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에서 "함정수사였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결과는 무죄가 아니라 공소기각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위법하다고 보는 함정수사는 '원래 범행할 생각이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범행 의사를 만들어 낸 경우'로 매우 좁고, 텔레그램에서 수사관이 구매자인 척 접근한 대부분의 사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 경계선이 어디에 그어지는지, 내 사건이 어느 쪽에 있는지, 그리고 경계선 밖에 있더라도 무엇이 남는지를 하나의 쟁점에 집중해 설명합니다.
"그 사람이 먼저 구해 달라고 했습니다." 마약 매매나 수수 혐의로 조사받는 분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알고 보니 경찰 정보원이었거나, 텔레그램 상대가 수사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건 함정수사 아닌가요.
이 질문에는 세 겹의 답이 필요합니다. 함정수사가 인정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어떤 경우에만 인정되는지, 그리고 인정되지 않을 때 그 사정이 완전히 무의미해지는지입니다.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무죄가 아니라 공소기각, 그리고 인정되는 범위는 좁습니다
위법한 함정수사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공소를 기각합니다. 대법원은 범의를 유발하는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된 경우 그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봅니다. 형사소송법은 이때 공소기각 판결을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다음 경우에는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2.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
공소기각은 재판이 더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피고인에게 무죄와 실질적으로 같은 결과를 줍니다. 전과도 남지 않습니다. 다만 "투약하지 않았다", "매매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의 다툼과는 전혀 다른 길이라는 점을 먼저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함정수사 주장은 "행위는 있었지만 그 행위를 하게 만든 과정이 위법하다"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범위는 좁습니다. 대법원은 함정수사를 두 유형으로 나누고, 그중 한 유형만 위법하다고 봅니다. 이 구분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범의유발형과 기회제공형, 대법원이 선을 긋는 자리
대법원은 함정수사를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위법하다고 봅니다. 반면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쉽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는 함정수사라고 부르지 않으며, 이에 따른 수사와 공소제기는 적법합니다.
전자를 흔히 범의유발형, 후자를 기회제공형이라고 부릅니다. 마약 사건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범의유발형(위법): 마약을 구해 본 적도, 구할 생각도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 또는 그와 연결된 사람이 거듭 부탁하고 돈까지 쥐여 주며 구해 오게 만든 경우
기회제공형(적법): 이미 텔레그램에 판매 광고를 올려 둔 사람에게 수사관이 구매자인 척 연락해 거래 장소에 나오게 한 경우
두 번째 사례에서 판매 의사는 수사관이 연락하기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수사관은 그 의사가 실행되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수사를 위법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온라인 마약 거래의 적발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법원은 이를 정당한 수사기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가 경찰이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질문은 '내 범행 의사가 언제 생겼는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대법원이 들여다보는 여섯 가지 요소
대법원은 범의유발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하나씩 마약 사건에 맞게 풀어 보겠습니다.
1. 범죄의 종류와 성질
마약 거래는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는 범죄입니다. 수사기관이 거래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 않으면 적발이 어렵다는 점을 법원도 압니다. 이 때문에 마약 사건에서는 위장·잠입 형태의 수사가 비교적 넓게 허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함정수사 주장의 출발선이 유리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2.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한 사람이 수사관 본인인지, 수사기관의 지시를 받은 정보원인지, 아니면 수사기관과 무관하게 자기 사정으로 부탁한 지인인지가 갈림길입니다. 수사기관이 관여하지 않은 사인의 부탁은 아무리 집요했어도 '함정수사'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3. 유인의 경위와 방법
대법원은 유인자가 피유인자와의 개인적 친밀관계를 이용하여 동정심이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금전적·심리적 압박이나 위협을 가하거나, 거절하기 힘든 유혹을 하거나, 범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범행에 사용될 금전까지 제공하는 등 과도하게 개입한 경우를 범의유발형의 징표로 봅니다. 마약 사건에서는 "구매 대금을 유인자가 전부 댔는가", "구입처와 방법을 유인자가 알려 줬는가"가 자주 문제됩니다.
4. 피유인자의 반응
처음 부탁에 바로 응했는지, 여러 차례 거절하다 응했는지가 범의의 존재를 가르는 가장 직접적인 자료입니다. 거절한 횟수와 거절의 이유, 마지막에 응하게 된 계기가 대화 기록에 남아 있다면 그것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5. 처벌 전력
같은 종류의 마약 전과가 있거나 이전에도 같은 경로로 거래한 흔적이 있다면 법원은 범의가 이미 있었다고 보기 쉽습니다. 반대로 마약과 접점이 전혀 없던 사람이라면 "수사기관이 만들어 낸 범행"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립니다.
6.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유인 과정에서 협박, 기망, 또는 유인자 스스로 마약을 제공하는 등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가 있었는지입니다. 수사기관이 정보원에게 마약을 쥐여 주고 피유인자에게 건네게 했다면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이 큽니다.
이 여섯 가지는 체크리스트처럼 몇 개 이상이면 인정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법원은 전체를 종합해 "수사기관이 범의를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에 답합니다. 다만 2번(유인자의 지위)과 4번(피유인자의 반응)이 사실상 결론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가 갈린 두 장면: 거듭 거절한 뒤 구해 준 사람
대법원이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인정해 공소기각에 이른 마약 사건의 취지를 재구성하면, 공통점은 '수사기관과 연결된 유인자가 범의 없는 사람을 집요하게 설득해 범행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한 장면은 이렇습니다. 평소 마약과 무관하게 살던 사람에게 지인이 접근해 필로폰을 구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거절하자 다시 찾아오고, 사정을 호소하고, 돈을 미리 건넵니다. 몇 차례 거절 끝에 결국 구해다 주었고, 건네는 순간 체포되었습니다. 지인은 자신의 사건에서 선처를 받기 위해 수사기관과 사전에 협의한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이 경우 수사기관이 사술과 계략으로 범의를 유발했다고 보아 공소를 기각하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다른 장면은 외형이 비슷합니다. 지인이 필로폰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고, 구해다 준 자리에서 체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이전에도 같은 경로로 필로폰을 구해 온 적이 있었고, 부탁을 받자 바로 판매자에게 연락했으며, 지인은 수사기관의 지시 없이 나중에 자기 사건 때문에 신고한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경우 범의가 이미 있었고 수사기관의 관여도 없었다고 보아 함정수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취지로 판단합니다.
두 장면을 가른 것은 거절의 흔적, 이전 거래 이력, 그리고 유인자와 수사기관의 연결 시점입니다. 내 사건이 어느 장면에 가까운지는 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면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유인자가 수사관이 아니라 정보원·지인이라면
대법원은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피유인자를 상대로 단순히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한 것에 불과하고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쓴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로 인해 범의가 생겼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봅니다.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의' 위법을 문제 삼는 법리이기 때문입니다.
마약 사건에서 유인자는 대개 세 부류입니다.
수사관 본인이 신분을 숨기고 접근한 경우: 수사기관의 행위이므로 함정수사 법리가 정면으로 적용됩니다. 다만 대부분 기회제공형입니다.
수사기관의 지시·협의를 받은 정보원: 수사기관의 관여가 인정되면 수사관이 직접 한 것과 같이 봅니다. 정보원이 자기 사건의 선처를 위해 수사기관과 협의한 뒤 접근했다면 이 유형입니다.
수사기관과 무관한 지인: 부탁 당시 수사기관과 연결되지 않았다면, 나중에 그 지인이 체포되어 진술하는 바람에 적발되었더라도 함정수사가 아닙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언제' 연결되었는가입니다. 부탁 이전에 이미 협의가 있었다면 두 번째 유형이고, 부탁 이후 자기 사건 때문에 진술한 것이라면 세 번째 유형입니다. 이 시점은 유인자의 사건 기록, 체포 일시, 수사보고서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거기록 열람·등사가 중요합니다.
텔레그램에서 수사관이 구매자인 척 접근한 경우
판매 광고를 올리거나 판매 의사를 먼저 표시한 사람에게 수사관이 구매자로 위장해 접근한 것은 기회제공형으로, 법원은 이를 적법한 수사로 봅니다. 텔레그램·다크웹 마약 수사의 기본 형태이며, 이 자체를 함정수사라고 주장해 공소기각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사기관이 판매자로 위장해 광고를 올리고, 그 광고를 보고 먼저 연락해 온 구매자를 검거하는 경우에도 구매 의사는 연락 이전에 이미 있었던 것이므로 기회제공형입니다.
다만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광고에 반응한 사람이 "호기심에 물어본 것뿐"이라며 거래를 망설이는데 수사관이 가격을 낮추고, 무료 샘플을 제안하고, 집 근처까지 가져다주겠다며 거래를 성사시킨 경우입니다. 이때는 '구매 의사가 이미 확정되어 있었는가'가 다시 문제됩니다. 대화 기록에서 누가 거래를 끌고 갔는지가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분야에서는 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하는 수사의 요건과 절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의2 이하에서 명문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마약 수사에서도 신분 비공개·위장 형태의 수사기법은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법원은 범의가 이미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한 이러한 수사를 적법하다고 봅니다. 위장 자체가 아니라 범의를 만들어 냈는지가 문제라는 원칙은 여기서도 같습니다.
함정수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엇이 남는가
함정수사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타인의 집요한 권유로 범행에 이르렀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정상으로 참작될 수 있고, 수사 과정의 다른 위법은 별도의 증거배제 사유가 됩니다. 함정수사 주장이 전부 아니면 전무인 것은 아닙니다.
먼저 양형입니다. 마약 매매·수수의 법정형은 무겁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벌칙) 제1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4조제1항을 위반하여 제2조제3호나목 및 다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그 물질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 매매의 알선, 수수, 소지, 소유, 사용, 관리, 조제, 투약, 제공한 자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한 자
필로폰이 여기 해당합니다. 대마의 흡연·소지는 같은 법 제6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마 매매·매매알선은 제59조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영리 목적이나 상습성이 인정되면 법정형은 한 단계 더 올라갑니다.
이 범위 안에서 법원은 범행 경위를 봅니다. 스스로 판로를 개척한 사람과, 지인의 거듭된 부탁에 한 번 구해다 준 사람은 같은 '매매알선'이라도 비난 가능성이 다릅니다. 함정수사 주장을 뒷받침하려 모은 자료(거절 기록, 유인자의 집요함, 대금의 출처)는 그대로 양형자료가 됩니다. 공소기각이라는 목표에 못 미치더라도 그 자료가 버려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음은 수사 절차의 다른 위법입니다. 함정수사와 별개로, 위장 접근 이후의 체포·압수 과정에서 영장 없는 수색, 임의제출의 임의성 결여, 진술거부권 미고지 같은 문제가 있었다면 그로 인해 수집된 증거는 별도로 배제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함정수사는 공소제기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고, 위법수집증거는 개별 증거의 능력을 다투는 것입니다. 하나가 막혀도 다른 하나는 열려 있을 수 있으므로, 사건을 검토할 때 두 쟁점을 분리해 각각 살펴야 합니다.
지금 확보해야 할 것: 범의가 '언제' 생겼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
함정수사 주장의 성패는 범행 의사가 유인 이전에 있었는지 이후에 생겼는지를 보여 주는 객관적 자료에 달려 있으며, 그 자료의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대화 기록입니다. 조사 초기에 다음을 챙겨야 합니다.
유인자와의 전체 대화 기록: 첫 제안이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거절한 횟수와 표현, 마지막에 응하게 된 계기가 드러나는 부분. 일부만 발췌하면 오히려 신빙성을 잃으므로 전체를 보존합니다.
대금의 흐름: 구매 대금을 누가 댔는지 보여 주는 송금 내역. 유인자가 전액을 미리 건넸다면 '범행에 사용될 금전까지 제공'한 사정에 해당합니다.
구입처를 누가 알았는지: 판매자 연락처나 거래 방법을 유인자가 알려 준 것이라면 '범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정이 됩니다.
유인자의 사건 정보: 유인자가 자기 사건으로 조사받던 중이었는지, 체포 일시가 언제인지. 수사기관과의 연결 시점을 추정하는 단서가 됩니다.
본인의 이력: 마약 관련 전과·조사 이력이 없다는 점, 소변·모발 검사가 음성이라는 점은 '본래 범의가 없었다'는 주장과 맞물립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함정수사 주장은 행위 자체는 인정하는 구조이므로, 조사 단계에서 "구해다 준 사실은 있다"는 진술과 "함정이었다"는 주장이 서로 모순되지 않도록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행위를 부인하다가 재판에서 함정수사를 주장하면 두 주장 모두 신빙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대화 기록을 확보한 뒤 전체 그림을 보고 정해야 하며, 그 전에 조서에 단정적인 진술을 남기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리
마약 함정수사 주장은 '상대가 경찰이었다'가 아니라 '내 범행 의사를 수사기관이 만들어 냈다'를 입증하는 싸움입니다. 인정되면 공소기각이라는 강력한 결과가 나오지만, 텔레그램 위장 접근이나 수사기관과 무관한 지인의 부탁은 대부분 그 범위 밖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인의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는 공소기각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양형에서 살아남고, 수사 절차의 다른 위법은 별도의 길을 엽니다. 지금 할 일은 대화 기록과 대금 흐름을 온전히 보존하고,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언제 연결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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