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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 전에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배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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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 전에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배임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넓어지면서, 허가를 받기 전에 계약서부터 쓰고 계약금을 주고받은 뒤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매도인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허가가 나기 전이라 아직 계약이 아니다”, “더 높은 값을 주겠다는 사람이 나왔으니 그쪽에 팔아도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먼저 계약한 매수인 몰래 다른 사람과 계약을 하신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먼저 계약한 매수인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이미 지급한 상태였다면, 매수인은 “내 땅을 빼돌렸다”며 배임과 사기로 고소하고, 매도인은 “허가 전이라 효력이 없었다”고 맞서면서 사건이 형사로 번지게 됩니다.

최근 실무는 허가 전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계약이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 상태라는 사정은 중요한 방어 사유이지만, 허가가 나면 계약은 처음부터 유효했던 것으로 확정되고, 이중으로 처분한 행위의 책임은 그 시점의 사실관계로 다시 평가됩니다.

아래에서는 토지거래허가 전에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판 경우 어떤 때 배임이 문제되는지, 사기와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그리고 분쟁이 시작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허가 전 매매계약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유동적 무효 상태입니다

허가 전 계약은 무효로 끝난 것이 아니라, 허가 여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미확정 상태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의 토지에 대해 소유권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하려면 당사자가 공동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그리고 허가를 받지 않고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제1항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6항).

다만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12243 판결)에서, 허가를 받을 것을 전제로 체결한 계약은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채권적 효력도 발생하지 않는 유동적 무효의 상태에 있고, 이후 허가를 받으면 계약 체결 시점으로 소급해 유효가 되며, 불허가가 되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다는 법리를 세웠습니다. 매매대금을 이미 주고받았더라도, 허가 전에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시작됩니다. “효력이 없으니 아직 아무 의무도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유동적 무효 상태의 당사자에게는 허가 신청에 협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매도인이 허가신청서에 서명하지 않고 버티거나, 다른 사람에게 먼저 허가를 받아 팔아버리면, 매수인에게는 허가 협력 의무 불이행에 대한 민사책임과 형사 고소가 동시에 열립니다.

허가 전 계약은 ‘아직 아무것도 아닌 계약’이 아니라, 허가가 나면 소급해서 살아나는 계약입니다.


2. 배임이 문제되는 핵심은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 여부입니다

중도금을 받아 계약이 본격 이행 단계에 들어갔다면, 허가 전이라는 사정만으로 배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업무로서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대법원은 일관되게, 계약금만 주고받은 단계에서는 매도인이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보지 않고,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봅니다. 이 단계에서 제3자에게 처분하고 등기까지 마쳐주면 배임죄가 문제됩니다.

토지거래허가 사건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쟁점이 더해집니다. 허가 전에는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소유권이전 의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매도인 측 주장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 방어의 중심이 되는 논리이고, 계약금만 오간 단계에서 그 주장은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반대로 중도금까지 받았고, 매도인이 허가 신청에 협력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다가 갑자기 다른 매수인에게 먼저 허가를 받아 이전해 준 경우라면, 허가 협력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평가가 더해져 배임 고소가 받아들여질 위험이 커집니다.

그래서 사건의 결론은 ‘허가 전이었다’는 한 문장이 아니라, 대금이 어디까지 지급됐는지, 매도인이 허가 신청에 협력했는지, 제3자에게 실제 등기까지 넘어갔는지라는 세 가지 사실관계에서 갈립니다.

허가 전이라는 사정은 방어 논리일 뿐, 중도금 이후의 이중 처분을 지워주는 면책 사유가 아닙니다.


3. 돈을 받을 때 허가를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면 사기가 문제됩니다

배임은 계약 이후의 처분을, 사기는 계약 당시의 기망을 본다는 점에서 갈립니다.

이중매매 사건에서 고소장에는 배임과 함께 사기가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둘의 차이는 시점입니다. 배임은 정상적으로 계약을 맺은 뒤 임무에 위배해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행위를 보고, 사기(형법 제347조 제1항)는 돈을 받을 당시에 이미 거래를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였는지를 봅니다. 사기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배임보다 법정형이 훨씬 무겁습니다.

토지거래허가 사건에서 사기 여부를 가르는 증거는 구체적입니다. 계약 체결 당시 매도인이 허가구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사정(예를 들어 실제 이용 계획이 없거나 허가 요건이 맞지 않는 사정)을 알면서 대금을 받았는지, 같은 시기에 다른 매수인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는지 같은 정황이 문자·통화·중개사 진술에서 확인됩니다. 반대로 계약 당시에는 이행할 생각이었고 이후 더 높은 가격 제안을 받아 마음이 바뀐 경우라면, 기망의 고의가 계약 시점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사기는 성립하지 않고 배임만 문제됩니다.

한편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행위 자체도 별도로 처벌됩니다.

제11조제1항에 따른 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하거나,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토지거래계약 허가를 받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의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해당 토지가격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3항).

즉 허가 전에 계약서를 쓴 사실만으로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이 조항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중매매 고소가 들어오면 수사기관은 배임·사기뿐 아니라 이 조항 위반 여부도 함께 들여다봅니다.

같은 이중매매라도 돈을 받을 때의 속마음이 사기와 배임을 가르고, 허가 없는 계약 체결 자체도 별도 처벌 대상입니다.


4. 이득액이 커지면 특경법으로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갑니다

토지 매매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배임·사기 모두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쉽게 들어갑니다.

토지 거래는 대금 단위가 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배임이나 사기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중매매에서 이득액은 보통 제3자에게 받은 매매대금 또는 토지의 시가와 먼저 받은 대금의 차이 등으로 다툼이 생깁니다. 허가구역의 토지는 가격 변동이 크므로 이득액 산정 자체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고, 감정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특경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양형에서는 먼저 계약한 매수인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전액 반환했는지, 합의가 이루어졌는지가 가장 크게 참작됩니다. 다만 반환이나 합의는 범죄의 성립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처벌의 정도를 낮추는 사정이라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5. 고소 이후 절차는 이렇게 진행되고, 초기 자료 확보가 사건을 좌우합니다

매수인이든 매도인이든 계약서·입금내역·허가 신청 경위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이중매매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토지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크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민사에서는 허가 협력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가 병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쟁이 시작됐다면 감정적으로 연락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계약서에 허가를 조건으로 한다는 문구가 있는지, 계약금·중도금·잔금의 지급 시기와 금액을 확인합니다.

  2. 입금내역과 영수증으로 실제 지급된 금액이 어디까지인지, 매도인이 허가 신청서를 함께 제출했는지 확인합니다.

  3. 제3자와의 계약 시점, 그 계약의 허가 여부, 소유권이전등기가 실제 이루어졌는지를 등기사항전부증명서로 확인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대응과 민사상 계약금 반환·손해배상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같은 자료라도 고소인 쪽에서 쓰는 방식과 피고소인 쪽에서 쓰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에 서 있는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집니다.


마치며

토지거래허가 사건은 “아직 허가가 나기 전이니까”라는 말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한마디가 법적으로 어디까지 통하는지는 사건마다 전혀 다릅니다.

먼저 계약한 매수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대금 지급 내역, 허가 신청 협력을 요구한 기록, 매도인이 제3자와 접촉한 정황을 차분히 모으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자료가 있어야 배임과 사기, 그리고 민사 반환청구를 모두 입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중매매를 의심받는 매도인 입장에서도 “허가 전이라 효력이 없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방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대금이 어디까지 지급됐는지, 허가 협력을 거부한 적이 있는지, 계약 당시 이행 의사가 있었는지를 증거로 설명해야 합니다.

저는 부동산 거래 분쟁에서 땅을 판 쪽과 산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서 한 줄과 입금 시점 하나에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가 전이라 계약이 무효인데 다른 사람에게 팔아도 되나요?

A. 계약이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 유동적 무효 상태라는 점은 방어 사유가 되지만, 허가 협력 의무와 대금 지급 정도에 따라 배임이나 사기 고소가 가능합니다. 특히 중도금까지 받은 뒤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위험이 커집니다.

Q.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면 배임이 되나요?

A.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대법원은 계약금만 오간 단계에서는 매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계약금의 배액 상환 등 민사 책임은 별개로 질 수 있습니다.

Q. 허가 없이 계약서만 써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3항은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격의 30%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Q. 먼저 계약한 매수인에게 돈을 전부 돌려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범죄 성립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지만, 반환과 합의는 양형에서 가장 크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합의서와 반환 내역을 갖춰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배임·사기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이득액 산정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대금 지급 경위와 허가 협력 여부가 어떻게 기록되느냐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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