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마약 사범을 제보해 공적을 쌓으면 자신의 사건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증거를 직접 만들겠다며 마약을 구해 보관해 둔 뒤 제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무슨 목적으로 가졌는가'를 소지죄의 요건으로 두지 않습니다. 제보할 생각이었다는 사정은 처벌 여부를 가르는 사유가 아니라, 기껏해야 양형에서 참작될 여지가 있는 사정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보 목적으로 마약을 구해 숨겨둔 행위에 어떤 죄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그리고 그 사정이 어디까지 반영될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소지죄는 목적을 묻지 않는다 —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누구든 이 법에 따르지 않고 마약류를 소지·소유·관리·수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필로폰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제2조 제3호 가목)은 제3조 제5호가 소지·소유·사용·관리·수수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제59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됩니다. 여기에는 '투약할 목적' 같은 주관적 목적 요건이 없습니다. 마약임을 알면서 자기 지배 아래 두었다면 그 자체로 구성요건이 충족됩니다.
그래서 '경찰에 넘기려고 잠시 가지고 있었다'는 말은 범죄 성립을 막는 방어가 되지 못합니다. 소지는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상태를 말하며, 손에 쥐고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차량 수납함, 사무실 서랍, 보관함에 숨겨 두고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상태도 포함됩니다. 구해서 숨겨둔 시점부터 제보하기 전까지는 소지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며칠이든 몇 시간이든 지배 기간의 길이는 성립 여부가 아니라 양형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마약 소지죄는 가진 이유가 아니라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마약인 줄 알았다는 인식으로 성립한다.
구하는 순간 이미 죄가 된다 — 수수·매수 단계의 법정형
제보용으로 마약을 '직접 구했다'는 부분은 소지보다 무겁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필로폰 같은 가목 향정신성의약품을 건네받는 행위는 소지가 아니라 수수에 해당하고, 제58조 제1항 제3호는 이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합니다. 같은 항의 미수범 처벌 규정(제58조 제3항)에 따라 거래를 시도하다 건네받지 못한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소지죄보다 하한이 훨씬 높아, 제보 동기가 선의였다고 해도 실제 형사 부담은 크게 달라집니다.
마약 종류에 따라 법정형이 다릅니다. 양귀비·아편류 같은 마약은 소지·소유·관리·수수가 모두 제59조 제1항 제9호(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고, 대마는 제61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같은 '제보용 구입'이라도 무엇을 샀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 범위가 갈립니다.
필로폰 등 가목 향정 수수 — 제58조 제1항 제3호,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필로폰 등 가목 향정 소지 — 제59조 제1항 제5호, 1년 이상 유기징역.
마약(아편류 등) 소지·수수 — 제59조 제1항 제9호, 1년 이상 유기징역.
대마 소지·수수 — 제61조 제1항 제6호,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제보 목적은 위법성을 없애지 못한다 — 정당행위·함정수사 주장의 한계
변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주장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입니다.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용인될 만한 행위라는 것인데, 법원은 정당행위를 매우 좁게 인정합니다. 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정당한가, 수단과 방법이 상당한가,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이 균형을 이루는가, 긴급성이 있는가, 다른 수단이 없었는가를 함께 보는데, 마약을 스스로 구입해 보관하는 방식은 수단의 상당성에서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신고만 하면 되는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직접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도 불리합니다.
함정수사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어렵습니다.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이 범의를 유발해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경우에 문제 되고, 범의 유발형으로 인정되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보자 본인이 스스로 구해 온 경우는 수사기관이 유발한 범죄가 아니므로 이 법리가 적용될 전제가 없습니다. 예외는 수사기관이 사전에 요청하거나 지시해 그 지시 범위 안에서 움직인 경우인데, 이때는 범의 부재, 정당행위 또는 위법성 조각 가능성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수사기관과 사전에 어떤 관계였는지가 갈림길 — 입증해야 할 자료
같은 행위라도 수사기관의 요청이나 승인이 있었는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집니다. 수사관이 먼저 접촉해 '증거물을 확보해 오라'고 한 정황이 있다면, 소지의 고의 자체가 부정되거나 정당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반면 본인이 혼자 판단해 구입하고 나중에 연락한 경우라면 이런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제보 이전 시점의 수사기관 접촉 여부와 그 내용입니다.
이를 입증할 자료는 구체적입니다. 수사관과 나눈 통화 내역과 문자·메신저 대화, 제보를 접수한 날짜와 시각, 마약을 구입한 시각과의 선후관계, 구입 장소와 대금 지급 내역이 핵심입니다. 구입 후 곧바로 제출했는지, 며칠을 숨겨 두었는지도 중요합니다. 수사기관이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면, 본인의 주장은 객관적 자료가 없는 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수사기관과 처음 접촉한 날짜 — 구입 전인지 후인지가 성패를 가른다.
접촉 내용 — 요청·지시·승인이 있었는지 단순 상담이었는지.
구입부터 제출까지의 간격 — 짧을수록 제보 목적에 힘이 실린다.
보관 방식 — 밀봉해 그대로 제출했는지, 개봉하거나 일부 사용·소분했는지.
숨겨 두었다는 사정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유 — 매매 목적 의심과 투약 의혹
제보 전까지 마약을 숨겨 두었다는 사실은 수사기관에 다른 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첫째는 매매 목적입니다. 매매할 목적으로 소지한 경우는 제58조 제1항 제3호의 '그러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에 해당해 소지죄가 아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올라갑니다. 수량이 개인 사용량을 넘거나 소분 도구, 저울, 거래 상대방과의 연락 기록이 함께 나오면 이 의심은 더 강해집니다.
둘째는 투약 의혹입니다. 마약을 직접 구해 일정 기간 보관했다면 그 사이 투약했을 가능성을 수사기관이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투약은 제6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별도 처벌되며, 소변·모발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제보 동기를 설명하기 전에 투약 사건이 먼저 성립해 버립니다. 구입 직후 제출한 경우가 아니라면, 임의로 받는 검사에서 음성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시점 관리가 필요합니다.
숨겨 둔 기간이 길수록 소지에서 매매 목적 소지, 투약 의혹으로 수사가 확장될 위험이 커진다.
제보 사실이 형을 줄이는 길 — 자수 해당성과 양형 참작
제보 목적이라는 사정이 처벌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에 발각되기 전에 스스로 소지·수수 사실을 밝히며 마약을 제출했다면, 형법 제52조 제1항의 자수로 인정되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자수는 임의적 감경이므로 법원이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출 경위와 시점이 분명하면 양형에서 실질적으로 유리한 요소가 됩니다.
하한이 높은 조문일수록 감경 여부가 중요합니다. 제58조 제1항 제3호의 하한은 5년인데,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과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유기징역을 감경하면 형기의 2분의 1이 하한이 되어 2년 6월까지 내려갑니다. 이 범위에 들어와야 집행유예가 가능해지는 제62조의 3년 이하 징역 요건과 맞닿습니다. 제보를 통해 실제 수사에 기여했다는 사정, 재범 위험이 낮다는 사정, 마약 치료 의지를 보여 주는 자료도 함께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몰수·추징과 그 밖에 따라오는 문제
마약류관리법 제67조는 이 법의 죄에 제공된 마약류와 시설·장비·자금·운반 수단, 그로 인한 수익금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으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합니다. 제보용으로 샀더라도 그 마약은 몰수 대상이고, 구입에 쓴 대금은 거래 상대방에게 간 돈이라 돌려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구입 과정에서 이용한 차량이나 휴대전화가 압수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형사 절차 밖의 파급도 있습니다. 마약류 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직업에 따라 자격 제한이 따르는 경우가 많고, 외국인은 체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제보한 상대방과 관련된 보복이나 진술 번복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제보 이후 진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사 초기에 같은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지 않으면 제보 동기 자체의 신빙성이 흔들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에 곧바로 제출할 생각이었다면 소지죄가 성립하지 않나요?
A. 소지죄에는 목적 요건이 없어 제출할 생각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성립이 막히지 않습니다. 다만 구입 직후 지체 없이 제출했다면 지배 시간이 짧다는 점과 제보 경위가 양형에서 유리하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
Q. 수사관이 증거를 가져오라고 했다면 처벌받지 않나요?
A. 수사기관의 요청·지시가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고의 부정이나 정당행위를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입증 자료가 없으면 단순한 개인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화 기록과 접촉 일시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Q. 제보 후에 제가 먼저 신고하면 자수가 되나요?
A. 수사기관에 발각되기 전에 스스로 범행을 신고했다면 형법 제52조의 자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타인 범행만 제보하고 본인의 소지·수수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면 자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Q. 구입은 하지 못하고 연락만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필로폰 같은 가목 향정은 수수 미수도 제58조 제3항에 따라 처벌 대상이고, 마약 매매의 유인·권유·알선도 금지됩니다. 실제로 건네받지 못했더라도 대금 송금이나 만남 시도까지 나아갔다면 미수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Q. 제보 직전에 투약 검사를 받으면 도움이 되나요?
A. 소변은 투약 후 비교적 짧은 기간, 모발은 훨씬 오래 흔적이 남습니다. 사건이 시작된 뒤 자발적으로 받은 음성 결과는 투약 의혹을 반박하는 간접 자료로 쓰일 수 있지만, 수사기관 검사를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Q. 이미 구입해 보관 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매 목적과 투약 의혹이 커지므로 개봉·소분 없이 그대로 두고 변호인과 상의해 제출 경위를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의로 폐기하거나 숨기면 증거인멸로 해석되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맺음말
마약 소지죄와 수수죄는 어떤 목적으로 구했는가와 상관없이 성립하고, 제보 목적이라는 사정은 처벌을 막는 방패가 아니라 양형에서 따져볼 한 요소에 가깝습니다. 구입 방식, 수사기관과의 사전 접촉, 보관 기간, 투약 여부가 사건의 무게를 정하는 핵심이므로, 제보 전에 이 네 가지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미 마약을 구해 보관 중이거나 제보 후 입건 통보를 받았다면, 진술하기 전에 자료부터 확보하고 적용 조문을 확인하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수원지검 사건이나 인계동 일대 수사 사건처럼 초기 진술이 이후 전체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한 번의 진술이 불리하게 굳어지지 않도록 상담을 통해 대응 방향을 먼저 잡아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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