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사기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되는 날, 영장에 적힌 항목 하나하나가 곧 경찰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의 한계선입니다. 이 글은 영장 한 장을 항목별로 읽는 법과, 휴대폰·거래소 계정·코인 자체가 각각 어떤 방식으로 압수되는지, 현장과 그 이후에 확인해야 할 것을 정리합니다.
새벽에 초인종이 울리고 수사관 서너 명이 영장을 펼쳐 보이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내용을 읽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영장은 그날 하루를 지배하는 유일한 규칙서입니다. 거기 적힌 범위 밖의 것은 원칙적으로 가져갈 수 없고, 적힌 절차를 지키지 않은 압수는 나중에 증거로 쓰지 못할 수 있습니다.
코인 사건은 특히 압수 대상이 복잡합니다. 휴대폰 속 텔레그램 대화, 거래소 계정의 입출금 내역, 개인 지갑에 들어 있는 코인 자체까지 성격이 전혀 다른 세 가지가 한꺼번에 문제 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영장 양식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영장 첫 줄: 피의자와 죄명이 압수 범위를 결정합니다
영장 상단의 '피의자'와 '죄명'은 그냥 표지가 아니라, 이 영장으로 가져갈 수 있는 자료의 주제를 한정하는 기준입니다. 죄명이 '사기(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로 적혀 있다면, 그 사기 혐의와 관련된 자료만 압수 대상이 됩니다.
코인 사건의 죄명은 대개 형법상 사기이고, 피해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법이 함께 적힙니다. 법정형 자체가 다르니, 영장에 어떤 죄명이 적혀 있는지로 수사기관이 사건을 어느 정도 규모로 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347조(사기)… 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여기서 실무상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영장에 적힌 혐의와 무관한 다른 범죄 자료가 휴대폰에서 발견되더라도, 그것을 이 영장으로 바로 압수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없는 전자정보를 압수한 경우 그 부분은 위법한 압수라고 봅니다. 별건 자료를 가져가려면 원칙적으로 별도의 영장이 필요합니다.
'압수할 물건' 란: 휴대폰 한 대가 아니라 '그 안의 정보'가 대상입니다
코인 사기 영장의 '압수할 물건' 란에는 보통 휴대폰·컴퓨터 같은 저장매체와 함께 '별지 기재 전자정보'가 적혀 있고, 원칙은 기기 자체가 아니라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을 골라서 복제·출력해 가는 것입니다. 이것을 '선별 압수'라고 부릅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압수) ③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현장에서 선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휴대폰 자체를 가져가는 일이 많습니다. 그 자체가 곧바로 위법은 아니지만, 그렇게 가져간 뒤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자료를 추출하고 선별하는 과정 전체가 압수의 연장으로 취급됩니다. 즉 휴대폰이 경찰서로 옮겨진 뒤에도 당사자의 참여권은 계속 살아 있습니다.
코인 사건에서 흔히 별지에 적히는 정보
텔레그램·카카오톡 등 메신저의 대화 내역과 첨부파일
거래소 앱의 접속 기록, 입출금 및 거래 내역, 계정 식별정보
개인 지갑(메타마스크, 하드월렛 등)의 주소, 거래 내역, 니모닉이나 비밀키가 저장된 메모·사진
투자 권유에 사용된 홍보물, 수익률 캡처, 단체방 공지 파일
피해자 명단, 입금 내역 정리 파일, 수익 분배 장부
별지에 적힌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느껴지면, 집행 당시 그 점을 명확히 말해 두고 이후 변호인을 통해 다투는 것이 순서입니다.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공무집행방해 문제가 생기므로 피해야 합니다.
'수색할 장소' 란: 집·사무실·차량·신체, 적힌 곳만 뒤질 수 있습니다
영장에 '피의자의 주거지'만 적혀 있다면 사무실이나 차량은 그 영장으로 수색할 수 없고, 반대로 신체가 적혀 있지 않다면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도록 요구하는 것도 영장의 범위 밖입니다. 집행 전에 이 란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코인 사건에서는 하드월렛이나 니모닉을 적어 둔 종이가 어디 있느냐가 쟁점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금고, 차량, 사무실 등 여러 장소가 적혀 있는지, 동거 가족의 물건까지 포함되는 문구인지 살펴보면 그날 수색의 범위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라면, 가족 명의의 휴대폰이나 노트북은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물건이 아닙니다. 다만 피의자가 실제로 사용했다는 정황이 있으면 압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누구의 기기인지를 현장에서 분명히 밝혀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영장 제시와 참여권: 집행 전후에 반드시 챙길 절차 네 가지
압수수색은 영장을 보여 주고 사본을 주는 것으로 시작해, 당사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며, 끝나면 무엇을 가져갔는지 목록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이 절차 하나하나가 빠지면 압수의 적법성이 흔들립니다.
형사소송법 제118조(영장의 제시와 사본교부) 압수·수색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하고, 처분을 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에는 그 사본을 교부하여야 한다.
영장 원본 제시와 사본 교부. 휴대폰 화면이나 팩스본을 멀리서 흔드는 것은 제시가 아닙니다. 피의자·죄명·압수할 물건·수색 장소·유효기간을 직접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집행 과정 참여. 형사소송법은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압수수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급속을 요하는 경우가 아니면 미리 알려야 합니다. 전자정보의 경우 경찰서로 옮겨 추출·선별하는 단계까지 참여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압수목록 교부. 가져간 물건과 전자정보의 목록을 받아야 합니다. 휴대폰 기종, 거래소 계정명, 추출된 파일의 범위가 적혀 있는지 확인하고, 빠진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말해 두세요.
관련 없는 정보의 삭제·반환.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는 삭제하거나 돌려주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무관 정보까지 통째로 복제한 압수의 효력을 엄격하게 봅니다.
참여권 포기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명이 곧 불이익은 아니지만, 서명하면 이후 참여권 침해를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변호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서명 여부는 그 뒤에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의제출'을 요구받았을 때: 영장 없는 압수의 또 다른 경로
수사관이 영장에 적히지 않은 물건에 대해 '그냥 주시면 됩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임의제출 요구이고, 거절할 수 있습니다. 임의제출로 받은 물건은 영장 없이도 압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영장 범위 밖의 자료가 이 통로로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
대법원은 임의제출의 '임의성'은 수사기관이 증명해야 하고, 제출자가 제출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임의제출을 하기로 했더라도 '텔레그램 ○○방 대화만'처럼 범위를 특정해 제출할 수 있고, 그 범위는 제출 확인서에 적어 두어야 합니다.
비밀번호 제공도 같은 맥락입니다. 휴대폰 잠금 해제 비밀번호를 알려 줄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끝까지 거부하면 포렌식으로 시간이 더 걸릴 뿐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사건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결정은 변호인과 상의한 뒤 하는 것이 맞습니다.
거래소 계정은 집에서 압수되지 않습니다: 거래소로 가는 별도의 영장
거래소에 있는 입출금 내역과 거래 기록은 피의자의 휴대폰이 아니라 거래소 서버에 있으므로, 수사기관은 거래소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영장이나 금융거래정보 요구로 자료를 확보합니다. 집에서 영장이 집행되는 날에는 이미 거래소 자료가 수사기관 손에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고객 확인과 거래 기록 보관 의무를 지고, 입출금 때 송수신인 정보를 함께 전송하는 트래블룰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국내 거래소를 한 번이라도 거친 자금은 실명 계좌와 연결되어 흐름이 비교적 쉽게 복원됩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사관이 휴대폰의 거래소 앱을 직접 열어 보거나 로그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앱에 저장된 정보는 휴대폰 전자정보의 일부로 영장 범위에 들어갈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 로그인을 하게 하여 서버의 정보를 불러오는 것은 임의제출에 해당하므로 거절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코인 자체의 압수: 지갑에서 수사기관 지갑으로 옮겨 가는 과정
코인은 물건이 아니라 전자적 기록이기 때문에, 압수는 보통 피의자의 지갑에서 수사기관이 관리하는 지갑으로 코인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이것은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을 위한 보전 조치와 함께 진행됩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사기로 얻은 재산을 범죄수익으로 보아 몰수 대상에 포함하고, 재판 확정 전이라도 법원의 몰수보전·추징보전 결정으로 처분을 막을 수 있게 합니다. 코인 사건에서는 거래소 계정 동결과 지갑 이전 요구가 그 수단으로 쓰입니다.
현장에서 니모닉이나 비밀키를 제출하도록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하드월렛 자체는 영장에 적혀 있으면 압수되지만, 그 안의 코인을 옮기려면 결국 키가 필요합니다. 키 제공은 코인에 대한 처분권을 사실상 넘기는 행위이므로, 어떤 코인을 어느 지갑으로 얼마나 옮기는지 확인한 뒤에만 응해야 합니다.
한 가지 알아 둘 점이 있습니다. 압수된 코인의 가치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크게 변동할 수 있고, 그 사이 가격이 오르면 피해 회복 재원이 늘고 떨어지면 줄어듭니다. 피해자와 합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압수 당시의 수량과 시세를 기록해 두는 것이 이후 협상에서 유용합니다.
집행이 끝난 뒤에도 할 수 있는 일: 준항고
압수수색이 영장의 범위를 벗어났거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압수에 관한 처분에 대해 법원에 취소나 변경을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는 압수물 자체를 돌려받거나, 위법하게 수집된 자료가 증거로 쓰이는 것을 막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17조(동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 압수 또는 압수물의 환부에 관한 처분과 제243조의2에 따른 변호인의 참여 등에 관한 처분에 대하여 불복이 있으면 그 직무집행지의 관할법원 또는 검사의 소속검찰청에 대응한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
준항고를 할지 말지는 압수된 자료의 내용과 사건 전체의 전략에 따라 달라집니다. 압수 절차가 다소 미흡했더라도 자료 자체가 유리한 내용이라면 굳이 다툴 이유가 없고, 반대로 핵심 증거의 수집 절차에 중대한 흠이 있다면 재판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압수된 휴대폰과 거래소 자료는 수사의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영장에 적힌 범위를 읽고, 참여권을 행사하고, 목록을 받아 두는 것만으로도 이후 변호 활동에서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분명하게 남습니다. 그날 하루의 기록이 몇 달 뒤 재판정에서 다시 읽히게 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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