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관리인이 계약을 해지해 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생절차가 폐지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많은 상대방이 같은 기대를 합니다. 절차가 없던 일이 됐으니 해지도 함께 사라져 계약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입니다. 그러나 회생절차 폐지는 장래를 향해 절차를 끝낼 뿐, 그 절차 안에서 관리인이 적법하게 마친 해지를 소급해 지우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관리인의 해지가 어떤 요건으로 유효해지는지, 폐지 이후에도 왜 되살아나지 않는지, 그렇다면 상대방은 무엇을 어떤 순서로 청구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관리인의 해지권 — 채무자회생법 제119조가 주는 선택권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나면 채무자의 업무 수행과 재산의 관리·처분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합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이하 '법').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은 경우에는 채무자 본인이나 대표자가 관리인으로 간주되므로(법 제74조 제4항) 결론은 같습니다. 이 권한 가운데 계약 상대방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법 제119조 제1항입니다. 채무자와 상대방이 모두 개시 당시 아직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쌍무계약이라면,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도 있고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에게 이행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선택권은 회사에 불리한 계약을 정리하고 유리한 계약만 끌고 가기 위한 장치입니다. 예를 들어 월 임대료가 시세보다 높은 사무실 임대차, 최소구매수량이 걸린 공급계약, 사업 규모에 비해 과한 장비 리스계약이 해지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요건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계약이 쌍무계약일 것, 둘째 개시 당시 양쪽 모두 이행을 끝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이미 물건을 전부 인도했다면 상대방은 대금채권만 남은 일반 회생채권자일 뿐이어서 해지 논의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관리인의 해지권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서만 생기고,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나거나 서면결의에 부치는 결정이 있으면 더는 행사할 수 없다(법 제119조 제1항).
해지는 형성권 — 도달하는 순간 계약이 끝나고 철회할 수 없다
해지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 의사표시로 계약관계를 장래를 향해 소멸시키는 형성권입니다. 상대방에게 해지 통지가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기고(민법 제111조 제1항), 한 번 한 해지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합니다(민법 제543조 제2항). 관리인이 법 제119조에 따라 해지 통지를 보냈다면 그 시점에 계약은 종료된 것이고, 이후 관리인의 마음이 바뀌거나 사정이 달라져도 일방적으로 거둬들일 수 없습니다.
이 구조가 폐지 이후의 결론을 좌우합니다. 해지는 이미 완결된 법률행위이고, 그 효력의 근거는 해지 당시 관리인이 가지고 있던 법 제119조의 권한입니다. 폐지결정은 이 권한이 앞으로 없어진다는 뜻이지, 과거에 적법하게 행사된 권한의 결과를 무효로 돌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해지는 회생절차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니 절차가 사라지면 해지도 사라진다"고 주장해도 법리상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다만 해지가 처음부터 유효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관계인집회가 끝난 뒤에 보낸 해지, 법원 허가가 필요한 사안에서 허가 없이 한 해지, 쌍방 미이행 요건이 안 맞는 계약(예를 들어 상대방이 이미 이행을 마친 계약)에 대한 해지는 폐지 여부와 관계없이 다툴 수 있습니다. 폐지로 해지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것과, 하자 있는 해지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축입니다.
회생절차 폐지가 하는 일 — 인가 전 폐지와 인가 후 폐지
회생절차폐지는 시기에 따라 사유가 다릅니다. 인가 전 폐지는 회생계획안이 기한 안에 제출되지 않았거나 부결·미가결된 경우,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한 경우 등에 법원이 결정합니다(법 제286조). 채무를 전부 갚을 수 있음이 명백해져 관리인·채무자·채권자가 신청하는 폐지도 있습니다(법 제287조). 인가 후 폐지는 회생계획을 수행할 수 없음이 명백해진 때 법원이 결정합니다(법 제288조 제1항).
인가 후 폐지에 대해서는 법이 직접 결론을 적어 두었습니다. 법 제288조 제4항은 "회생절차폐지는 회생계획의 수행과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관리인의 해지는 '이 법의 규정(제119조)에 의하여 생긴 효력'에 해당하므로 인가 후 폐지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인가 전 폐지에는 같은 문구가 없지만, 폐지결정이 확정되면 절차가 장래를 향해 종료될 뿐 절차 중의 행위를 소급 무효로 만드는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결론은 같게 봅니다. 해지가 되살아난다고 하려면 그렇게 정한 명문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법에는 없습니다.
인가 전 폐지(제286조) — 계획안 미제출·부결·미가결, 청산가치 우위. 해지 효력은 장래효 원칙에 따라 유지.
신청에 의한 폐지(제287조) — 채무 완제 가능이 명백할 때. 통지 후 1개월이 지나야 결정 가능.
인가 후 폐지(제288조) — 계획 수행 불능이 명백할 때. 제4항이 이미 생긴 효력의 존속을 명시.
폐지결정은 주문과 이유의 요지를 공고하고(제289조), 항고로 다툴 수 있으며 확정되어야 후속 효과가 따른다(제290조, 제291조).
폐지 이후 상대방의 손해배상 청구 — 회생채권 신고가 출발점
해지가 유지된다면 상대방이 받을 수 있는 구제는 계약 부활이 아니라 금전 청구입니다. 법 제121조 제1항은 법 제119조에 따라 계약이 해제·해지된 경우 상대방이 손해배상에 관하여 회생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즉 해지로 입은 손해(남은 기간의 이익 상실, 대체거래 비용 등)는 일반 회생채권이 되고, 회생절차 안에서는 계획에 따라 감액·분할변제되는 대상입니다.
이 청구를 하려면 법 제148조 제1항에 따라 신고기간 안에 채권의 내용과 원인, 의결권의 액수를 법원에 신고하고 증거서류를 내야 합니다. 기간을 넘기면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사유가 끝난 후 1개월 이내에 보완할 수 있고,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며 관계인집회가 끝난 뒤에는 보완도 불가합니다(법 제152조). 해지 통지가 신고기간이 한창일 때 오는 경우가 많아, 통지를 받은 날부터 신고 일정을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인가 전에 폐지가 확정된 경우에는 신고하고 이의 없이 확정된 회생채권에 대해 회생채권자표 기재가 채무자에 대한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법 제292조 제1항). 채무자가 조사기간에 이의하지 않았다는 조건이 붙지만, 이 경우 상대방은 폐지 후 회생채권자표로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폐지 후 파산선고가 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반대급부가 남아 있다면 — 반환청구와 공익채권
손해배상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해지 전에 상대방이 채무자에게 이미 물건이나 선급금을 건넸다면 법 제121조 제2항이 별도로 보호합니다.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가 채무자 재산 중에 현존하면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현존하지 않으면 그 가액의 상환을 공익채권자로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와 관계없이 수시로 변제받는 채권이므로(법 제180조), 일반 회생채권인 손해배상과 취급이 완전히 다릅니다.
가정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부품 공급업체가 개시 전에 선급금 3,000만원을 받고 아직 납품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인이 계약을 해지했다면, 업체는 받은 선급금이 채무자 계좌에 구분되어 남아 있는지, 이미 운영비로 소진됐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먼저 물건을 인도해 채무자 창고에 그대로 있다면 그 물건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이 남아 있는지에 따라 환수 가능성이 갈리므로, 현존 여부를 입증할 자료(입출금 내역, 인도 서류, 재고 확인서)를 해지 직후 확보해야 합니다.
이때 공익채권 부분은 폐지가 확정된 뒤에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폐지결정이 확정되면 파산선고를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관리인은 채무자 재산으로 공익채권을 변제하고, 이의가 있는 것은 채권자를 위해 공탁해야 합니다(법 제291조).
해지로 입은 손해는 회생채권(제121조 제1항), 채무자에게 남아 있는 반대급부의 반환·가액상환은 공익채권(제121조 제2항)으로 나뉘며, 폐지 후에도 이 구분은 유지된다.
폐지 뒤 파산으로 넘어가면 — 공익채권은 재단채권으로
인가 후에 폐지가 확정되고 채무자에게 파산원인이 있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해야 하고(법 제6조 제1항), 인가 전 폐지 확정의 경우에는 파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법 제6조 제2항). 이때 회생절차에서 생긴 공익채권은 재단채권으로 바뀝니다(법 제6조 제4항). 재단채권은 파산채권보다 먼저 변제받는 지위이므로 순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파산재단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실제 회수액을 결정합니다.
파산으로 이어진 뒤에는 파산관재인이 다시 선택권을 가집니다. 해지된 계약은 이미 끝난 것이어서 파산관재인이 되살리는 것이 아니고, 아직 해지되지 않고 남아 있던 쌍방 미이행 계약만 법 제335조에 따라 파산관재인이 해제·해지하거나 이행을 선택합니다. 상대방이 최고했는데 기간 안에 확답이 없으면 해지한 것으로 봅니다(같은 조 제2항). 회생절차의 제119조 제2항과 결과가 반대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회생에서는 무응답이 해지권 포기이지만, 파산에서는 무응답이 해지로 간주됩니다.
해지에 따른 상대방의 청구 구조는 파산에서도 같습니다. 손해배상은 파산채권, 현존하는 반대급부의 반환은 환취, 현존하지 않으면 가액에 대해 재단채권입니다(법 제337조). 결국 회생에서 파산으로 절차 이름만 바뀔 뿐 해지 자체를 되돌리는 경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해지를 막고 싶다면 — 해지 전 최고권과 해지 후 점검 순서
해지를 되돌릴 수 없다면 상대방이 쓸 수 있는 시기는 해지 전입니다. 상대방은 관리인에게 해지 또는 이행 여부를 확답하도록 최고할 수 있고, 관리인이 최고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확답하지 않으면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봅니다(법 제119조 제2항). 법원은 신청 또는 직권으로 이 기간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계약이 계속되길 원한다면 개시 소식을 안 즉시 서면(내용증명)으로 최고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방어입니다.
이미 해지 통지를 받았다면 순서가 다릅니다. 먼저 통지 도달일과 개시결정일, 관계인집회 일정을 비교해 제119조 제1항 단서의 시기 제한에 걸리는지 봅니다. 다음으로 해지 대상 계약이 실제로 쌍방 미이행 상태였는지, 상대방이 이미 일부 이행한 것이 있는지 계약서·거래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그다음 손해배상 채권을 계산해 신고기간 안에 회생채권으로 신고하고, 반대급부가 채무자에게 남아 있다면 반환 또는 공익채권 청구를 병행합니다.
개시결정 확인 즉시 — 관리인에게 확답 최고(내용증명), 30일 기산일 기록.
해지 통지 수령 시 — 도달일, 발송 주체(관리인 명의인지), 관계인집회 일정 확인.
신고기간 내 — 손해배상 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 증거서류 제출.
반대급부 확인 — 선급금·인도물의 현존 여부 자료 확보 후 반환·공익채권 청구.
폐지 확정 후 — 회생채권자표 확정 여부, 파산 이행 여부 점검.
자주 묻는 질문
Q.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관리인이 한 해지도 취소되나요?
A. 취소되지 않습니다. 해지는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기고 철회할 수 없으며(민법 제543조 제2항), 폐지는 장래를 향해 절차를 끝낼 뿐입니다. 특히 인가 후 폐지는 법 제288조 제4항이 이 법의 규정으로 이미 생긴 효력에 영향이 없음을 명시합니다.
Q. 해지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어떻게 다투나요?
A. 폐지와 무관하게 해지의 요건 자체를 다툽니다. 관계인집회 종료 후의 해지인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이 맞는지, 법원 허가가 필요한 사안에서 허가를 받았는지가 쟁점입니다.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해지 무효 확인이나 계약상 지위 확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Q. 해지로 입은 손해는 전액 받을 수 있나요?
A. 손해배상은 회생채권이라 회생계획에서 정한 감액·분할변제 조건을 따릅니다. 다만 해지 당시 채무자에게 남아 있던 반대급부의 반환이나 가액상환은 공익채권이어서 별도로 먼저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구분해서 청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 회생채권 신고기간을 놓쳤다면 방법이 없나요?
A.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놓친 경우에만 그 사유가 끝난 후 1개월 이내에 보완할 수 있습니다(법 제152조 제1항).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고 관계인집회가 끝난 뒤에는 보완이 안 되므로, 단순한 착오나 통지 누락 같은 사정이 사유로 인정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Q. 회생절차가 폐지된 뒤 파산되면 공익채권은 어떻게 되나요?
A. 파산선고가 되면 회생절차의 공익채권은 파산절차에서 재단채권으로 취급됩니다(법 제6조 제4항). 재단채권은 파산채권보다 우선하지만 파산재단의 규모에 따라 실제 변제액이 달라지므로, 재단 현황을 확인해야 합니다.
Q. 개시결정 직후 계약을 지키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관리인에게 해지 또는 이행 여부를 확답하라는 최고를 서면으로 보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최고를 받은 후 30일 안에 확답이 없으면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법 제119조 제2항), 발송일과 도달일을 증명할 수 있는 형태로 남겨야 합니다.
맺음말
관리인의 해지는 법 제119조의 권한으로 한 일방적 의사표시이고, 도달하면 철회할 수 없습니다. 회생절차폐지는 장래를 향해 절차를 끝낼 뿐 이미 유효하게 끝난 해지를 되살리지 않으며, 인가 후 폐지는 법 제288조 제4항이 이를 명시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기대할 것은 계약 부활이 아니라 손해배상 회생채권의 신고, 현존 반대급부의 반환 또는 공익채권 청구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입니다. 해지 전에는 30일 최고, 해지 후에는 신고기간과 증거 확보가 결과를 가릅니다. 거래처의 회생 소식을 들었다면 계약서와 이행 현황, 선급금과 인도물 내역부터 정리해 두고 절차 일정에 맞춰 대응을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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