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거래를 대표이사가 결의 없이 체결했더라도 그 계약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면 무효가 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영업양도 등은 상대방이 선의여도 무효라는 점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은 비상장 주식회사와 중요 자산 매각, 대규모 자금 차입, 보증처럼 금액이 큰 거래를 진행하는 사업자·기업 담당자를 위한 안내입니다. 2026년 10월 28일 확인한 현행 상법과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결의 없이 이루어진 대표이사의 거래가 대외적으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와 계약 전 무엇을 확인할지를 여섯 단계로 정리합니다.
이사회 의사록의 작성 방법, 서면결의의 허용 여부, 이사 선임 절차, 이사와 회사 사이 자기거래의 승인 절차는 각각 별도의 쟁점입니다. 이 글은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해 제3자와 맺은 거래에서 내부 결의가 빠졌을 때 상대방이 어느 범위에서 보호되는지에 집중합니다. 아래의 자료 확보 방법은 실무상 권고이며 법률이 모든 거래에 같은 서식을 요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1단계: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거래인가요?
먼저 문제 된 거래가 법률이나 회사 내부 규정상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거래인지 확인합니다. 결의가 필요하지 않은 일상적인 거래라면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체결해도 이 글에서 다루는 효력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상법 제393조 제1항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ㆍ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
대법원은 이 조항에 해당하는 거래라면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에 결의사항으로 적혀 있지 않더라도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법률상 제한이라고 부르고,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이 별도로 결의를 요구하는 경우는 내부적 제한이라고 부릅니다.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이 보증, 일정 금액 이상의 계약 체결 등을 결의사항으로 정해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내부 규정은 외부에 공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대방이 그 내용을 알기 어렵고, 그래서 결의가 빠졌을 때의 상대방 보호 기준이 중요해집니다.
어떤 거래가 중요한 자산의 처분이나 대규모 재산의 차입에 해당하는지는 금액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판례는 재산의 가액과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회사의 규모와 영업·재산 상황, 경영상태, 자산의 보유목적이나 차입 목적과 사용처, 일상적 업무와의 관련성, 종래의 업무 처리 등을 종합해 대표이사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 적당한지를 판단합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은 법률전문가조차 엇갈릴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므로 거래 상대방이 계약 당시 이 거래가 결의 대상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고, 바로 그 점이 다음 단계의 보호 기준과 연결됩니다.
거래를 준비하는 회사 내부 담당자라면 결의 대상인지 불분명한 거래는 미리 이사회 안건으로 올려 결의를 거친 뒤 체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의를 먼저 마치면 이 글에서 다루는 효력 다툼의 여지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2단계: 계약한 사람에게 대표권이 있나요?
결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계약서에 서명한 사람이 실제로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대표권 자체가 없는 사람의 거래는 결의 흠결과는 다른 문제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법은 대표이사에게 회사의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인정하고, 그 권한에 대한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대표이사에 관해서는 상법 제389조 제3항이 합명회사 대표사원에 관한 제209조를 준용하는 방식으로 이 원칙을 적용합니다.
상법 제209조
①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은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
② 전항의 권한에 대한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서 계약 당시의 대표이사 성명과 취임일을 확인합니다. 여러 명의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회사를 대표하도록 정할 수도 있으므로, 공동대표에 관한 등기가 있는지도 함께 봅니다. 공동대표가 등기되어 있다면 한 사람의 서명만으로 거래를 진행해도 되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대표이사 변경 등기가 실제 변경보다 늦게 반영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발급일이 계약일과 가까운 증명서를 기준으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계약서의 대표자 표시와 등기된 대표이사의 이름이 일치하는지도 대조합니다.
3단계: 상대방이 결의 부존재를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나요?
이 단계가 거래 효력을 가르는 핵심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결의 없는 대표이사의 거래도 원칙적으로 회사의 행위로 보되, 상대방이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법률상 제한과 내부적 제한에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과거에는 상대방이 보호받으려면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 아니라 과실도 없어야 한다고 본 판결이 많았습니다. 전원합의체는 이 기준을 바꾸어 상대방에게 가벼운 과실만 있는 경우에는 보호하고,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보호하지 않는다고 정리했습니다.
이 기준은 정관 등 내부 규정에 따른 결의뿐 아니라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결의가 필요한 경우에도 같이 적용됩니다. 법률상 제한인지 내부적 제한인지는 상대방의 악의나 중대한 과실을 판단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며, 보호 기준 자체를 달리 정하지는 않습니다.
중대한 과실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부주의를 뜻합니다
판례가 말하는 중대한 과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결의가 없음을 알 수 있었는데도 만연히 결의가 있었다고 믿어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상태입니다.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로 주의를 게을리해 공평의 관점에서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가능성
회사와 거래한 상대방의 경험과 지위
회사와 상대방 사이의 종래 거래관계
대표이사가 한 거래가 경험칙상 이례에 속하는지 여부
이 요소들은 어느 하나만으로 결론을 정하지 않습니다. 같은 규모의 거래라도 회사와 오래 거래해 온 상대방과 처음 거래하는 상대방, 거래 경험이 많은 금융기관과 개인 사업자에게 기대되는 주의의 정도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확인 의무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결의가 없었다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대방에게 이사회 결의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조치를 취할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거래 상대방은 대표이사가 필요한 내부 절차를 마쳤을 것으로 신뢰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드러났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회사 측에서 결의가 아직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거나, 거래 조건이 회사 규모에 비해 두드러지게 이례적인데도 아무 확인 없이 진행했다면 중대한 과실 판단에서 불리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4단계: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거래는 아닌가요?
영업양도처럼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거래라면 앞의 선의 보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결의가 빠지면 상대방의 선의나 악의와 관계없이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가장 먼저 걸러야 합니다.
상법 제374조 제1항
회사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제434조에 따른 결의가 있어야 한다.
1.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
여기서 특별결의는 상법 제434조에 따라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 하는 결의를 말합니다. 이사회 결의만 거쳤다는 자료로는 이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법규로 보고, 특별결의 없이 이루어진 영업양도 약정은 상대방의 선의나 악의를 묻지 않고 무효라고 판단합니다. 회사가 양도 후에 특별결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계약서 제목이 자산 매매라고 되어 있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회사의 영업에 쓰이는 핵심 자산을 넘기는 거래는 사안에 따라 영업의 중요한 일부 양도로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양도 대상이 회사 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거래 후 회사의 영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이사 자기거래 승인과는 구별합니다
이사나 주요주주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는 경우에는 상법 제398조에 따라 미리 이사회에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거래 당사자의 이해충돌을 통제하는 별도의 요건이므로, 대표권 제한에 관한 이 글의 기준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자기거래 요건도 따로 점검해야 합니다.
5단계: 이사가 1~2명인 작은 회사인가요?
자본금 총액이 10억 원 미만이고 이사가 1명 또는 2명인 회사라면 이사회 결의라는 전제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런 회사는 이사회를 두지 않을 수 있으므로, 등기사항증명서로 자본금과 이사 수를 먼저 확인합니다.
상법 제383조 제6항은 이러한 회사에서는 각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고, 정관으로 대표이사를 정한 경우에는 그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항에 따라 이들이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 이사회의 기능을 담당합니다.
이사가 1명뿐인 회사라면 그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면서 중요한 자산의 처분 여부도 함께 결정하는 구조가 됩니다. 이사가 2명이고 정관으로 대표이사를 정하지 않았다면 각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므로, 등기된 이사 중 누가 서명했는지와 정관 내용을 함께 확인합니다.
그러므로 소규모 회사에서 중요한 자산을 처분하거나 대규모 재산을 차입하는 경우에는 이사회 의사록을 요구하기보다 계약 당시 누가 회사를 대표하는지, 정관에 대표이사를 따로 정했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실무에 맞습니다. 다만 자기거래 승인처럼 상법 제383조 제4항이 이사회를 주주총회로 바꾸어 읽도록 정한 사항은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므로 별도로 확인합니다.
6단계: 계약 전 어떤 자료를 받아 두면 좋을까요?
법률상 일반적인 확인 의무가 없더라도, 금액이 크거나 이례적인 거래라면 계약 전에 기본 자료를 받아 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자료를 요청하고 받은 경위는 나중에 결의가 없었다고 다투어질 때 상대방의 선의와 주의 정도를 보여 주는 근거가 됩니다.
법인등기사항증명서: 대표이사, 공동대표 여부, 이사 수와 자본금 확인
법인인감증명서와 계약서의 날인 대조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거래라면 해당 안건이 기재된 이사회 의사록 사본 또는 결의 확인서
영업양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소규모 회사라면 정관 중 대표이사 선정에 관한 부분
결의 확인서를 받는다면 결의 일자와 안건명, 거래 상대방과 금액 등 계약의 핵심 내용이 특정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포괄적인 문구만 적힌 확인서는 실제 거래와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자료를 요청했는데 회사가 이유 없이 제출을 거부하거나, 받은 자료의 날짜와 안건이 계약 내용과 맞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의심할 만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자료가 보완될 때까지 계약 체결이나 대금 지급을 미루는 조건을 두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계약서에는 회사가 필요한 내부 결의와 승인을 모두 마쳤다는 진술과 보장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조항은 상대방의 신뢰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영업양도처럼 강행법규상 결의가 빠진 거래가 유효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둡니다.
마지막으로 받은 자료와 주고받은 이메일, 회의 기록을 거래 단위로 보관합니다. 결의 없는 대표행위의 효력은 결국 거래 당시 상대방이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로 판단되므로, 그 당시의 기록이 가장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은 법령과 판례의 일반적인 기준을 설명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 및 대응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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