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복지시설, 직장, 이웃 관계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분을 추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갑자기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오시는 분들은 대개 “CCTV도 없고 목격자도 없는데 피해자 말뿐이잖아요”, “장애가 있는 분이라 말이 왔다 갔다 하니 그 진술은 못 믿겠죠”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가 시작되면 피해자는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아 영상녹화 조사를 받고, 수사기관은 그 진술을 중심으로 사건을 구성합니다. ‘증거가 진술 하나뿐’이라는 안심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라면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피해자가 장애인인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가 적용되어 형이 일반 강제추행보다 훨씬 무거워집니다.
아래에서는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가능한 이유, 장애인 대상 추행에 적용되는 법조,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방법, 형량과 절차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목격자나 CCTV가 없어도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에는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없고, 그 진술이 믿을 만한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기고, 제307조 제2항은 유죄 인정에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을 요구합니다. 자백이 아닌 이상 증거가 진술 하나뿐이어도 그 진술 하나가 합리적 의심을 넘을 만큼 믿을 만하면 유죄가 됩니다. 성범죄는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인 사건이 흔하고, 법원은 이 점을 알고 진술의 내용 자체를 정밀하게 따집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이 기준에는 ‘장애가 없는 사람의 진술일 것’이라는 전제가 없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의 진술능력이 부정되지는 않고,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말로 표현했는지가 핵심 판단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피해자 말뿐”이라는 사정은 무죄 근거가 아니라, 그 말 하나를 얼마나 촘촘히 검증할 수 있느냐의 출발점일 뿐입니다.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여도 일관되고 구체적이면 유죄 인정에 충분하고, 방어는 그 진술의 약한 고리를 찾는 데서 시작됩니다.
2.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면 적용 법조와 판단 구조가 달라집니다
장애인 대상 추행은 폭행·협박형, 항거불능 이용형, 위계·위력형으로 나뉘어 각각 요건이 다릅니다.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면 일반 형법 대신 성폭력처벌법 제6조가 먼저 문제됩니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추행해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하면 제6조 제3항이 적용되고,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해 추행하면 제6조 제4항이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하면 제6조 제6항이 적용됩니다.
세 유형은 입증 대상이 다릅니다. 폭행·협박형은 추행에 이를 정도의 유형력이 있었는지가, 항거불능형은 장애 때문에 저항하기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고 이를 이용했는지가, 위계·위력형은 상대방의 판단 능력을 이용한 속임이나 지위·관계에서 나오는 압박이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수사기관은 흔히 가장 형이 무거운 유형을 먼저 적용하지만, 증거에 따라 법원에서는 더 가벼운 유형으로 인정되거나 일반 강제추행·미성년자 등에 대한 추행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또한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항거불능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장애의 정도, 사건 당시의 구체적 상황, 가해자와의 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고, 피고인이 상대방의 장애를 알고 있었는지도 고의의 문제로 다퉈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의 관계와 평소 소통 방식, 장애인 등록 여부와 외관상 드러나는 정도가 이 지점의 핵심 자료입니다.
같은 접촉이라도 폭행·협박형인지, 장애를 이용한 항거불능형인지에 따라 입증 대상과 형량이 모두 달라집니다.
3. 지적장애인의 진술은 특유의 약점이 있지만, 법원은 그 약점을 감안해 신빙성을 판단합니다
진술이 오락가락해도 곧바로 무죄가 아니고, 핵심 부분의 일관성과 오염 여부가 쟁점입니다.
지적장애인은 기억 시점, 날짜, 횟수처럼 세부 사항에서 진술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은 이런 불일치를 곧바로 허위의 신호로 보지 않고, 추행 행위의 내용처럼 핵심 부분이 일관되는지, 직접 겪지 않으면 말하기 어려운 구체적 묘사가 있는지를 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9조도 수사기관과 법원이 피해자의 심리 상태와 장애 유무를 신중하게 고려해 조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진술을 배척하는 것도 경계합니다.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그렇다면 방어는 ‘장애인이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 아니라, 이 진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짚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첫째, 영상녹화물과 조서를 대조해 질문이 유도적이었는지, 보호자나 시설 종사자의 반복 질문으로 진술이 굳어진 것은 아닌지 봅니다. 둘째, 최초 신고자가 누구였고 최초 진술이 어떤 표현이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셋째, 피해자에게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있었는지, 시설 내 갈등이나 징계, 금전 문제가 있었는지 살핍니다. 넷째, CCTV 동선, 출입기록, 통신기록 같은 객관 자료와 진술이 맞는지 대조합니다.
진술조력인은 피해자의 의사소통 특성에 관한 의견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할 수 있어, 그 의견서에 진술의 한계와 신뢰성에 대한 평가가 함께 담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술이 흔들린다는 사실보다, 핵심이 일관되는지와 진술이 오염되지 않았는지가 신빙성의 승부처입니다.
4. 유죄가 인정되면 일반 강제추행보다 법정형이 크게 높고 신상정보 등록도 따릅니다
장애인 대상 추행은 하한 자체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올라가 집행유예 여부가 핵심이 됩니다.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반면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3항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위계·위력으로 추행한 제6조 제6항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장애인 보호·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의 장이나 종사자가 보호·감독 대상 장애인에게 범한 경우에는 제6조 제7항에 따라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하한이 올라가는 것의 의미는 큽니다. 법원이 특별히 감경 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선고형이 집행유예 가능 범위를 넘을 수 있어, 처음부터 어느 유형이 적용되는지를 다투는 일이 형량을 좌우합니다. 합의 여부, 초범 여부, 범행 경위와 태양은 양형에서 참작되지만, 피해자가 장애인이라는 점 자체가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제6조의 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됩니다. 벌금형 확정도 제12조·제13조 범죄를 제외하고는 등록 대상에서 빠지지 않으므로, 형의 종류와 별개로 취업 제한 등 후속 불이익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피해자 조사가 끝나기 전에 변호인이 개입해야 진술 형성 과정을 다툴 수 있습니다.
장애인 대상 추행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신고·고소 접수와 피해자 조사 → ②피의자 소환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보완수사,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자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장애로 사물 변별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는 진술조력인과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받습니다.
소환 통보를 받았다면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와의 관계, 접촉한 날짜와 장소, 상대방의 장애를 알게 된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 기록과 통신기록 등을 보존합니다.
사건 현장의 CCTV와 출입기록,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지워지기 전에 확보하고, 목격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존재를 파악합니다.
첫 피의자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장애인인 줄 몰랐다’는 말로 얼버무리지 않도록 진술 방향을 정한 뒤 출석합니다.
합의를 서두르다 오히려 피해자 측에 사실을 인정하는 신호를 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합의 시점과 방식은 사건 방향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피해자 측과 직접 접촉하면 2차 가해나 회유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접촉은 변호인을 통해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이런 사건은 “내가 그럴 리 없는데”라는 생각과 “설마 장애인 진술로 처벌까지 되겠나”라는 안심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첫 조사 이전에 진술의 방향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혐의를 받는 분의 입장에서는 무조건적인 부인보다, 어떤 증거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지, 어느 법조가 적용될 수 있는지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피해를 호소하는 분이나 보호자 입장에서도 진술조력인과 영상녹화 같은 제도를 정확히 알고 첫 진술이 온전히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혐의를 받는 쪽과 피해를 호소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진술 한 줄이 법조 적용과 형량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피해자 진술 하나로 사건이 구성되는 만큼, 첫 조사 전의 준비가 결과를 가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적장애인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A. 아닙니다. 장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진술능력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핵심 부분이 일관되고 직접 겪은 사람의 구체적 묘사가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신빙성이 판단됩니다.
Q.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말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장애로 항거불능이나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했다면 제6조 제4항이 문제되고, 형식적으로 ‘좋다’고 말했다는 사정만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동의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Q. 상대방이 장애인인 줄 몰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장애 사실에 대한 인식 여부는 고의의 문제로 다퉈질 수 있습니다. 다만 평소 소통 방식, 장애인 등록 여부, 외관상 드러나는 정도에 따라 알았다고 인정될 수 있어 관련 자료가 중요합니다.
Q. 진술조력인이 참여하면 피고인에게 불리한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진술조력인은 의사소통을 중개·보조하고 피해자의 의사소통 특성에 관한 의견을 낼 수 있어, 그 의견이 진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자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Q. 합의하면 처벌을 받지 않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6조의 죄는 피해자의 처벌불원만으로 공소가 제기되지 않는 죄가 아니라서,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되는 데 그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경찰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최초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피해자 조사 내용을 확인할 기회와 방어 논리를 세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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