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C로 테더를 사고파는 환전상 입장에서 억울한 경우가 있습니다. 환전만 해 줬는데 고객이 투자에서 손실을 보자 환전상까지 투자사기 공범으로 고소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고소에서 무엇이 쟁점이 되는지, 사기·유사수신행위법·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세 혐의 모두 불송치(혐의없음)로 끝난 사안을 예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환전만 해 줬는데 공범으로 고소됐습니다
의뢰인은 원화를 받고 테더(USDT)를 보내 주는 OTC 환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소인은 한 투자자문 업체에서 코인 투자 자문을 받던 중, 업체 안내에 따라 의뢰인 계좌로 두 차례에 걸쳐 5,100만 원을 보냈습니다. 의뢰인은 처음 안내한 수수료를 뺀 만큼의 테더를 실제로 전송했습니다.
이후 고소인은 투자금 중 4,000만 원을 청산당했습니다. 그러자 업체가 원금 보장과 수익을 약속하며 자신을 속였고, 의뢰인은 계좌를 제공하고 환전을 해 줘 범행을 나눠 맡은 공범이라며 고소했습니다.
2. 혐의가 세 갈래로 붙습니다
고소인 측 논리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내 돈이 환전상 계좌로 들어갔고
그 돈이 코인으로 바뀌어 투자에 쓰였으니
환전상도 한편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기는 업체와 공모했다는 이유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은 원금 보장을 약속하고 돈을 모았다는 이유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범죄에 쓰일 것을 알면서 계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붙습니다(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6조의3).
세 혐의 모두 징역형이 규정된 범죄입니다. 참고로 2024년 5월부터는 가상자산으로 돈을 모아도 유사수신행위가 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3. 공범이 되려면 '함께했다'는 증명이 필요합니다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그리고 공모는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라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235 판결).
계좌로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공모가 증명되지는 않습니다. 실무상 환전상 사건의 다툼은 결국 이 거래가 독립적인 환전이었는지, 업체와 한 몸이었는지입니다.
4. 경찰은 세 혐의 모두 혐의없음으로 판단했습니다
저희는 혐의별로 나눠 대응했습니다. 거래 전에 고소인에게 보낸 안내 문자, 입금액과 실제 전송한 테더 내역을 맞춘 자료, 고소인이 일부 수익을 낸 투자 경위를 정리해 제출했고, 경찰 조사에도 동석했습니다.
경찰의 판단은 이랬습니다.
사기 부분은 고소인이 업체 조언대로 거래해 소액이나마 실제 수익을 낸 적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해서 처음부터 속일 생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손실과의 인과관계도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역시 의뢰인을 '테더를 환전해 주는 사람 같다'는 정도로만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유사수신 부분은 원금 보장을 약속했다는 증거가 고소인 진술 외에는 없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부분은 거래 전에 보낸 안내 문자가 첫 번째 근거였습니다.
'불법 자금 및 위법한 용도가 아닌 경우에만 환전이 가능합니다.'
'전 환전상이고 소개자와 친분/관련이 없습니다.'
'테더 수령 후 입출금/트레이딩 등은 저와 무관합니다. 동의하시나요'
고소인은 이해했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여기에 수수료를 뺀 만큼의 코인을 실제로 보낸 점, 업체와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한 점이 더해져 계좌를 범죄에 쓰도록 제공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세 혐의 모두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안내 문자입니다. 세 줄짜리 문자지만 이 거래가 독립적인 환전이라는 점을 거래 당시에 남겨 둔 기록이었습니다.
5. 투자리딩방 사기, 2025년에만 6,853건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투자리딩방 사기는 6,853건, 피해액은 6,581억 원이었습니다. 한 건당 평균 9,600만 원이 넘습니다.
피해 규모가 이 정도다 보니 고소인 입장에서는 돈이 거쳐 간 계좌를 모두 문제 삼게 됩니다. 실무상 환전상이 피고소인 명단에 함께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6. 결론
개인적인 견해로, 환전상에게 고객의 투자 손실까지 책임지라는 고소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런 고소는 계속 들어옵니다.
OTC 환전을 하신다면
거래 전 안내 문자를 남기고
입금액과 전송 내역을 맞춰 보관하고
고소를 당했다면 첫 조사 전에 변호사와 상담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환전상 사건을 맡으면 거래 하나하나를 입금과 전송 기준으로 맞춰 봅니다. 그게 '독립적인 환전'이었다는 걸 보여 주는 객관적인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환전을 업으로 하면 특금법상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문제가 따로 생길 수 있는데, 이 부분도 불송치 결정을 받은 사안이 있어 별도로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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