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가족이나 지인의 휴대폰·계좌 정보를 이용해 본인 몰래 돈을 이체했다가 형사 고소를 당했다는 상담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법정형이 올랐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내 사건은 어떻게 되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으니 내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급해서 잠깐 빌려 쓰고 곧 채워 넣으려 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계좌 주인이 이체 사실을 알고 문제를 삼는 순간, 이 말들은 수사기관 앞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사건을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합니다.
최근 개정으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크게 올랐고, 이득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몰래 계좌이체를 하면 왜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되는지, 형량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수사가 시작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법조문과 판례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타인 계좌에서 몰래 이체하면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문제됩니다
사람을 속이지 않아도, 권한 없이 이체 정보를 입력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흔히 남의 돈을 몰래 옮기면 절도나 사기를 떠올리지만, 은행 전산망을 통한 이체는 별도의 규정이 적용됩니다. 형법 제347조의2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나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해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ㆍ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47조의2).
전형적인 사례는 가족이나 연인의 휴대폰을 몰래 들고 가 뱅킹 앱으로 자기 계좌에 이체하는 경우, 알고 있던 비밀번호와 OTP·인증번호를 이용해 상대방 계좌에서 돈을 빼내는 경우, 동거인의 공동인증서나 간편 비밀번호를 이용해 이체하는 경우 등입니다. 이런 행위는 은행 전산 시스템에 계좌 주인이 아닌 사람이 이체 명령이라는 정보를 입력한 것이므로 ‘권한 없는 정보 입력’에 해당합니다.
사기죄와 가장 큰 차이는 사람을 속이는 과정, 즉 기망과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기계를 상대로 이체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항변은 이 죄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을 속이지 않았더라도, 권한 없이 이체 정보를 입력해 돈을 옮겼다면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2. 형량은 실제로 올랐고, 시행 전 행위에는 구법이 적용됩니다
2026년 3월 12일 시행 개정으로 법정형 상한이 징역 20년, 벌금 5천만원이 되었습니다.
질문하신 대로 형량은 올랐습니다. 종전에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었는데, 2025년 12월 23일 개정되어 2026년 3월 12일부터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되었습니다. 일반 사기죄(형법 제347조)도 같은 수준으로 올랐고, 공갈죄(제350조)는 종전대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개정법이 모든 사건에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을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도록 하고,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만 신법을 적용하도록 정합니다. 이번 개정은 형을 무겁게 한 것이므로, 2026년 3월 11일까지 이체한 행위에는 종전의 10년 이하·2천만원 이하 기준이 적용되고, 3월 12일 이후의 이체에는 상향된 기준이 적용됩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이체한 경우에는 이 구분이 더 중요해집니다. 시행일 전후로 이체가 이어졌다면 행위 시점에 따라 적용 법정형이 갈릴 수 있어, 언제 어느 금액을 이체했는지를 날짜별로 정리해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실제 선고형은 법정형 상한이 아니라 이득액, 피해 회복 여부, 범행 경위, 전과 등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그러나 상한이 두 배로 오른 만큼 고액·반복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할 여지가 넓어졌다는 점은 분명하게 인식하셔야 합니다.
형량은 올랐지만 시행일 전 행위에는 구법이 적용되므로, 이체 시점이 가장 먼저 확인할 사실입니다.
3.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사정만으로 권한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권한은 허락받은 목적과 범위 안에서만 인정되고, 그 범위를 넘어선 이체는 ‘권한 없는’ 입력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쟁점이 ‘권한’의 범위입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비밀번호를 알려줬거나 휴대폰을 맡긴 경우, 그 사람은 어느 정도의 접근을 허락받은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허락이 특정 목적에 한정된 것이라면 그 범위를 넘어선 입력은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도8507 판결은 은행 직원이 단말기를 이용해 거액을 특정 계좌에 입금한 행위를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판단한 사건입니다. 정당한 업무 목적을 위해 단말기 사용 권한을 받았더라도, 그 목적을 벗어나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입력하면 권한 있는 입력이 될 수 없다는 법리가 이 사건들에서 확인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병원비 이체를 대신해 달라”며 앱을 맡겼는데 그 틈에 자기 계좌로 돈을 보냈다면, 병원비 이체라는 허락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권한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사실과 이체할 권한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또한 “나중에 갚으려 했다”, “가족 사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사정도 범죄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이러한 사정은 고의를 부정하는 근거가 아니라, 기껏해야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계좌 주인이 실제로 이체를 개별적으로 승낙했다는 증거(문자·메신저 대화, 통화 녹음 등)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므로, 승낙의 존재와 범위를 입증할 자료가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허락받은 목적과 범위를 넘어선 이체는,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더라도 ‘권한 없는’ 입력입니다.
4.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법으로 가중처벌됩니다
소액씩 반복한 이체도 합산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최소 징역 3년 이상의 구간으로 올라갑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를 포함한 특정 재산범죄에서 취득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함께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몰래 이체 사건은 한 번에 큰돈을 옮기는 경우보다, 몇 달 동안 수십 차례 나누어 이체한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피해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 행위는 하나의 범죄로 묶여 이득액이 합산될 수 있으므로, 건당 금액이 작아도 전체 합계가 어느 구간에 들어가는지를 따져 봐야 합니다.
여기에 휴대폰을 훔쳐 이체한 경우처럼 절도와 같은 다른 범죄가 함께 있다면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형법 제38조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의 장기에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처벌 범위가 한층 넓어집니다.
피해자가 가족이나 배우자 등 친족인 경우에는 형법 제354조가 제328조를 준용하므로, 친족 사이의 범행으로 인정되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해 고소를 유지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 사건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친족이 아닌 공범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건당 금액이 작아도 합산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가는지 먼저 계산해 봐야 합니다.
5. 고소 이후 절차와 지금 확인해야 할 순서
이체 내역과 경위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조사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몰래 이체 사건은 통상 ①피해자의 고소 또는 은행·수사기관 신고 접수(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②피의자 조사와 계좌 거래내역·접속기록 확인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크거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면, 막연한 불안 속에서 먼저 연락해 변명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체 일시·금액·횟수를 거래내역으로 하나씩 정리하고, 2026년 3월 12일 전후로 어떻게 나뉘는지 확인합니다.
계좌 주인이 비밀번호 사용이나 이체를 허락했다는 사정이 있다면, 그 범위를 보여주는 문자·메신저 대화와 통화 기록을 확보합니다.
피해 금액의 반환 여부와 합의 가능성을 검토하되,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기 전에 방식과 시점을 전문가와 상의합니다.
이렇게 자료가 정리되어 있으면 이체 시점에 따른 적용 법정형, 권한 인정 여부, 이득액 구간을 구분해 대응할 수 있고, 합의와 반환을 양형에 반영하는 전략도 현실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가까운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 연락을 받고도 “가족인데 설마 처벌까지 하겠나”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첫 진술에서 불리한 말을 남기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돈이 몰래 빠져나간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이체 내역, 접속 기록, 승낙한 적이 없다는 정황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자료가 있어야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를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체를 이유로 고소당한 입장에서도 “알려준 비밀번호였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범위의 허락이 있었는지, 이체 시점이 개정 시행일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계좌 이체와 관련된 재산범죄에서 고소한 쪽과 고소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 방식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불안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컴퓨터사용사기 형량이 정말 올랐나요?
A. 네, 올랐습니다. 종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던 법정형이 2026년 3월 12일부터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되었습니다. 다만 시행일 전의 행위에는 행위 시법인 종전 기준이 적용됩니다.
Q. 개정 전에 이체한 사건인데 재판은 개정 후에 받으면 어느 기준인가요?
A. 형법 제1조에 따라 행위 시의 법률이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고, 신법이 구법보다 가벼운 경우에만 신법을 적용합니다. 이번 개정은 형이 무거워진 것이므로 개정 전 행위에는 종전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Q. 가족 계좌에서 비밀번호를 알고 이체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안다는 사실이 이체 권한이 있다는 뜻은 아니고, 허락받은 목적과 범위를 넘어선 이체는 권한 없는 정보 입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별적으로 승낙을 받았다는 자료가 있다면 달리 판단됩니다.
Q. 나중에 전액 돌려주면 처벌을 면하나요?
A. 범죄가 성립한 뒤 돌려주는 것만으로 처벌을 면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반환과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크게 참작되고, 친족 사이라면 고소 유지 여부에도 영향을 줍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나요?
A.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반복 이체는 합산될 수 있으니 총액을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게 좋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권한 인정 여부와 이득액 산정의 방향을 좌우하고, 합의 시점과 방식도 첫 대응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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