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손길도 장소·관계·상대방의 나이에 따라 강제추행, 공중밀집장소추행, 업무상위력추행, 준강제추행 등 전혀 다른 죄명이 붙고, 법정형은 징역 3년 이하부터 5년 이상까지 벌어집니다. 이 글은 성추행 사건에서 죄명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죄명마다 법정형·양형기준·신상정보 등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숫자를 축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경찰 출석요구서나 사건사실확인원에는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같은 죄명이 먼저 적혀 있습니다. 대부분의 피의자는 이 한 줄이 자기 사건의 무게를 거의 결정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조사실에 들어갑니다.
이 글은 죄명 하나하나를 법정형, 양형기준의 형량 범위, 신상정보 등록 여부라는 세 가지 숫자로 읽어 내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자신의 통지서에 적힌 죄명을 찾아 그 항목부터 읽으셔도 됩니다.
먼저 알아야 할 숫자 3개: 법정형, 양형기준, 등록기간
성추행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려면 법에 적힌 상한(법정형), 법원이 실제로 선고하는 범위(양형기준), 판결 뒤에 따라오는 기간(신상정보 등록기간)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세 숫자는 서로 다르며, 죄명이 바뀌면 세 숫자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처럼 조문에 적힌 범위입니다. 상한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중한 범죄로 분류된다는 뜻이지, 실제로 그 형이 선고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양형기준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실제 선고 형량의 기준입니다. 같은 강제추행이라도 기본 영역, 감경 영역, 가중 영역으로 나뉘고, 합의나 전과 같은 요소에 따라 어느 영역에 들어가는지가 정해집니다.
신상정보 등록기간은 유죄가 확정된 뒤 경찰서에 주소·직장·차량 등을 신고하고 변경 때마다 다시 신고해야 하는 기간입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선고된 형의 종류에 따라 이 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5조(등록정보의 관리) ① 법무부장관은 제42조제1항의 등록대상자의 신상정보를 최초 등록일부터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기간 동안 보존·관리하여야 한다. 1. 사형, 무기징역·무기금고형 또는 10년 초과의 징역·금고형: 30년 2. 3년 초과 10년 이하의 징역·금고형: 20년 3. 3년 이하의 징역·금고형: 15년 4. 벌금형: 10년
즉 벌금형으로 끝나더라도 등록기간 10년이 따라옵니다. 많은 분이 "벌금이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추행 사건에서 벌금은 형사처벌의 끝이 아니라 등록기간의 시작입니다.
죄명 1.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
강제추행은 성추행 사건의 기본형입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아래 모든 가중 죄명의 출발점이 됩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말 때문에 때리거나 위협하지 않았으면 강제추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라면 그 힘의 크기를 따지지 않고 폭행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상대방이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일 필요도 없습니다.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추행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는 경우를 강제추행으로 인정하므로, 어깨를 감싸거나 허리를 끌어안는 순간적인 접촉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양형기준에서의 위치
성범죄 양형기준상 일반 강제추행(13세 이상 피해자)의 기본 영역은 징역 6개월에서 2년 사이이고, 감경 영역은 징역 1년 이하, 가중 영역은 징역 1년에서 3년 사이입니다.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가 되었다면 감경 영역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양형기준은 징역형을 선택했을 때의 기준입니다. 벌금형을 선택할지,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할지는 피해 정도, 합의 여부, 범행 후 태도 등에 따라 법원이 따로 판단합니다.
죄명 2. 공중밀집장소추행(성폭력처벌법 제11조):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
지하철, 버스, 공연장, 클럽처럼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벌어진 추행은 폭행·협박이 없어도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처벌됩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제추행보다 법정형 상한이 낮은 이유는 폭행·협박이 요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밀집한 장소에서는 접촉이 일어나기 쉽다는 점을 이용한 범죄를 따로 처벌하기 위해 만든 조문입니다.
"밀집"의 의미도 오해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범행 당시 실제로 사람이 빽빽하게 있었는지가 아니라, 공중의 이용에 제공되어 다수가 모일 수 있는 장소인지를 기준으로 봅니다. 한산한 시간대의 지하철이나 손님이 적은 찜질방도 공중밀집장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과 갈리는 지점
지하철에서 손이 닿은 사건이라도, 상대방이 피하는데 따라가며 다시 만졌다거나 손목을 잡는 등 유형력이 더해지면 수사기관은 강제추행으로 의율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접촉은 있었지만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다툼이 가능한 것이 이 죄명의 특징입니다. 혼잡한 차 안에서 불가피하게 닿은 것인지, 특정 부위를 향한 의도적 접촉이었는지는 CCTV 상의 손 위치, 지속 시간, 피해자가 자리를 옮긴 뒤의 행동으로 판단됩니다.
이 죄명은 벌금형으로 끝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대상이라는 점은 강제추행과 같습니다.
죄명 3.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성폭력처벌법 제10조):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
직장 상사, 교수, 코치처럼 상대방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해 추행하면 폭행·협박이 없어도 업무상위력추행이 됩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위력"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반드시 물리적인 힘일 필요가 없습니다. 대법원은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도 위력에 포함되며, 지위 자체가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것이었다면 별도의 폭행·협박이 없어도 위력 행사가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의 허벅지에 손을 올린 사건을 예로 들면, 수사기관은 두 갈래로 봅니다. 접촉 자체가 기습적 유형력이면 강제추행(징역 10년 이하), 지위를 이용해 거부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 핵심이면 업무상위력추행(징역 3년 이하)입니다. 같은 장면이 어느 쪽으로 적용되느냐에 따라 법정형 상한이 세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이 죄명의 고유한 쟁점은 "보호·감독 관계"의 범위입니다. 직접 결재권자가 아닌 선배, 거래처 담당자, 프리랜서를 쓰는 발주처가 보호·감독자에 해당하는지는 사건마다 다투어집니다.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업무상위력추행은 성립하지 않고, 강제추행 성립 여부만 남습니다.
죄명 4.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 강제추행과 같은 징역 10년 이하
술에 취해 잠들었거나 의식이 흐려진 사람을 추행하면 준강제추행이 되며, 법정형은 강제추행과 동일하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는 말은 처벌을 강제추행과 똑같이 한다는 뜻입니다. 폭행·협박 대신 상대방이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이 요건을 대신합니다.
이 죄명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였는지, 다른 하나는 피의자가 그 상태를 인식했는지(고의)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심신상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당시 피해자의 언행·걸음걸이·주변인 진술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른바 블랙아웃(기억 단절)과 의식 상실은 구별됩니다.
양형기준에서도 준강제추행은 강제추행과 같은 유형으로 다루어지므로, 기본 영역은 징역 6개월에서 2년입니다. 다만 피해자가 취약한 상태였다는 점은 가중 요소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죄명 5. 특수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제4조): 징역 3년 이상, 벌금형 없음
흉기를 지니거나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추행하면 특수강제추행이 되고,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벌금형이 아예 없다는 점이 앞의 죄명들과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특수강간 등) ② 제1항의 방법으로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1항의 방법이란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를 뜻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것은 "합동"의 범위입니다. 대법원은 합동범이 성립하려면 범행 현장에서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동하는 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한 사람은 추행하고 다른 사람은 옆에서 피해자가 피하지 못하게 서 있기만 해도 합동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정형 하한이 3년이므로,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하려면 작량감경을 거쳐 징역 3년 이하로 내려와야 합니다. 그래서 특수강제추행은 합의 여부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거의 유일한 변수처럼 작동합니다.
죄명 6.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시 올라가는 법정형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징역 5년 이상, 13세 이상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면 징역 2년 이상 또는 벌금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친족이면 징역 5년 이상, 장애인이면 징역 3년 이상으로 법정형이 올라갑니다. 행위는 같아도 상대방이 누구냐가 죄명을 바꿉니다.
13세 미만 피해자(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벌금형 없음.
아동·청소년 피해자(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3항):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친족관계(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2항): 5년 이상의 유기징역. 4촌 이내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이 대상.
장애인 피해자(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3항):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것은 나이에 대한 인식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는 점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어야 아청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보면서도, 외모·말투·만난 경위·대화 내용 등으로 보아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개의치 않았다면 고의를 인정합니다. "성인이라고 들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신상정보 등록 외에 공개·고지명령과 취업제한명령의 대상이 됩니다. 취업제한은 법원이 판결과 함께 최대 10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명령하고,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제될 수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비교: 죄명별 법정형과 벌금형 가능 여부
법정형 상한과 벌금형 유무를 기준으로 줄 세우면, 어느 죄명이 적용되느냐가 사건의 무게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입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 벌금형 가능.
업무상위력추행: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 벌금형 가능.
강제추행·준강제추행: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500만원 이하. 벌금형 가능.
아동·청소년 강제추행: 징역 2년 이상 또는 벌금 1,000만~3,000만원. 벌금형 가능하나 하한 있음.
특수강제추행·장애인 강제추행: 징역 3년 이상(장애인은 벌금 3,000만~5,000만원 선택 가능). 특수강제추행은 벌금형 없음.
13세 미만 강제추행·친족 강제추행: 징역 5년 이상. 벌금형 없음.
그리고 위 모든 죄명은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대상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2조는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등록대상자로 정하면서, 벌금형이 선고된 경우를 제외하는 것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 일부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성추행 계열 죄명은 어느 것도 이 예외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죄명은 수사 중에 바뀔 수 있습니다
출석요구서에 적힌 죄명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잠정적 판단입니다. 경찰 조사에서 어떤 사실이 확인되느냐에 따라 송치 단계에서 죄명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합니다.
지하철 사건이 공중밀집장소추행에서 강제추행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경로는 "피해자가 자리를 옮겼는데 따라가서 다시 접촉했다"는 진술과 CCTV가 확인될 때입니다. 반대로 강제추행으로 입건된 회식 사건이 조사 결과 보호·감독 관계가 핵심이라고 판단되어 업무상위력추행으로 정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피의자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죄명을 결정하는 요건사실에 대한 진술입니다. 접촉이 있었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어떤 장소였는지, 상대방과 어떤 관계였는지, 상대방이 당시 어떤 상태였는지, 함께 있던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가 각각 다른 죄명의 요건에 해당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답변 하나가 법정형 상한을 3년에서 10년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검찰 단계에서도 죄명은 바뀔 수 있고, 재판에서는 공소장변경 절차를 통해 변경됩니다. 법원은 공소장에 적힌 죄명에 구속되지 않고 심리 결과에 따라 다른 죄명을 적용할 수도 있으므로, 처음 통지받은 죄명이 가볍다고 안심할 일도, 무겁다고 포기할 일도 아닙니다.
정리
성추행 사건에서 죄명은 행위의 모습(폭행·협박, 기습, 밀집장소, 지위 이용, 심신상실 이용, 흉기·합동)과 피해자의 속성(나이, 친족, 장애)으로 정해지고, 그 결과 법정형은 징역 3년 이하부터 5년 이상까지 벌어집니다. 벌금형이 가능한 죄명인지, 벌금형이 아예 없는 죄명인지가 가장 먼저 확인할 숫자입니다.
그리고 어떤 죄명이든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 10년, 3년 이하 징역형 15년의 신상정보 등록기간이 따라옵니다. 통지서에 적힌 죄명을 이 글의 숫자에 대입해 보는 것이, 자신의 사건을 현실적으로 가늠하는 첫 단계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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