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코인 구매대행 알바와 보이스피싱 방조죄 | 사기/공갈 | 로톡
[가상자산] 코인 구매대행 알바와 보이스피싱 방조죄
법률가이드
사기/공갈

[가상자산] 코인 구매대행 알바와 보이스피싱 방조죄 

임성환 변호사

코인 관련 형사사건 중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는 유형이 '코인 구매대행' 알바입니다. 시작은 대개 비슷합니다. 대출이나 부업을 알아보다 제안을 받고, 계좌로 들어온 돈으로 코인을 사서 보냈는데, 얼마 뒤 계좌가 지급정지되고 경찰 연락을 받는 식입니다.

이런 경우 무엇이 쟁점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실제로 불송치(혐의없음)로 끝난 사안을 예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대출을 알아보다 '구매대행' 제안을 받았습니다

의뢰인은 20대 초반으로, 밀린 휴대폰 요금을 갚으려고 대출을 알아보던 중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연락한 대출업자가 상담 도중 부업을 제안했습니다. 업자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한 사람당 살 수 있는 게 500만 원으로 정해놔서 … 저희 같은 회사한테 수수료 주고 맡기거든요. … 거래량의 1% 수익금으로 당일 지급합니다."

다른 부업자들의 수익 정산 내역까지 보여 줬습니다. 의뢰인은 계좌로 들어온 돈으로 코인을 사서 업자가 알려 준 지갑 주소로 보냈습니다. 합계 4,360만 원이었습니다. 다음 날 지급정지 문자가 왔고, 그 돈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습니다.

혐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방조였습니다.

2. 방조범이어도 가볍게 볼 혐의가 아닙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 제1항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2023년 11월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형이 상향되었습니다.

방조범은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보다 형이 감경되지만, 법정형 자체가 높은 범죄입니다.

3. 쟁점은 결국 '알았느냐'입니다

방조범으로 처벌하려면 남의 범죄를 돕는다는 인식, 즉 방조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다만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 필요는 없고,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으로 족하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문제는 고의가 마음속 사정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간접사실, 즉 정황으로 고의를 판단합니다(같은 판결). 다만 고의의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유죄의 의심이 간다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실무적으로 말하면 '몰랐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고, 몰랐다는 정황을 자료로 보여 줘야 합니다.

4. 경찰은 일곱 가지 사정을 들어 불송치했습니다

저희는 업자와의 대화 내역과 이체 내역을 빠짐없이 확보해 제출했습니다. 업자 메시지에 반복된 표현을 근거로 의뢰인이 보이스피싱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소명했고, 지급정지 이후에는 업자를 상대로 사기 고소장도 제출했습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서에 적은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대출을 알아보다 부업 제안을 받은 경위가 카카오톡 대화로 확인되는 점

② 업자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수익 정산 내역까지 보여 줘, 그 설명을 믿었을 수 있는 점

③ 대화 내역과 이체 내역을 삭제하지 않고 모두 제출했고, 그 안에 보이스피싱을 알았다고 볼 내용이 없는 점

④ 받은 수수료를 곧바로 밀린 휴대폰 요금을 갚는 데 쓴 점

⑤ 송금이 끝난 다음 날에야 지급정지 문자를 받은 점

⑥ 은행에서 설명을 들은 뒤 업자에게 "저기요"라고 메시지를 보내 해명을 요구하려 했고, 변호사를 통해 업자를 사기로 고소한 점

⑦ 아르바이트 외에 사회 경력이 없어 보이스피싱 수법을 잘 알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경찰은 이를 종합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취득된 돈이라는 사실까지 미필적으로 인식하였다거나 이를 예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고 보았고,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습니다. 송금부터 약 5개월 만이었습니다.

이 중 ③은 꼭 짚고 싶습니다. 겁이 나서 대화부터 지우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그러면 '몰랐다'는 것을 보여 줄 자료도 같이 사라집니다.

5. 보이스피싱 피해액,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습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 2,578억 원으로, 전년보다 47% 늘었습니다. 2026년 10월 1일부터는 가상자산으로 입은 보이스피싱 피해도 환급받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코인이 낀 수법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무상 피해금이 거쳐 간 계좌의 명의인은 조사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본인이 몰랐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6. 결론

개인적인 견해로, 정작 업자는 '성명불상자'로 남고 조사는 계좌 명의인이 받는 구조는 참 씁쓸합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급정지 문자나 출석요구를 받았다면
대화 내역은 지우지 마시고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정리해 두시고
첫 조사 전에 변호사와 상담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이런 사건 상담을 하면 대화 내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봅니다. 같은 '몰랐다'도 어떤 자료로 뒷받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테더(USDT)를 팔았다가 대금으로 피해금을 받은 사례도 있는데, 이 부분은 별도로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임성환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7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