 한 조치를 함께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가 사직을 권유했다면 해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철회 요청을 검토할 때는 사직서가 근로자의 자발적인 의사로 제출되었는지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사직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뒤 이를 수리하는 형식으로 근로관계를 끝냈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이 이를 판단할 때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 사용자 측의 퇴직 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와 횟수

  • 사직서를 내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 사직서 제출 전후 근로자의 태도

사직서 수리가 해고로 평가되면 문제는 철회 여부를 넘어섭니다. 그 경우 회사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와 해고사유·해고시기의 서면통지 등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 요건을 갖추었는지 다시 따져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해고 제한 규정은 원칙적으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

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근로자는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권고사직을 진행했고 그 직원이 사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면, 철회 거절이 곧바로 부당해고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권유 당시의 대화와 제안 내용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철회 요청을 받았을 때 회사의 처리 순서

철회 요청을 받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결정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사직서 원본과 제출 경위를 확인합니다

사직서 원본이나 제출된 파일, 제출 일시, 받은 사람, 문구, 적힌 퇴직 희망일을 확인합니다. 회사가 먼저 사직을 권유했는지, 권유했다면 몇 번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위로금 등 조건을 제시했는지도 함께 정리합니다.

수리 결정과 통지 시점을 확인합니다

결재권자가 언제 수리를 결정했는지, 그 결정을 근로자에게 언제 어떤 방법으로 알렸는지를 확인합니다. 철회 요청이 그 통지보다 먼저 도달했는지 나중에 도달했는지가 합의해지 청약에서 결론을 가르는 지점입니다.

수용 여부를 정하고 서면으로 회신합니다

철회를 받아들일지 정했다면 그 결정과 이유를 서면으로 회신합니다. 거절하는 경우에는 사직서를 해약고지로 보는 이유나 이미 승낙이 도달했다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적고, 근로관계가 끝나는 날을 함께 알려 혼선을 줄입니다.

퇴직이 확정되면 금품 청산 기한을 지킵니다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아 퇴직이 확정되었다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해야 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기일을 연장할 수 있으므로, 연장이 필요하다면 그 합의를 서면으로 남겨 둡니다.

사직서 철회를 둘러싼 다툼은 결국 사직서의 성격, 승낙의 도달 시점, 제출 경위라는 세 가지 사실로 판단됩니다. 그 당시의 기록이 가장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되므로, 사직서를 받은 순간부터 관련 자료를 한곳에 모아 보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임호균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9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