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전주에서 10년 넘게 부부로 살아온 배우자가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채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의뢰인이 전주지방법원에 사실혼관계존재확인 소송을 내어 사실혼이 존재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받은 사건입니다. 이 판결은 국민연금 유족연금을 청구하기 위한 전제가 되었습니다. 전 소속 법무법인 재직 당시 담당변호사로 수행한 사건이며,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살다 배우자를 잃은 분들께 참고가 될 것 같아 정리합니다.
법률혼이 아니면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지만, 사회보장 영역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도 보호받는 길이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은 법원의 확인 판결을 거쳐야 열립니다.
의뢰인은 오래 알고 지낸 상대와 2010년대 초부터 전주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가족 모임과 여행에 부부로 참석했고, 결혼 기념 촬영을 했으며, 서로를 배우자로 불렀습니다. 상대의 가족과 의뢰인의 자녀들도 두 사람을 부부로 받아들였습니다. 생활비는 한 사람 명의 계좌로 합쳐 쓰고, 수술을 받을 때는 서로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혼인신고만 하지 못했을 뿐, 부부로서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여름 상대가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았고, 남은 것은 국민연금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였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사실혼 배우자의 유족연금 청구에 법원의 사실혼 확인 판결을 요구하는 것이 실무이기 때문에, 먼저 소송으로 사실혼의 존재를 확인받아야 했습니다.
쟁점
국민연금법은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법을 적용할 때 배우자, 남편 또는 아내에는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
따라서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실혼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누가 어떻게 확인하느냐입니다. 사실혼은 혼인의 의사와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모두 인정되어야 성립하고, 상대가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사망 당시 주소지를 관할하는 검찰청의 검사를 피고로 하여 과거의 사실혼관계 존재를 확인하는 소송을 냅니다.
이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다투어진 것은 "사실혼이 있었는가"보다 "언제부터 있었는가"였습니다. 동거를 시작한 날을 기준으로 청구했는데, 그 날짜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석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의 대응
두 사람의 관계를 네 축으로 정리했습니다. 기념일과 반지·여행·결혼 기념 촬영 같은 정표, 가족과 지인이 두 사람을 부부로 인식한 사정, 생활비를 합쳐 쓴 경제 공동체, 수술과 간병에서 서로 보호자가 된 상호 부양입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사정과 뒤에 신고하려던 계획을 설명하고, 장례에서 의뢰인과 자녀들이 상복을 입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정으로 사망 시점까지 관계가 이어졌음을 보였습니다.
유족연금 수급권의 전제가 된다는 점을 들어 과거의 사실혼관계를 확인할 이익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개시 시점의 근거를 물었을 때는 동거 개시일을 고집하지 않고, 사진으로 날짜가 확인되는 신혼여행 직후로 청구취지를 바꾸었습니다. 유족연금에서 중요한 것은 사망 당시 사실혼이 있었는지이므로, 개시일을 뒤로 조정해도 실익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결과
전주지방법원은 2026년 2월, 두 사람이 신혼여행 무렵부터 부부로 지내며 가족·친지와 교류했고 자녀들과 망인의 가족도 두 사람을 부부로 인정했다는 점, 연금수급권 등을 인정받기 위한 확인의 이익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의뢰인과 망인 사이에 사실혼관계가 존재하였음을 확인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변경한 청구취지가 그대로 주문이 된 전부 인용 판결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참고할 점
첫째, 사망 뒤에도 사실혼을 확인받을 수 있습니다. 상대가 없다고 소송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를 피고로 하여 과거의 사실혼관계 존재를 확인하는 소를 냅니다. 다만 그 확인으로 얻을 구체적 이익(유족연금 등)을 함께 밝혀야 합니다.
둘째, "언제부터"가 쟁점이 됩니다. 동거 시작일을 주장하려면 전입 기록·날짜가 있는 사진·확인서처럼 그 시점의 객관적 자료가 필요합니다. 자료가 없다면 처음부터 증거가 있는 시점으로 청구하거나 석명이 있을 때 바로 바꾸는 것이 낫습니다.
셋째, 사실혼을 반대한 가족이 있어도 숨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한 가족이 있다는 사정은 인정한 가족과 자녀들의 진술로 충분히 상쇄되고, 오히려 숨기다 드러나면 다른 주장의 신빙성까지 흔들립니다.
넷째, 판결은 유족연금의 출발점일 뿐입니다. 판결 확정 뒤 공단에 유족연금을 청구해야 하고, 공단은 가입 기간·수급 요건을 따로 심사합니다.
위 사례는 해당 사건의 개별 결과이며, 유사한 사건이라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 사건은 전 소속 법무법인 재직 당시 담당변호사로 수행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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