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서 선고를 받고 법정을 나서는 의뢰인들을 보면, 대부분의 표정이 "이제 끝났다"는 안도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라는 막막함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성범죄 사건에서는 선고가 끝이 아닙니다. 형량이 확정된 뒤에 시작되는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신상정보 등록, 신상정보 공개, 그리고 경우에 따라 전자장치 부착입니다. 이 세 가지는 형벌과 별개로 작동하면서 사회생활의 상당 부분을 제약합니다.
제가 『형사 변호사가 소개하는 성범죄 방어 지침서』를 집필하면서 마지막 장에 이 제도들을 따로 정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많은 의뢰인들이 재판 과정에서는 양형에만 집중하다가, 선고 이후에 날아온 등록 안내와 공개 고지, 부착 명령을 보고서야 뒤늦게 허탈해하십니다. 이 부분은 미리 알고 대응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먼저 신상정보 등록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 각 미수범, 강간 등 상해·치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강제추행, 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등 상당히 넓은 범위를 등록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무 감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성범죄는 거의 전부 등록 대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배포·제공·광고·소개·전시·상영,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구입·소지·시청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등록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 구분은 사건 초기부터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어떤 조항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등록 의무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등록 대상이 되면 의무이 구체적으로 발생합니다.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기본신상정보를 주소지 관할 경찰관서의 장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 정면·좌측·우측 상반신 및 전신 컬러사진을 촬영하여 전자기록으로 보관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제출한 기본신상정보가 변경되면 변경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20일 이내에 다시 제출해야 하고, 등록 다음 해부터는 매년 12월 31일까지 주소지 관할 경찰관서에 출석하여 사진을 다시 촬영해야 합니다. 6개월 이상 국외에 체류하려면 출국 전에 체류국가와 기간을 미리 신고해야 하고, 입국 시에도 14일 이내에 신고해야 합니다.
의뢰인들이 가장 당황하는 지점이 이 매년 출석입니다. 회사를 다니거나 유학을 가거나 해외 사업을 하는 분들에게는 이 의무가 생각보다 큰 부담입니다. 그리고 이 의무를 게을리하면 그 자체로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등록 의무를 "선고받은 뒤에 알아서 하겠지"라고 넘기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다음은 신상정보 공개입니다. 등록과 공개는 다릅니다. 등록은 경찰이 보관하는 것이고, 공개는 일반 국민이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공개 대상 범죄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과 각 미수범, 강간 등 상해·치상, 강간 등 살인·치사,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16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의제 강간·추행, 강도강간, 특수강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입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인 경우, 그리고 신상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변호인이 집중하는 지점이 바로 이 "특별한 사정"입니다. 피고인의 나이, 직업, 사회적 관계, 재범 위험성, 피해 회복 정도, 가족 관계 등을 종합하여 공개 명령을 면할 사정을 입증하려고 합니다. 이 주장은 양형 변론과 함께 설계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선고 이후에 따로 다투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자장치 부착 제도입니다. 검사는 성폭력범죄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종료된 후 10년 이내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전자장치 부착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하여 그 습벽이 인정되는 경우, 19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부착기간을 정하여 판결로 부착명령을 선고합니다.
여기서 실무상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법원은 무죄, 면소,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는 때, 벌금형을 선고하는 때,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때에는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부착명령은 실형이 선고되고 그 집행이 끝난 뒤에나 현실적인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보호관찰을 명할 때에는 보호관찰 기간 범위 내에서 전자장치 부착을 명할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해서 부착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제도들을 보면서 의뢰인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등록만 되고 공개는 안 될 수도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부착은 피할 수 있습니까." 실형을 피하면 원칙적으로 피할 수 있지만 위에 말씀드린 예외가 있습니다. "등록 기간은 얼마입니까." 이 부분은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르고, 면제와 종료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있으므로 사건 초기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제가 이 주제를 따로 다루는 이유는, 이 제도들이 재판 결과 못지않게 의뢰인의 이후 삶을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형량이 1년 늘고 줄고의 문제와, 매년 경찰서에 출석해 사진을 찍어야 하는 문제와, 인터넷에 자신의 얼굴과 주소가 공개되는 문제는 무게가 다릅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는 양형에 밀려 이 부분이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변론 전략을 세울 때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어떤 조항으로 기소되었는지 확인하여 등록 대상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공개 명령을 면할 사정이 무엇인지 초기부터 자료를 모으고, 부착명령 청구가 예상되는 사안이라면 재범 위험성에 관한 반대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 작업은 선고 직전에 시작하면 늦습니다. 수사 단계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제도들은 피해자 보호와 재범 방지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목적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 목적이 개별 사안에서 지나치게 넓게 적용되는 것을 막는 것이 변호인의 일입니다. 등록 대상이 아닌 사안을 등록 대상으로 만들지 않고, 공개하지 않아도 될 사안을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부착이 필요 없는 사안에 부착이 선고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형량을 줄이는 일만큼 중요합니다.
성범죄 사건을 의뢰받았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적용 법조문입니다. 죄명만 보지 않고 조항까지 봅니다. 그 조항 하나로 선고 이후 10년, 20년의 삶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성범죄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계신다면, 양형만 생각하지 마시고 선고 이후에 남는 것들까지 함께 검토하시기를 권합니다. 그 검토는 사건 초기에 시작할수록 선택지가 넓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법률칼럼]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 전자장치 부착이 남기는 것](/_next/image?url=https%3A%2F%2Fd2ai3ajp99ywjy.cloudfront.net%2Fuploads%2Ftitleimage%2Foriginal%2F5f102b49a0f88f02eea6141b-original.jpg&w=384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