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과거 연인이나 지인이 찍어둔 영상을 빌미로 “유포하겠다”고 위협받았다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처벌 가능 여부를 문의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미 몇 년 지난 일이라 고소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 “그때 돈을 주고 끝냈으니 이제 와서 문제 삼기 어렵겠지”라고 스스로 판단해 포기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협박을 한 쪽은 “시간이 한참 지났으니 이제 괜찮다”고 안심하다가 어느 날 경찰 출석 요구서를 받고 당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영상을 이용한 협박에 대해 영상을 피해자에게 직접 보여주지 않았거나 협박 당시 영상을 갖고 있지 않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고, 이 죄는 법정형이 무거워 공소시효 역시 일반 협박죄보다 훨씬 깁니다.
아래에서는 영상으로 협박당한 뒤 시간이 지났을 때 어떤 죄로 처벌이 가능한지, 공소시효는 어떻게 계산되는지, 지금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영상을 이용한 협박은 일반 협박죄가 아니라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됩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을 방편으로 삼은 협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사람을 협박한 경우 형법 제283조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합니다. 그런데 협박에 쓰인 수단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이나 그 복제물이라면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은 이런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벌금형은 아예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협박으로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예를 들어 “영상을 올리겠다”며 헤어지지 못하게 하거나, 만남을 강요하거나, 추가 촬영을 요구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상습적으로 반복했다면 제3항에 따라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영상이 반드시 불법으로 몰래 찍은 것이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연인 관계에서 서로 동의하고 찍은 영상이나 피해자가 스스로 보내준 사진·영상이라도, 그것을 빌미로 “뿌리겠다”고 한 순간 이 조항의 대상이 됩니다. 피해자 본인이 등장하는 영상인지가 핵심입니다.
영상을 빌미로 한 협박은 형법상 협박죄가 아니라, 처벌 수위가 훨씬 높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이 적용됩니다.
2. 영상을 직접 보여주지 않았어도, 지금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도 죄는 성립합니다
실제로 만들어진 영상을 수단으로 삼아 유포 가능성을 암시했다면 충분합니다.
협박한 쪽에서 가장 많이 하는 변명은 “영상을 보내거나 보여준 적은 없고 말만 했다”, “이미 지웠거나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부분을 분명히 정리했습니다.
실제로 촬영, 제작, 복제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바 있는 ‘촬영물 등’을 방편 또는 수단으로 삼아 유포가능성 등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이상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의 죄는 성립할 수 있고, 반드시 행위자가 촬영물 등을 피해자에게 직접 제시하는 방법으로 협박해야 한다거나 협박 당시 해당 촬영물 등을 소지하고 있거나 유포할 수 있는 상태일 필요는 없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도17896 판결).
협박은 해악을 고지하는 방법에 제한이 없어 말, 문자, 메신저 메시지는 물론 태도나 거동으로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우리 사이에 있었던 거 다 알지?”, “그 영상 어디 있는지 기억나지?” 같은 암시적인 표현이라도 앞뒤 맥락상 영상 유포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하다면 해악의 고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계도 있습니다.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4도14039 판결은 ‘촬영물 등’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촬영물 등을 이용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즉 협박의 도구가 된 영상이 피해자 본인의 모습이라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영상 속 인물이 피해자 본인이라면, 영상을 눈앞에 내밀지 않았더라도 협박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3. 공소시효는 법정형에 따라 정해지고, 영상 협박은 10년 구간입니다
적용되는 죄명에 따라 5년, 7년, 10년으로 나뉘므로 어떤 죄인지부터 가려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은 법정형의 장기를 기준으로 공소시효 기간을 정합니다.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는 10년,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는 7년, 장기 5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는 5년입니다.
이 기준을 대입하면 결과가 갈립니다. 영상 없이 말로만 한 일반 협박은 형법 제283조 제1항의 법정형(장기 3년)이 적용되어 시효가 5년이고, 협박으로 일을 하게 만든 강요(형법 제324조 제1항, 5년 이하 징역)는 7년입니다. 돈을 받아냈다면 공갈(형법 제350조 제1항, 10년 이하 징역)로 10년입니다. 그리고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므로 장기가 10년을 넘어 시효가 10년입니다.
시효의 시작점은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에 따라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입니다. 협박은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완성되므로, 여러 번에 걸쳐 협박했다면 마지막 협박만이 아니라 각각의 협박이 별개의 범죄로서 따로 시효를 계산합니다. “3년 전 일이니 끝났다”가 아니라, 3년 전 협박은 아직 살아 있고 5년 전 협박은 죄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시효가 끝나는 시점은 고소를 한 때가 아니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시효 만료가 임박한 사건은 수사 기간을 고려해 서둘러 고소해야 합니다.
영상 협박은 협박이 있었던 날로부터 10년까지 공소제기가 가능하고, 영상 없는 단순 협박은 5년이 기준입니다.
4. 시효가 진행되지 않거나 멈추는 사정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성년이 된 날부터, 가해자가 해외에 있었다면 그 기간만큼 시효가 멈춥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은 같은 법 제2조 제1항 제5호가 정한 성폭력범죄에 포함됩니다. 그래서 같은 법 제21조 제1항이 적용되어, 피해 당시 미성년자였다면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합니다. 고등학생 때 영상으로 협박당했다면, 시효는 성년이 된 날부터 새로 계산됩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었다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별도 규정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적용 법조를 먼저 특정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협박한 사람이 외국으로 나가 오래 머물렀다면, 그 기간은 시효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다만 단순 유학이나 이민처럼 처벌을 피할 목적이 없었다면 정지 사유가 되지 않으므로 출입국 기록 등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협박이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몇 년에 걸쳐 이어졌다면 마지막 협박 시점부터 다시 계산해 보아야 합니다. 과거 협박이 시효를 넘긴 것으로 보이더라도 이후 이어진 협박이 있다면 그 부분은 아직 처벌이 가능하고, 앞선 사정은 협박의 경위와 고의를 보여주는 정황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시효 계산은 피해 당시 나이와 가해자의 출국 기록까지 확인해야 정확한 결론이 나옵니다.
5. 오래된 사건의 고소 절차와 증거 확보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시간이 지났다면 증거가 남아 있는 동안 가장 먼저 사본을 만들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오래된 영상 협박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피해자 조사와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위반 사건은 친고죄가 아니라 고소 기간 제한도 없으므로,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가 개시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난 사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증거 보존입니다. 메신저 대화방은 상대방이 탈퇴하거나 계정을 지우면 내용이 보이지 않을 수 있고, 휴대전화를 바꾸면 백업이 없는 한 복구하기 어렵습니다. 협박의 일시·표현·영상 언급 부분이 보이도록 화면 전체를 캡처해 두고, 가능하면 대화 내보내기 기능으로 원본 파일까지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협박이 있었던 일시와 방법(전화·문자·메신저·대면)을 기억나는 대로 연표로 정리하고, 각 협박이 어느 죄명의 시효에 걸리는지 구분합니다.
남아 있는 대화 내용, 통화 내역, 입금 내역 등을 원본 형태로 보존하고, 통신사나 플랫폼에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피해 당시 나이와 가해자의 해외 체류 기간을 확인해 시효 기산점과 정지 사유가 있는지 점검한 뒤 고소 시기를 정합니다.
피해 사실이 알려질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성폭력범죄 피해자에게는 신원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변호사와 상의해 대응 방식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며
영상으로 협박을 당한 분들은 수치심 때문에 “이미 지난 일을 다시 꺼내는 게 맞을까” 하고 오래 망설이시고, 그러다 보면 초기 대응이 늦어집니다. 하지만 영상 협박은 시효가 10년에 이를 수 있어, 생각보다 처벌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박을 당한 분의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남아 있는 대화 기록과 시효 계산이 먼저입니다. 어떤 협박이 어느 죄명에 해당하고 시효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정리해야 고소 여부와 시기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전 일로 협박 혐의를 받게 된 분의 입장에서도 “시간이 지났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영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거나 보여준 적이 없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을 수 있고, 시효가 정지되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상 협박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분과 혐의를 받는 분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판단을 미루고 계신다면, 지금이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협박당한 지 5년이 넘었는데 고소할 수 있나요?
A. 죄명에 따라 다릅니다. 영상을 이용한 협박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이 적용되어 시효가 10년이므로 5년이 넘었어도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 없이 말로만 한 단순 협박은 시효가 5년입니다.
Q. 영상을 직접 보여주거나 보낸 적은 없고 말로만 했다는데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실제로 만들어진 영상을 수단으로 유포 가능성을 암시했다면 영상을 제시하거나 소지하지 않았어도 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협박에 못 이겨 이미 돈을 줬는데 그 돈은 어떻게 되나요?
A. 돈을 받아냈다면 공갈죄가 함께 문제되고 시효는 10년입니다. 입금 내역이 남아 있다면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반환 청구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협박 당시 미성년자였는데 시효가 달라지나요?
A. 달라집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합니다.
Q. 대화 내용을 이미 삭제했는데 방법이 없나요?
A. 상대방 기기, 플랫폼 서버, 통신 기록이나 입금 내역 등 다른 경로의 자료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료도 있으니 우선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Q. 상대방이 해외에 있으면 시효가 계속 흘러가나요?
A.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에 머물렀다면 그 기간 동안 시효가 정지됩니다(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 다만 처벌을 피할 목적이 있었는지는 사안별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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