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새양재 홍현기 변호사입니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 뒤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과거와 달리 지갑이나 통장 실물보다 고인의 스마트폰 속에 훨씬 더 많은 자산과 정보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모바일 뱅킹과 증권 앱, 암호화폐 거래소는 물론 간편결제 페이 머니, 유료 멤버십 포인트, 그리고 소중한 가족사진이 담긴 클라우드 계정까지 모두 기기 하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남겨진 가족들은 "자식인 내가 고인의 비밀번호를 풀어 돈을 이체하거나 계정을 그대로 물려받아 사용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디지털 유산은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의 법적 성격에 따라 상속인에게 승계되는 범위와 처리 방식이 완전히 나뉩니다.
부모님의 휴대전화를 유품으로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온라인 계정과 비공개 정보를 상속인이 임의로 처분하거나 열람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고인의 디지털 유산도 법률상 상속재산으로 인정될까
민법 제1005조에 따라 상속인은 사망의 순간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합니다. 따라서 형태가 물리적 실물로 존재하든 가상 공간에 전자적 데이터로 존재하든, 독립적인 경제적 교환가치를 지닌 자산이라면 당연히 민법상 상속재산에 포함됩니다.
대표적으로 빗썸이나 업비트 등 거래소에 보관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에 충전된 현금성 선불전자지급수단 잔액, 증권 앱 내의 국내외 주식 등은 정당한 상속재산으로서 분할 대상이 됩니다.
반면 이메일 송수신 내역, 메신저 대화 기록, 개인 SNS 계정 등은 고인의 일신전속적인 인격권 및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사생활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온라인에 존재하는 항목이라는 외관보다 해당 데이터가 독립된 '경제적 재산권'인지 고인에게 귀속된 '인격적 정보'인지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온라인 계정 이용권한과 실질적 금전 자산의 본질적 차이
디지털 유산을 처리할 때 유족들이 가장 흔하게 범하는 착각은 "계정 자체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자녀가 그대로 상속받을 수 있다"고 믿는 점입니다.
대다수 포털 사이트와 플랫폼 사업자의 이용약관은 계정 이용권한을 이용자 본인에게만 인정하는 '일신전속권'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용자가 사망하면 계정 이용계약은 자동 종료되고 상속인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명의로 로그인해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플랫폼 계정 자체를 자녀 명의로 명의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계정 내부에 묶여 있는 '환급 가능한 현금성 예수금이나 유료 결제 잔여금'은 상속인 전원의 동의 서류를 갖춰 서비스 본사에 공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정 자체에 대한 접속 권한과 계정 안에 묶인 금전적 채권을 분리하여 각 서비스 운영사에 적법한 상속인 확인 절차를 거쳐 환급을 요청해야 합니다.
휴대전화를 즉시 해지하거나 초기화하면 안 되는 이유
장례가 끝나자마자 매달 빠져나가는 통신요금을 아끼기 위해 고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성급하게 해지하거나 기기를 공장초기화해 버리는 실수를 저지르는 유족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 시스템은 거의 모든 본인 인증이 스마트폰 SMS 인증이나 PASS 앱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통신선이 끊기는 순간 고인의 금융자산 조회와 은닉 계좌 추적이 극도로 까다로워집니다.
또한 사망 직전까지 매달 정기적으로 자동 결제되던 유료 구독 서비스, 웹하드 결제, 렌탈 요금 등의 지출 내역을 확인하고 차단하기 위해서도 휴대전화의 문자 수신 기록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합니다.
상속인이라 하더라도 고인의 패턴을 풀어 임의로 타인 명의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행위는 컴퓨터등사용사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형사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으므로, 기기는 해지하지 않은 채 보관하며 정식 상속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준비 시 디지털 자산 처분 주의점
망인에게 남겨진 빚이 많아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면 디지털 자산의 처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하여, 피상속인의 모든 채무를 상속인의 고유 재산으로 무제한 변제해야 하는 '법정단순승인' 효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간편결제 잔액 몇십만 원이나 암호화폐 소액을 무심코 본인 통장으로 이체하여 인출해 써버린다면, 채권자들로부터 상속재산을 임의로 처분했다는 공격을 받아 애써 준비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이 법원에서 전면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앞두고 있다면 디지털 자산 역시 일반 부동산·예금과 똑같은 상속재산으로 취급하여 일체의 인출이나 소비를 철저히 중단해야 합니다.
디지털 유산은 실물 통장이 보이지 않는 탓에 그 존재를 놓치기 쉽고, 자칫 잘못 손을 댔다가는 상속포기가 무효가 되거나 형사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도의 법률 영역입니다. 고인의 통신과 계정에 얽힌 법적 성격을 명확히 분석하고 합법적인 상속 절차를 밟아야 남겨진 재산을 안전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 사후 스마트폰 속 가상자산 및 온라인 금융 자산의 상속 처리나, 상속포기 중 디지털 재산 처분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편하게 상담을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새양재 홍현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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